‘현대판 고려장’ 요양원... 왜 사회적 분노를 부르나

들어갈 때는 숨이 붙어서 가지만 대부분 저 세상 사람이 된 뒤에야 나올 수 있다

2026-02-20     박정원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YTN 캡처

노인 돌봄이 수익사업인가, 아니면 사회복지 차원에서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현안인가?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돌봄 시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하층 노인들이 노후 돌봄 시설로 주로 선택하는 요양원은 많은 사회적 갈등과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즉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돌봄 상태에 있는 많은 노인들은 병원이나 시설보다 집에 있기를 원한다. 이를 학술 용어로 ‘Aging in Place(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라 한다. 익숙한 시설과 주변 환경에 대한 심리적 안정 때문이다. 하지만 집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있기엔 현실적으로 제약 조건이 너무 많다. 

집에서는 돌봄 관련 시설이 너무 부족하다. 집 안의 문턱이나 안전 손잡이 등 고령자 맞춤형 시설을 전면 개보수해야 한다. 시설을 설치하더라도 간병을 전담할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렇다고 노인 혼자 방치할 수는 더더욱 없다. 그래서 가족들은 요양원이나 관련 시설에 옮기기를 원한다. 

하지만 요양원은 ‘현대판 고려장’이란 오명을 갖고 있다. 들어갈 때는 숨이 붙어서 가지만 대부분 저 세상 사람이 된 뒤에야 나올 수 있다. 게다가 몸에는 욕창 등 온갖 상처를 남긴 채.

요양원 생활은 노인들에겐 ‘학대와 방치’의 대명사로 인식돼, 가족들이 입소 권유를 망설이는 주된 이유다. 가족으로서는 시설에 입소시킬 수도, 집에서 돌볼 수도 없는 갈등 상황이지만 대부분 입소로 결정한다. 

한국 요양기관은 90% 이상을 민간이 운영한다. 본질적 문제이자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민간은 기본적으로 수익을 우선으로 한다.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 일환이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줄이거나 식재료의 질을 낮추는 경영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요양기관에 입주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중산층 이하라고 할 수 있다. 상류층은 아예 실버타운이나 개인 간병인으로 돌봄을 선택할 수 있지만 중산층 이하는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요양기관 입주를 선택한다.

민간이 운영하는 요양원은 수익성을 고려해서 입주 노인들의 삶의 질보다 시설의 수익성과 효율성이 우선시되는 운영을 선택한다. 이는 결국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고령화 사회에서 국가가 노인 돌봄의 책임을 져야 하지만 민간에 떠넘긴 결과로 발생한 사회문제점이다. 

민간의 운영과 함께 거론돼야 할 문제점이 요양보호사, 즉 돌봄 인력의 저임금‧고강도 노동 환경이다. 요양보호사는 노인들을 가장 가까이서 돌보는 핵심 인력이지만, 이들의 처우는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지급하는 돌봄 비용이 기본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기 때문에 시설에서 높은 임금을 지급하기 어렵다. 

또한 요양보호사가 돌봐야 할 노인의 법정 기준은 1명당 2.3명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높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 서류상으로 이름만 올려놓고 실제로는 요양보호사 1명이 적게는 5명 이상, 많게는 10명까지 성의 없이 돌보는 현실이다. 개개인의 세심한 돌봄 대신 기저귀 교체나 식사 보조 같은 작업 중심의 거친 돌봄의 상황으로 내몰린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논란을 만드는, 즉 노인 학대가 발생하는 잠재적 원인이 된다. 

두 번째로, 요양원의 집단 수용형 구조 자체도 문제가 된다. 한 방에 여러 명을 수용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비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별 노인들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유닛 케어(Unit Care)' 같은 방식은 언감생심이다. 

집단 수용은 노인들이 평생 살아온 본인만의 자율적 삶의 방식을 잃어버리고, 정해진 시간에 먹고 자는 타율적 관리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이는 삶의 주체성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인지 능력 저하와 우울감을 가속화하는 비극적 결과를 낳는다. 

세 번째 문제는 요양원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라는 특성을 띤다. 보호자가 24시간 감시할 수 없고, 지자체의 지도 점검도 인력 부족으로 인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내부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정신적‧정서적 학대나 방임을 외부로부터 은폐하기 쉽다. 최근에는 CCTV 설치가 의무화되었지만 사각지대 존재와 관리 소홀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요양원의 사회적 논란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 의존적인 노인들이 주로 입소하는 ‘요양원(EHPAD)’에 대한 인식이 매년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2001년 프랑스인 53%가 요양원에 입소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반면, 2024년엔 그 비율이 74%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현실도 ‘EHPAD’가 가장 일반적인 돌봄 형태의 시설이다. 

프랑스는 2023년 말 기준 노인 요양 시설에 거주하는 전체 70만 명 중 80% 가까이 ‘EHPAD’에 거주한다.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더욱 더 필요해지는 상황이다. 프랑스 정부는 2030년까지 10만 8,000개의 ‘EHPAD’이 더 필요하고, 2040년에는 21만 1,000개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EHPAD’ 입소에 부정적인 인식이 점점 더 강해져, 프랑스인 44%는 “노부모를 집에서 돌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014년과 2023년 사이에 사랑하는 사람을 집에서 돌보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람의 비율은 2014년 25%에서 2023년 44%로 거의 20%포인트 증가했다. 

프랑스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가정 중심 접근 방식을 구현하기 위해 중간형 주택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소득 수준에 따라 재택 돌봄 비용을 국가가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같이 프랑스는 그나마 돌봄을 가족의 책임이 아닌 국가와 공동체의 권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서 다양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일본은 노인이 살던 동네를 떠나지 않도록 반경 1시간 이내 의료, 요양, 주거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대형 요양원 대신 ‘유닛 케어(Unit Care)’를 도입했다. 10명 내외의 어르신이 거실을 공유하며 각자 개인실을 사용하는 구조로, 집단 수용의 거부감을 줄였다. 또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봄 로봇, 배설 예측 센서 등 ‘에이지테그(Age-Tech)’를 요양 현장에 적극 도입 구현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의료와 요양을 통합하고 있다. 요양원 내에서 의료 처치가 불가능해 병원을 전전하는 사회적 입원을 줄이기 위해 의료와 돌봄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마지막 골든타임을 최대한 줄이는 일환이다. 

이같이 동서양을 대표하는 일본과 프랑스는 노인들을 시설 수용에서 '재택 돌봄'으로 정책의 무게추를 점차 옮기고 있다. 그리고 노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의료와 요양의 통합을 허용한 일본의 제도적 효율성이나 노인 인권을 존중하는 프랑스의 존엄 중심 철학도 아닌 상태에 머물러 있다. 프랑스는 ‘휴머니튜드(Humanitude)’라는 기법을 요양 시설에 적용, 노인 학대 예방과 환자 상태 호전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휴머니튜드는 노인을 환자가 아닌 인간으로 대하며, 눈 맞추기, 말하기, 만지기, 서기를 강조하는 돌봄 기법을 법제화 수준으로 권장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의 노인 돌봄은 대규모 요양원보다는 소규모 그룹홈이나 의료-복지 복합 주택 형태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집과 같은 환경에서 전문적인 케어를 받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노인 돌봄을 사업처럼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는 현실과 돌봄은 기본적으로 국가나 공동체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 간의 갭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그 갭을 메꾸는 주체 역시 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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