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난 ‘임춘애 신화’ vs 헤비메탈 치는 모범생
그 지독한 결핍과 트라우마가 과연 훌륭한 통치자의 자양분일까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일본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그 중심에 선 다카이치 사나에. 그녀의 승리를 두고 평론가들은 '우경화'니 뭐니 떠들지만, 나는 그녀의 '이력서'에서 대한민국 정치가 잃어버린 중요한 퍼즐 조각을 본다.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자. 아버지는 도요타 계열 자동차 메이커의 평범한 회사원이었고, 어머니는 경찰관이었다. 부유하진 않지만 밥 굶을 걱정은 없는, 그렇다고 특권층도 아닌 딱 '건강한 중산층' 가정이다. 학창 시절엔 얌전한 척 공부만 한 게 아니다. 오토바이를 몰고 다녔고, 록 밴드에서 헤비메탈 드럼을 두들기며 소소한 일탈도 즐겼다. 마쓰시타 정경숙을 거쳐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그 바탕에는 '결핍'보다는 '안정'이 깔려 있다.
반면 대한민국은 어떤가. 우리는 아직도 라면 먹고 뛰었다는 80년대 '임춘애식 성공 신화'에 병적으로 집착한다. 찢어지게 가난해서 공장에서 프레스에 눌리고, 검정고시로 독하게 기어 올라왔다는 그 '눈물 젖은 빵'의 서사에 표를 던진다.
하지만 냉정하게 묻자. 그 지독한 결핍과 트라우마가 과연 훌륭한 통치자의 자양분일까?
심리학적으로 유년기의 과도한 결핍과 폭력적 환경은 사람의 내면을 비틀어 놓기 쉽다. 세상이 나를 공격한다고 믿기에, 살아남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법과 원칙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해 밟고 넘어야 할 장애물'로 인식한다. 타인은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내 성공을 위한 도구이거나 제거해야 할 적일 뿐이다. 누군가의 언행에서 묻어나는 섬뜩한 공격성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함은 바로 그 '정상적인 성장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의 상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6시 내고향'에서 찾아갈 만큼 화목하진 않더라도 부모님의 부부싸움나 형제자매의 투닥거리는 소리가 담장을 넘지 않는 집. 날라리는 아니지만 악기 하나 배우겠다며 건전하게 반항도 해본 사람. 모나지 않고, 상식의 범주 안에서 자라온 '평범한 중산층의 정서'를 가진 사람. 그런 사람이 정치를 해야 세상이 상식적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이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람이 워낙 없이 살아서..."라는 핑계로 괴물 같은 행태를 용인해 왔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당에서 돈 받고 공천 장사를 한 정황이 나와도 전수조사란 당연한 말조차 안 나온다. 검찰의 손발은 묶여 수사도 제때 못하고, 경찰이 아직도 살아있었는지 까먹을 뻔한 김병기 의원을 이제야 소환 조사한다는 둥 뒷북을 치는 이 꼬라지. 이게 바로 시스템이 붕괴된 3류 국가의 민낯이다.
성장기가 힘들었다는 것이, 권력을 잡고 나라를 개차반으로 만드는 면죄부가 될 순 없다.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가난이 남긴 비뚤어진 보상 심리로 국가를 난도질하는 건 명백한 유죄다.
이제 제발 '개천에서 난 용' 말고, 정상적인 가정에서 일반적인 성장기를 거친 상식적인 사람 좀 뽑자. 1986년에 노태우가 말했던 보통사람의 시대는 아직도 요원한 거 아닌가?.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 보고, 정치인은 제발 정상적인 범주의 사람을 앉혀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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