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늙고 병든 부모'를 돌볼까?... 간병살인·老老케어

건강수명 단축이 부른 간병 비극의 시대

2026-02-14     박정원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KBS사사건건 캡처

건강수명이 기대수명만큼 늘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근 들어선 오히려 소폭 줄어들고 있는 현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의 마지막 몇 년을 독립적이지 못한 골골거리는 생활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바로 노인 돌봄 문제로 연결된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 돌봄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 프랑스 등 전 세계 선진국들이 심각한 가족 갈등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낳고 있다. 

노인 돌봄 문제로 인한 갈등의 구체적 사례가 몇 가지 있다. 우선 ‘간병 살인’이다. 돌봄의 부담을 견디지 못해 가족이 환자를 살해하거나 함께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다.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얼마 전 10년 넘게 병상에 있던 80대 아내를 돌보던 80대 남편과 50대 아들이 심신 미약과 경제적 한계에 부딪혀 아내를 살해하고 투신하는 비극적 사건은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간병 살인은 철저히 가족 내부에서 발생하며, 특정 관계에서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경우가 43.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주로 중장년층 아들이 고령의 부모를 돌보다 한계에 다다른 경우에 발생한다. 배우자 살해도 32.5%에 달한다. 노노 간병 상황에서 동반 자살 시도와 함께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 외에 장애 자녀 살해(18.9%), 형제자매 간 살해(3.1%) 등이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된다. 

가해자는 67.1%가 남성인 반면, 피해자는 80% 이상이 여성이다. 이는 남성이 전통적으로 돌봄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간병 부담을 안게 됐을 때 심리적 절망감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간병 살인은 지난 20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가해자의 75%가 무직 상태이며, 76%는 외부 도움 없이 혼자 돌봄을 책임지는 ‘독박 간병’ 상태인 것으로 확인된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둘째,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 70대 자녀가 90대 부모를 수발하다가 자녀가 먼저 과로사하거나 질병으로 쓰러져 두 사람 모두 방치되는 사례가 수도권이나 지방‧농촌 할 것 없이 확산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을 돌보는 전문 인력조차 고령화되고 있다. 현재도 전문 돌봄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태인데, 앞으로 더욱 인력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가족 돌봄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형제 간의 갈등과 같은 ‘가족해체’도 매우 다양한 형태로 일어난다. 우선, 형제 중 한 명이 독박 돌봄을 담당하지만 부모 재산은 균등하게 상속받으려는 갈등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사례가 얼마 전에 있었다. 

45세 딸이 어머니 퇴원 후 분가해서 5년 넘게 주간보호센터를 오가며 저녁과 주말에 어머니 기저귀와 투약, 그리고 식사까지 올인하는 케어를 맡았다. 어머니 사망 후 오빠와 다른 형제가 법정상속분‧유류분을 주장하며, 생전에 딸에게 준 현금까지 유류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주장은 뚜렷이 대립된다. 다른 형제의 주장은 “딸의 돌봄은 가족의 당연한 의무였고, 그에 따른 일정액의 현금을 받았지 않았나”이고, 딸의 주장은 “그 돈은 돌봄에 전부 다 썼다”로 대립했다. 

부모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그리고 실버타운 보내는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기도 한다. 돌봄 선택 방식에 대한 갈등이다. 이에 대한 연구는 ‘시설 입소 결정 과정의 갈등’ 사례로 빈번하게 보고된다.

예를 들어, 장남은 “집에서 모시면 더 악화된다. 안전 때문에 시설이 더 낫다”고 주장하는 반면, 차녀는 “아니다. 시설에 모시는 것은 부모를 버리는 거다. 부모가 원치 않을 거다”로 주장하고, 막내는 “난 돈을 낼 테니 알아서들 하라”고 의견이 갈린다.

결국 결정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도덕적 프레임을 놓고 갈등이 폭발하게 된다. 서명한 사람은 가해자가 되고, 이후 가족 모임은 끊기고 장례 이후에도 대화를 하지 않는 경우가 구체적 사례로 자주 보고된다. 

집 한 채 있는 부모를 놓고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다. 간병비가 쌓여 부모가 가진 전 재산인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주돌봄 자녀는 “집 팔아 간병비부터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비동거 형제는 “집은 남겨야 한다. 그래야 상속이 된다. 나중에 (부모님 돌아가신 뒤) 간병비 정산하자”고 주장한다. 형제 간의 불신과 상속 재산에 대한 욕심 때문에 발생하는 사례에 해당한다. 

넷째, 간병 퇴직’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부모의 돌봄을 위해 자녀가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는 가계 소득 단절과 노후 생활 대비 부족으로 이어져, 빈곤이 세대 간에 대물림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노인 돌봄으로 인한 빈곤 대물림 현상이다. 

현재의 돌봄 체계가 가족의 희생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하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는 돌봄이 사랑과 희생이 아닌 재앙으로 사회문제가 되는 시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노인 돌봄의 주수발자(Primary Caregiver) 비중이 자녀 중심에서 배우자 및 공적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은 그나마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2023~2024년 주요 조사 결과에 의하면, 배우자 돌봄이 여전히 가장 많지만 공적 돌봄 인력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노노간병의 핵심 주체인 배우자 돌봄이 당시 조사에서 29.3~35%로 가장 높았고, 성별로는 남편보다 아내가 수발하는 경우가 압도적이었다. 

그다음으로 요양보호사 등 공적 돌봄 인력이 21.8~39%였다. 전문 인력 비중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들이 자녀의 자리를 대체하는 중이다. 하지만 요양보호사 인력도 고령화돼서 절대 인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뒤이어 딸이 16.7~18.4%로, 자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실질적인 돌봄의 중추 역할을 담당했다. 아들은 6.7~15.8%, 며느리가 6.9~10.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여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통적으로 배우자>공적 인력> 딸> 아들 순으로 나타난다. 

최근의 인식 조사를 보면 주목해야 할 변화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향후 본인이 아플 때 자녀가 돌봐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비율은 단 4%에 불과했다. 반면 요양보호사 등 전문 인력(39%)이나 배우자(35%)에게 의지하겠다는 응답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남성 노인의 경우, 49%가 “내가 아프면 배우자가 돌봐줄 것”이라고 믿는 반면, 여성 노인은 22%만이 배우자의 돌봄을 기대했다. 여성은 배우자보다 요양보호사(48%)나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 

노인 1,000만 시대를 넘어 이제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곧 30%대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서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나지만 건강수명은 오히려 줄고 있는 추세다. 이는 노인 돌봄이 더욱 필요해지는 사회로의 진입을 상징한다.

노인 돌봄이 간병 살인이나 노노케어, 가족해체와 같은 사회문제로 더 이상 비하하지 않도록 사전에 촘촘한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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