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괜히 베네수엘라 꼴 난다고 걱정하는 게 아니다

국무회의인가 1인 종교 부흥회인가

2026-02-09     최보식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제주MBC News 캡처

요즘 대통령을 생각하면 가장 많이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국민과 대통령 본인의 '관료제'에 대한 이해다.

대통령은 왕(王)이 아니다. 거대한 관료 조직의 최정점에 앉아, 각 분야의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검증해서 올려보낸 안건 중 가장 덜 나쁜 것을 선택하는 '최종 결재권자'일 뿐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을 모든 분야에 통달한 '전지전능한 계몽 군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고위 관료 다수를 진짜 전문가를 앉히는 대신, 본인의 재판을 막아주던 변호사들을 우르르 앉혀놨으니 그 안에서 무슨 전문적인 식견과 치열한 논쟁이 오가겠나. 그저 "각하, 법적으로 문제없습니다"라는 아부만 난무할 뿐이다.

그게 어떤 분야든 현장의 '짬' 좀 먹은 진짜 전문가들은 안다.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 따윈 거의 없다는 사실과 나올만한 아이디어는 이미 다 나왔고, 새로운 발상이란 말 자체가 새롭지 않다는 걸. 우리가 겪는 문제들은 이미 우리보다 앞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경험한 선진국들이 수십 년 전에 시도했다가 피를 보고 폐기했거나, 수정해서 정착시킨 것들이다. 그들의 성공과 실패 데이터, 즉 '글로벌 오답 노트'만 제대로 공부해도 멍청한 삽질은 피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 오답 노트를 찢어버리고, 본인의 뇌피셜을 '혁신'이라 우기며 맨땅에 헤딩을 한다.

화제가 되었던 국무회의 보고 풍경은 다시 생각해봐도 기가 찰 노릇이다. 마치 북한 김정은이 방직 공장에 가서 평생 실만 뽑아온 늙은 기술자들에게 기계 돌리는 법을 훈시하고, 기술자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수첩에 받아적는 그 기이한 코미디와 판박이다.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대통령이라도 평생 한 우물만 판 전문가보다 더 많이 알 수는 없는 법인데, 대통령이 만물박사 행세를 하며 지시를 내리고 장관들은 받아쓰기 바쁜 이 풍경은 정치가 아니라 '1인 종교 부흥회'다.

이 시스템 붕괴의 결정판이 바로 어제 뉴스에 나왔던 '6시간 신속 대응팀'이다. 대통령이 밤에 잠도 안 자고 SNS에 올리는 설익은 정책 이슈나 언론 기사에 대응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24시간 불침번' 세우겠다는 발상. 이건 국가 시스템이 '법치(Rule of Law)'가 아니라, 대통령 기분대로 움직이는 '인치(Rule of Person)'로 퇴보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밥 먹다가 "구내식당 없애자"는 식의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던지고, 언론은 그걸 농담으로 무시하는게 아니라 검증도 없이 확성기처럼 떠들어댄다.

정책의 무게가 깃털보다 가벼워진 이 싸구려 스피커들의 합창을 보며, 나는 나름 괜찮은 시스템을 가졌다고 믿었던 우리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 깨닫는다. 겉모습은 흉내 낼 수 있어도, 그 안에 담겨야 할 숙의와 존중이라는 소프트웨어는 텅 비어 있었다.

결국 우리는 '글로벌 오답 노트'를 공부하는 대신, 직접 몸으로 때우는 길을 택한 것 같다. 국민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교육이 안 되어 있으니, 직접 찍어 먹어보고 배탈이 나봐야 비로소 "아, 이건 똥이었구나" 직접 경험하고 깨닫는 단계.

사람들이 괜히 베네수엘라 꼴 난다고 걱정하는 게 아니다. 시스템이 무너지고 한 사람의 입만 바라보는 나라의 결말은, 역사적으로 예외 없이 비극이었다.

 


#관료제위기 #숙의없는통치 #시스템붕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