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李대통령이 분당아파트 팔려고 하면 누가 난리칠까
통근버스 없애면 자기 돈 내고 버스나 KTX를 타서라도 가족 보러 서울에 올라간다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지역장 전무]
대통령 지시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서울을 오가는 주말 통근버스를 없애기로 했단다.
주말 통근버스가 대통령이 나설 사안인지 이해가 안 가지만 이러다 헌법으로 보장된 공공기관 직원들의 '주거 이전의 자유'를 대통령이 나서서 제한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 목적이 지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인데 공공기관에서 주말 통근버스를 제공하니 직원들이 지방으로 이사가지 않고 가족을 서울에 놔두고 본인만 지역에 혼자 살며 주말에 서울로 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주말에 도시가 텅텅 비어 지역상권이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원들의 이사를 종용하기 위해 강제로 주말통근 버스를 없애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무슨 권한으로 직원들의 이사를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서울에 살 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대통령이 무슨 방법을 동원하건 이사를 강요한다면 대통령의 권한남용이다.
공무원의 권한남용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현재는 대통령 신분이라 누구도 무어라고 시비 걸지 못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죄업은 하나씩 쌓여가고 퇴임 후에 그 대가를 치른다.
대통령은 공공기관 공무원들이 가족을 서울에 놔두고 혼자 주말에 출퇴근하는 이유를 모른다면 말이 안 된다. 알고도 그런다면 죄질이 나쁘다.
이들이 가족을 서울에 남겨두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이 교육이나 거주 인프라가 뛰어나기 때문이고 서울 아파트만 가격이 계속 올라가기 때문이다. 본인이야 직장 때문에 지방에서 근무하지만 가족까지 모든 인프라가 뒤떨어지는 지방에 살게 하고 싶지 않다. 특히 교육문제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방에 사는 사람들조차 방학 때 자녀를 대치동 학원가에 월세를 살게 하면서 서울로 보내는데 이미 서울에 살고 있는 가족을 지방으로 내려오게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정부가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켜 지역의 균등한 발전을 꾀하는 취지를 이해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도 개인적으로 지방활성화 정책에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현지에서 준비가 되기 전에 무리하게 정부가 공공기관부터 지방으로 이전시킨 것이 문제다. 순서와 방법이 잘못되었다.
지방의 인프라, 즉 교육, 교통, 문화예술, 쇼핑몰 등 기본적인 생활 여건부터 마련해 놓으면 아이가 크면 문제지만 어릴 때까지는 아무도 가족과 지방에서 생활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주말에 고생하며 서울로 올라가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지난 번에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지방분권이 잘되어 있고 지방에 대기업들이 산재해 있는 사례들을 이야기했었다. 유럽 사람들은 자기가 생활하는 지역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더구나 직장을 이유로 고향을 떠나는 경우가 드물다. 고향에 대도시에 못지 않은 모든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니 고향을 떠날 이유가 없다.
스위스가 좀 극단적인 사례다. 시골 곳곳에 대기업들이 산재해 있다. 작은 오페라하우스도 있고 대형쇼핑몰도 있다. 명문대학도 인근 도시에 있고 교통도 편리하다. 연봉도 대도시와 별 차이가 없으니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고 가족과 친구가 있는 고향이 더 좋다.
대기업은 이런 문제들로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을 피하니 결국 강제로 이전해야 하는 공공기관들이 문제다. 주말 통근버스를 없앤다니 지역의 상인들은 이제 주말에도 장사가 잘될 거라며 대통령을 칭송하기 바쁘다.. 하지만 이 일이 공공기관 직원들을 희생시키는 것인데 좋아하고 대통령을 칭송할 일인가?
지방에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인프라부터 갖추어 놓으면 직원들은 알아서 서울집을 전월세 놓더라도 이사온다. 몇 년이나 가족이 함께 한다고 어느 가족이 아버지와 생이별하고 싶을까?
주말 통근버스를 없애면 직원들이 알아서 지역으로 이사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발상부터 문제다. 대통령 주변 어느 참모가 제안했다면 인간의 기본 욕구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돌머리다.
통근버스를 없앤다고 직원들이 서울 아파트를 팔고 지역으로 이사 올 일은 절대로 없다..그렇지 않아도 서울과 지역 간의 아파트 가격이 시간이 지나며 더 크게 벌어지고 있는데 누가 서울 아파트를 팔고 지방 아파트를 살까?
서울 아파트를 임대 놓고 지방에서 전월세로 사는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부동산 대책에서 새 아파트는 반드시 실거주를 하도록 되어 있으니 타인에게 임대주기 어렵다. 그리고 공공기관 직원은 군인처럼 몇 년마다 지방을 돌며 순환근무를 한다는데 매번 남편 따라 지방을 전전하기 쉽지 않다.
우리가 직장생활 하며 고생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가족을 고생시키지 않고 좋은 여건에서 생활하게 하고 싶어서다. 그런 인간의 기본 욕구조차 무시하는 대통령 지시가 통하리라고 생각하면 크게 오판하는 것이다. 통근버스 없애면 자기 돈 내고 버스나 KTX를 타서라도 가족 보러 서울에 올라간다.
오래 살다보니 대통령이 통근버스를 없애라고 지시하는 기막힌 일까지 목격한다. 결국 직원들만 돈을 더 쓰게 하고 고생시킨다. 그런 공공기관에 인재들이 오래 남아 있을까? 아마 기회만 있으면 수도권의 대기업으로 옮기려 할 것이다.
이럴 때 지시 내리는 곳의 진심을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청와대부터 세종시로 옮기면 청와대 참모 중 몇 명이나 세종시로 이사를 갈까? 내 손아래 처남도 산자부 고위공무원이었는데 세종으로 근무지가 이전했다. 세종시에 혼자 작은 아파트 전세를 얻어 살고 주말마다 서울에 왔다. 자기들은 못하면서 힘없는 산하 공공기관만 쥐어 짠다.
대통령부터 청와대에 사는데 분당의 아파트를 안 팔고 있다. 어차피 대통령은 퇴임해도 그 아파트에 들어가 살지 못한다. 그런데 왜 안 팔고 있을까?
분당의 아파트는 계속 가격이 오를 것을 알기 때문이고 아마도 언젠가 자식에게 증여나 상속하려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분당 아파트를 팔려고 하면 김혜경 여사가 난리를 칠 것이다. 대통령 자신도 하지 않는 일을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하라고 하니 제대로 될 일이 없다.
대통령이 일에 자신감이 생겨서인지 의욕이 너무 지나치다. 나라의 온갖 일에 관여하고 지시를 내리니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여성 생리대까지 챙기는 대통령은 처음 보았다. 내가 조사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세계 최초 아닐까?
훌륭한 리더는 조직의 모든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조직 내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부하들이 일을 통해 문제해결 방법을 배우고, 공을 세울 기회를 준다.
필자의 경험상, 리더가 모든 일에 관여하고 지시를 내리면 부하들이 리더의 입만 쳐다보게 되어 조직이 수동적으로 변한다. 괜히 미리 나섰다가 리더의 의중에 맞지 않으면 찍히니 그렇다. 그러다 보면 조직에 아첨에 능숙한 간신배들로 들끓는다. 망조가 드는 조직이 된다.
그런 리더가 조직에 끼치는 가장 큰 해악은 그런 리더 밑에서는 인재가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은 리더가 다 독차지 하려 하니 똑똑한 인재는 미리 다 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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