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들의 '수캐 본능' 체취 남기기... 광화문이 무슨 죄 있나

단 한 뼘이라도 그냥 비워두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자나보다

2026-02-14     신성대 논설위원

[최보식의언론=신성대 논설위원]

산동네 제일 높은 곳에 살다보니 창문 밖이 바로 산이다. 아래쪽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매일같이 줄지어 개를 데리고 산책하러 올라온다. 운동기구가 있는 언덕의 정자를 지날 때마다 모든 개들이 기둥 주춧돌에 코를 대어 킁킁댄다. 그리고 수캐들은 예외 없이 뒷다리 하나를 들고 그 위에다 제 오줌을 !” 갈리고 올라간다. 가끔 암캐들도 그런다.

가만히 보면 사람도 제 '영역'을 표시하는 본능적 습관이 있는 듯하다. 특히 권력자들이 그렇다. 무슨 '장()' 자리 하나 얻어내면 곧장 현충원으로 내달려 방명록에 사인을 하고, 자기 관내 정원에 기념식수를 하곤 한다.

예전엔 글 읽는 선비들도 어딜 가면 반듯한 바위에다 제 글을 새겨 넣곤 했다. 북한 곳곳의 명산 바위에는 위대하신 분을 찬양하는 글이 큼직하게 새겨져 있다. 보통 사람들도 그런 본능을 주체하지 못해 간혹 관광지에다 제 이름 낙서를 하거나 길 가의 작은 돌이라도 몇 개 쌓아놓고 온다.

서울시장에게도 그런 '수캐' 본능을 남기는 곳이 있는데 바로 광화문 광장이다. 시장마다 그곳에다 제 흔적을 남긴답시고 매번 돈을 쏟아부어 뒤집기를 한다. 덕분에 광화문에선 공사가 없는 날이 거의 없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 가면 짜증이 난다. 광화문 앞 대로를 임시통로처럼 한쪽 옆으로 비켜놓고 광장에 온갖 조형물, 기념물, 분수대, 휴식시설들을 지어놓고 나무를 잔뜩 심었다. 벤치와 대형 화분까지 줄이어 세워놓고 바닥에도 온갖 재주를 부려놓았다. 겨우 반쪽 남은 마당에선 사흘이 멀다 하고 행사를 벌인다. 완전 장마당이다. 단 한 뼘이라도 그냥 비워두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자나보다.

애초에 광화문 거리엔 '광장'이 없었다. 2009년 오세훈 시장 시절 중앙분리대를 철거하고 광장을 만들었다. 그 후 박원순 시장이 광장을 시민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만들려다가 중단되고, 다시 돌아온 오세훈 시장이 지금 모양으로 완성시켰다.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초대형 국기대를 세우려다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었다.

개념이 없다란 말이 있다. 분수 모르는 무지함을 조금 고상하게 표현한 말이겠다. 광화문 광장에 서면 이 말이 절로 나온다. 그곳에선 한쪽 폐를 잘라낸 듯 숨이 막히고, 인공심장을 단 듯 심장이 뻑뻑해진다. 몸도 마음도 삐딱하게 기울어지고 나라도 '세월호'처럼 넘어질 것만 같다.

1997년 동양 최대의 여의도광장은 공원으로 꾸며 이름도 '여의도공원'으로 바꿨다. 헌데 광화문광장은 광장도 아니고 공원도 아닌 어중간한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거기에 더해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시가 감사(感謝)의 정원을 조성하며 받들어총조형물을 설치한다고 하자, 보다 못한 김민석 국무총리가 공사를 중지시키겠다고 나섰다.

광장과 공원도 구분 못하나? 비어야 광장이다. 그게 광장의 존재 이유이다. 꼭 시민들이 휴식할 공간이 필요하면 그 옆의 비어있는 의정부지()를 공원으로 꾸밀 일이다. 그러고도 부족하면 정부종합청사를 부수고 그 자리를 공원으로 꾸며 의정부지와 좌우대칭을 맞출 일이다.

길 막고 잘 되는 꼴을 본 적이 없다. 제발 비대칭인 마당과 대로를 똑바로 돌려놓고 조잡한 소꿉들 모조리 치워서 시원섭섭하게 비워 놓길 바란다. 그리고 난장이나 시위 집회 못하게 정해놓은 조례를 엄격하게 집행하고 거국적인 행사만 치르도록 했으면 한다.

어쨌든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랜드마크이다. 세종대왕님이 훌륭한 줄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 그렇다한들 지금 이 나라는 조선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다. ‘세종대로라 명명한 것으로 충분하니, 마름모꼴 좌대에 유치원생 이름표 같이 크게 '세종대왕' 새겨놓은 황금 동상도 좀 치우자.

머잖아 건국 100주년을 맞게 된다. 미래를 내다보는 지도자라면 지금부터 뭘 준비해야 할지 바로 감이 올 것이다. 내친 김에 새 시장마다 제 맘대로 '수캐 본능' 배설 못하게 광화문광장 변경과 사용에 대한 허가권을 국무총리에게 맡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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