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의 양생] ‘도인법(導引法)’...건강을 위해 꼭 읽어보세요
학교체육을 강제해야 하는 이유!
[최보식의언론=신성대 논설위원]
작금에 참 특이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난치병에 걸려 제발 살려달라고 하는 80대 중반 노인이다. 이미 큰 병원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으니 의사도 한의사도 아닌 필자에게 매달리는 것이겠다만 난들 별 수가 없었다.
건장한 육체를 가진 분으로 병이 나기 전에는 누구보다 건강에 자신이 있어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다. 헌데 이것저것 물어보니 평소에 하는 운동이 하나도 없었다. 베란다 구석에 먼지 뒤집어 쓴 골프채 가방도 있었지만 오래 전에 남 따라 한두 번 해보다가 말았단다. 발병 후 고작 아파트 경내를 조금 걷는 것이 전부였다.
한의원 몇 군데를 수소문해서 그 병에 자신 있어 하는 한 곳을 소개해주었는데, 치료 효과가 안 나온단다. 발병의 원인이 운동부족이니 제발 운동하라고 아무리 강조를 해도 소용이 없다. 그 몸에 무슨 특별한 운동을 주문한 게 아니다. 그냥 제 자리에서 팔다리 움직이고, 허리 비틀고, 몸 흔들고… 그러니까 아무렇게나 몸을 움직이는 정도였다. 헌데도 까딱 않고 고가의 안마의자와 안마침대 같은 것들만 사들인다.
인간도 동물인지라 무조건 움직여야 한다. 노동을 하든 운동을 하든! 움직임(자극)이 신체 내부 각 기관에 전해져야 갖가지 호르몬, 혈액, 림프구, 효소 등을 만들어내는 백(魄)의 기능이 활성화 된다. 움직임이 줄면 ‘아, 이제 다 살았나보다!’며 굳이 열심히 일할 필요를 못 느껴 각 기관들의 노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
그 노인을 지켜보면서 필자가 한 가지 배운 점이라면 ‘운동도 습관인지라 무조건 어렸을 적부터 가르쳐야겠다!’였다. 세 살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 학교체육을 강제해야 하는 이유가 되겠다.
그동안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상당수가 도통 운동을 안 하더라. 특히 우울증, 불면증, 자폐증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그랬다. 평소 운동을 하거나 노동을 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런 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역으로 이들에게 강제로라도 조금 격한 운동을 시키면 병이 낫기도 한다. 거친 호흡과 구령, 진동 때문에 오장(五臟)에 얽힌 담(痰)이 절로 풀어지는 것이다. 전원주택에 살던 이가 산불이 나 도망갔다가 우울증이 확 달아났다고도 하고, 사고로 크게 다치는 바람에 우울증이 없어졌다는 사람도 있다.
옛날부터 글공부하는 선비들이나 수행자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그 자리에서 행하는 기본적인 도인법(導引法)이 있다. 두 손바닥을 비벼 그 열로 눈‧코‧입‧귀‧머리‧목을 문지르고 안마해주는 것으로 지금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다.
중국의 여러 문헌에도 다양한 방식의 도인법들이 전해지지만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북창선생이 남긴 《용호비결(龍虎秘訣)》에 그 구체적인 기록이 남아있고, 또 필자가 몸담은 무가(武家)와 도가(道家)에서 지금도 ‘오금수희법(五禽獸戱法)’ 등 다른 도인체조들과 함께 그 실기를 수련하고 있는 중이다. 퇴계선생도 중국의 도인법들을 모아 《활인심방(活人心方)》을 남겼다.
그럼 왜 하필 선비들과 수행자들이 이 도인법을 빠트리지 않고 행했을까? 안면과 두피를 집중적으로 문질러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정신을 맑게 해줄 것임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터이다. 헌데 여기에는 더 깊은 이유가 있다. 바로 정신질환 예방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정신질환을 다룬 <사수(邪祟)>편에 ‘고치(叩齒)’란 도인법을 치료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아래 위의 이(齒)를 마주치고 침을 삼키는 것으로 부지런히 행하면 정신이 안정되고 사기(邪氣)가 없어진다고 했다. 고치가 소화액 분비를 촉진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이에겐 다소 의외라 하겠다.
또 도인법 중에는 귓등을 덮고 그 위를 손가락으로 튕겨 ‘퉁! 퉁!’ 두드려주는 ‘격천고(擊天鼓)’도 있다. 이 역시 진동으로 뇌를 깊게 자극하는데 정신질환 예방에 아주 요긴한 도인법이다.
해서 필자가 예전에 발병한지 20여 년이 된 중증 자폐증을 가진 청년에게 도인법과 도인체조를 함께 가르쳤더니 상당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하게도 그는 정신과의 약물치료를 받지 않고 있어서 어색하게나마 체조를 따라할 수 있었다.
다른 조울증(양극성장애)으로 고생하는 젊은 여성에게도 시도했지만 바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5년 넘게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는 중이어서 의식(의지)이 흐릿하고 사지가 축 늘어져 이 간단한 동작마저도 따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실 운동선수들이 자폐증이나 우울증에 걸리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자폐증이나 우울증을 앓았던 선수는 가끔 있다. 운동을 질환 극복의 수단으로 택한 이들이다. 당연히 예후도 좋다. 운동이 도파민, 엔돌핀, 아드레날린, 세로토닌 등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벼운 정신질환은 운동만 열심히 해도 잘 낫고 또 예방도 된다.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나라 정신과 의원이나 병원에서는 환자들에게 운동을 적극 권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실 맨입으로 고치(叩齒)를 시키면 재미가 없어 보통 사람들도 몇 번 해보다가 그만 둔다. 정신과에서 주는 독한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들이야 더 말할 나위 없겠다. 그럴 때 차라리 껌을 씹게 하는 것도 괜찮겠다. 미국 프로 야구선수들이 껌을 질겅질겅 씹어대는 걸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담배와 껌의 소비 감소가 정신질환 증가와 어쩐지 무관치 않을 것 같다.
요즘 학교 교사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학생들 절반이 정상이 아니란다. 군부대 지휘관들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한다. 자기가 부대장인지 보육원장인지 헷갈린단다. 직장도 비슷한 사정이지만 사람을 골라 채용할 수 있으니 좀 나은 편이다. 아무튼 정신질환 폭증이 거의 재앙 수준이다. AI 보급이 본격화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작년 트럼프 대통령은 학교 체력장을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제발이지 우리도 그랬으면 싶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일찍부터 학교에서 도인법과 도인체조를 필수로 가르쳐 일상생활 속에서 운동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
얼마 전, 한 가지 운동만 한 사람보다 다양한 운동을 한 사람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살더라는 조사 보고도 있었다. 도인법이나 도인체조는 어려운 동작이 아니어서 어린이나 노인 할 것 없이 누구나 금방 따라할 수 있다. 장소나 도구에 구애받지 않고, 스포츠처럼 경기 방식을 따르지 않으니 무리하다 탈이 날 염려도 없다.
도인체조란 게 뭐 신비한 동작이나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공체조’라고도 하는데, 예전에 학교나 군대, 직장 등에서 했던 맨손 보건체조에 호흡법을 가미하면 도인체조가 된다.
동작을 크게 천천히, 펼칠 때 숨을 들이쉬고 모우면서 내쉬되, 자연호흡 때보다 심호흡을 두세 배 길게 하면 된다. 동작에 호흡을 일치시키는 것이 요체이다. 당연히 운동효과도 배가 된다. 용어가 거북하면 ‘선비체조’라 불러도 되겠다.
* 신성대 위원은 《혼백론》의 저자로,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1954년 출생. 16세에 해범 김광석 선생에게서 조선의 국기인 무예 십팔기(十八技)를 익힌 이래 40여 년 동안 십팔기의 전승과 보급에 힘써 왔다. 현재 (사)전통무예십팔기보존회 회장으로 십팔기와 더불어 도인양생공을 지도하고 있다.
#운동이최고의치료 #몸을움직여야산다 #정신건강의해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