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봇(hitchBOT) 로봇 살해 사건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나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 '사회적 실험'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서브 로보틱스(Serve Robotics)', '코코(Coco)', '스타쉽(Starship)' 등 주요 업체들이 수천 대의 로봇을 미국 주요 도시에 배치했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동일한 카메라, 센서, AI 기술을 탑재하여 스스로 길을 찾고 장애물을 피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이 기술은 1kg의 브리토(멕시코 음식)를 배달하기 위해 2톤짜리 자동차를 움직이는 비효율을 제거한다. 중국에서 물건을 건너오게 하는 것보다 동네 배달비가 더 비싼 현 구조를 타파할 경제적 대안이 로봇을 제시한다.
컨설팅업체 조사에 따르면 배달 로봇은 오토바이보다 약 100배 더 에너지 효율적이다.
그런데 SNS에는 로봇을 뒤집어엎거나, 다리 아래로 던지려 하고, 음식 탈취를 시도하는 영상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캐나다와 유럽 횡단에 성공했던 '히치봇(Hitchbot)'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2주 만에 파손된 채 발견되었던 사례처럼, 미국 내 로봇에 대한 반감은 뿌리가 깊다.
시카고에서는 로봇 금지 청원에 수천 명이 서명했고, 일부 대학 신문은 "보행로를 테러하는 로봇을 보이콧하자"고 주장한다.
퓨 리서치(Pew Research)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다른 선진국 국민들에 비해 AI가 일상에 침투하고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것에 대해 훨씬 더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업체들은 로봇에게 이름을 붙이고 강아지 같은 눈망울을 디자인하는 등 거부감을 줄이려 노력한다. 또한 보행자 근처에서는 속도를 줄이거나 바퀴 방향을 미리 틀어 행선지를 알리는 '예의 바른' AI를 학습시키고 있다.
이러한 일부 반(反)로봇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99.8%의 로봇이 임무를 완수하고 있으며, 향후 의약품 배달이나 쇼핑 반품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대의 로봇도 불허하겠다는 현대차 노조와 같이 미래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늘 존재한다.
히치봇(hitchBOT) 로봇 살해 사건. 이 이야기는 로봇 공학계와 사회학계에서 매우 유명한 사건으로,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나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 '사회적 실험'이었다.
캐나다 라이어슨 대학교(현 토론토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의 프라우케 첼러(Frauke Zeller) 교수와 맥마스터 대학교의 데이비드 해리스 스미스(David Harris Smith) 교수가 '로봇 이히치봇'을 공동 제작했다.
"로봇이 인간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위한 사회적 실험을 위해서였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로봇이 낯선 사람들의 호의에 의존해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고자 했다.
고도로 설계된 로봇이라기보다 주변의 잡동사니를 모아 만든 형태에 가까웠다. 맥주 맥주통(몸통), 노란 고무장갑(손), 장화(발), 그리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LED 스크린(얼굴)으로 구성되었다.
GPS가 탑재되어 위치 추적이 가능했고, 카메라가 주기적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했으며,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AI 기능이 있었다.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미국에 오기 전까지 히치봇은 전 세계적인 '셀럽' 대우를 받았다. 2014년 핼리팩스에서 빅토리아까지 약 6,000km가 넘는 거리를 26일 만에 횡단했다. 사람들은 히치봇을 차에 태워주고, 캠핑에 데려가고, 심지어 결혼식에 참석시키기도 했다.
2015년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도 여정은 순탄했다. 사람들은 로봇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즐거워했고, 히치봇은 아무런 피해 없이 임무를 완수했다.
2015년 7월, 히치봇은 미국 횡단(매사추세츠주 살렘 ~ 샌프란시스코)을 시작했다. 여정을 시작한지 불과 2주일 만인 2015년 8월 1일, 필라델피아의 한 거리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된 채 발견되었다.
본체에서 팔이 뜯겨나가고 머리(스크린)가 참수(decapitated)된 처참한 모습이었다. 모든 부품이 약탈당하고 버려졌다. 당시 CCTV 영상 등이 공개되기도 했으나, 끝내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필라델피아의 거친 거리 문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회자되기도 하다.
학자들은 히치봇의 파괴를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았다. 배달 로봇 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미국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AI와 자동화에 대한 잠재적 분노가 '약하고 무해한' 로봇에게 분출되었다는 분석이다.
단순히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부수고 싶다"는 반사회적 심리가 작동했다는 견해도 있다.
캐나다나 북유럽의 공동체 중심 문화와 달리, 미국의 지독한 개인주의와 거친 도시 문화 속에서 '무방비 상태의 객체'가 살아남기 힘들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히치봇이 파손된 후, 제작자들은 로봇의 입을 빌려 SNS에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가끔 나쁜 일도 일어나는 법이죠. 나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만, 인간에 대한 나의 사랑은 변치 않습니다. 모든 친구들에게 고마웠어요."
현재 히치봇의 잔해 중 일부는 캐나다 오타와의 과학기술 박물관에 전시되어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규제가 로봇의 길거리 활보를 금지하지 않을까?
#히치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