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당은 '부동산감독원'을 반대하면 안된다...하지만?
수백조 원이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에는 거래 전 과정을 통합 감시하는 독립적 감독기구가 없다
[최보식의언론=김정기 세계스마트시티기구 사무총장]
대한민국은 이상한 나라다. 주식시장에는 금융감독원이 있다. 내부정보 거래는 중범죄이고, 주가조작은 즉시 조사 대상이 된다. 금융은 상시 감독을 받는다.
그러나 수백조 원이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에는 거래 전 과정을 통합 감시하는 독립적 감독기구가 없다. 정책은 발표되지만 감독은 없고, 세금은 손질되지만 정보는 흩어져 있다. 규제는 선거 주기에 따라 강화됐다 완화되기를 반복한다. 집값은 오르고 분노는 쌓이지만 구조는 그대로다.
문제는 탐욕이 아니다. 구조다. 정치인은 개발 공약으로 표를 얻고, 관료는 인허가와 도시계획 변경 권한을 쥐며, 건설회사는 택지와 사업권을 확보한다. 금융권은 담보 대출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투기 세력은 정책 발표 이전의 정보 흐름을 따라 선매입에 나선다.
이 연결고리는 느슨해 보이지만 이해는 단단히 묶여 있다.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 가격은 오르고, 이익은 사전에 진입한 소수에게 집중된다. 공급이라는 명분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가격 상승을 전제로 한 이익 구조 역시 동시에 작동한다.
2021년 LH 사태는 그 축소판이었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이 터졌고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다. 일부 처벌은 있었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상장기업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수하면 중형을 받는다.
그러나 개발 예정지 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매입하는 행위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뤄진다. 같은 정보 비대칭인데, 처벌은 다르다. 부동산 내부정보 거래는 여전히 제도적 감시망이 허술하다.
역대 정부의 정책 방향은 달랐다. 노무현 정부는 강한 규제를 실험했고, 이명박 정부는 개발 확대를 선택했다. 문재인 정부는 세금과 대출을 옥죄었고, 윤석열 정부는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를 비판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집값은 정치 주기에 종속됐고, 정책은 반복됐다. 특정 정부의 실패라기보다 감독 체계가 부재한 국가 구조의 문제였다.
해외 사례는 다르다. 싱가포르는 주택개발청(HDB)을 중심으로 공급, 거래, 보유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실거래 가격을 신속히 공개한다. 독일은 임대료 브레이크(Mietpreisbremse) 제도를 통해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한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드-프랭크(Dodd-Frank) 법을 통해 주택금융을 연방 차원의 상시 감독 체계에 편입시켰다. 감독과 정보 공개, 사전 통제가 결합된 구조다. 한국만 선거 때마다 규제와 완화를 오가며 정치적 신호를 보낸다. 감독 없는 규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부동산 투기는 여전히 행정 문제나 정책 실패로만 취급되는가.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토지를 매입하는 행위는 주가조작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부동산 내부정보 거래와 조직적 투기 역시 금융범죄 수준으로 다뤄야 한다.
투기 이익의 전액 몰수와 가중처벌,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의 관련 범죄에 대한 엄격한 형량 적용, 법인 쪼개기와 차명 거래에 대한 조직범죄 수준의 처벌이 병행돼야 한다. 위험 대비 이익이 큰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시장은 바뀌지 않는다.
동시에 부동산감독원이 필요하다. 규제기관이 아니라 감독기관이다. 실거래, 대출, 법인 거래, 공직자 거래를 통합 분석하고 이상 거래를 상시 탐지하는 독립적 기구가 있어야 한다. 사건이 터진 뒤 수사에 착수하는 방식으로는 늦다. 사전 모니터링과 선제적 조사 권한이 결합될 때만 투기 구조는 흔들린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상시 공개하고, 개발 정책과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의사결정에서 배제하는 제도 역시 함께 정착돼야 한다. 공공 권력을 행사하는 자가 동시에 최대 자산 보유자라면, 공정성은 구조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선을 그어야 한다. 부동산감독원은 '시장감시기관'이어야지, 또 하나의 초권력 수사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영장 없는 금융정보 접근과 특별사법경찰 형태의 수사권 결합은 신중해야 한다. 감독과 수사는 분리되어야 한다.
감독원은 통합 데이터 분석과 이상 거래 탐지에 집중하고, 강제 수사와 영장 집행은 기존 사법 체계 아래 두어야 한다. 정보 접근은 목적 제한과 최소 수집 원칙 아래에서 엄격히 통제되어야 하며, 외부 통제 장치와 사후 책임 규정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투기를 막겠다는 명분이 권력 집중으로 이어진다면 사회적 합의는 무너진다.
보수는 국가 권력의 비대화를 우려한다. 그 우려는 정당하다. 그러나 감독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시장 왜곡을 방치하는 일이다. 내부정보 거래와 조직적 선점이 작동하는 구조는 자유시장이 아니다. 카르텔을 깨는 것이야말로 시장을 복원하는 일이다.
진보 역시 돌아봐야 한다. 개혁은 권력을 더하는 일이 아니라 권력을 나누는 일이다. 검찰 권한 집중을 비판해온 정치세력이 또 다른 영역에서 정보·조사·수사 기능을 결합한 기관을 만든다면 설득력을 잃는다. 투기 근절은 정의의 문제지만, 권력 집중은 민주주의의 문제다. 두 가치를 동시에 지켜야 한다.
부동산을 감독하지 못하는 국가는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다. 자본이 혁신과 생산이 아니라 부동산으로만 몰리는 구조에서는 청년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된다. 집값은 정치의 연료가 되고 국가는 장기 전략을 잃는다.
망국병은 선언으로 고쳐지지 않는다. 제도로 고쳐진다. 부동산감독원 설치와 금융범죄 수준의 처벌 체계 구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구조를 바로 세우는 최소 조건이다.
그러나 그 제도는 권력 분산과 사법 통제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부동산감독원은 권력기관이 아니라 시장질서 복원 장치여야 한다. 그 선을 넘는 순간, 개혁은 또 다른 특권이 된다.
정치와 행정이 이해당사자로 남아 있는 한 집값은 반복된다. 감독과 형벌, 그리고 권력 통제가 함께 작동하는 체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다음 정권에서도 같은 논쟁이 되풀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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