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해외 탈출’ 보고서 전말기… 대통령이 판 키운 '가짜뉴스' 소동

국가의 제도나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는다면 그것은 '쌩큐'라고 할수 있고...

2026-02-08     최보식

[최보식의언론=김세형 언론인]

뉴스TVCHOSUN 캡처

대한상공회의소가 영국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부자들 2,400명이 세금 무서워 해외로 탈출한다'는 보고서를 낸 데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주말(7일)에 '고의적 가짜뉴스'라며 "책임을 묻겠다"고 엑스(X, 구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깜짝 놀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휴일임에도 곧바로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으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납짝 엎드렸다. 신문이 발간되지 않은 휴일의 해프닝이었다.

대통령은 X에 당시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대한상의가 사익도모와 정부정책을 공격하려고 가짜 뉴스를 생산 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는 고의적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법률에 의한 공식단체가 이런 짓을 공개적으로 벌인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썼다. 대통령이 이보다 더 직설적인 비판을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좀 더 상황을 부연 설명하면 이렇다.

영국의 투자이민 컨설팅업체인 헨리앤파트너스는 작년 10월 6일 '세계 주요국 백만장자 순유출' 분석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부자 유출이 영국,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4번째로 많은 2,400명에 달하며 이는 3년 전보다 6배 늘어난 수치이고 이들이 가지고 나가는 국부는 21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대한상의는 이 자료를 토대로 '상속세' 때문에 백만장자들이 이탈했을 것이라며 납부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라는 자료를 이달 4일 냈다(헨리앤파트너스 보고서에는 '상속세' 언급은 없었음). 그러자 언론들이 망국적인 한국의 상속세를 지적했다.

이에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같은 좌파 매체들이 "있지도 않은 가짜뉴스"라고 매도하고 일부 TV방송도 보도하자, 대통령이 이런 기사를 X에 공유한 것 같다.

결국 헨리앤파트너스의 자료가 '고의적 가짜뉴스'라는 얘기가 되는데 무슨 사연일까?

헨리연구소는 근무 인원이 얼마 안 되고 전 세계 부호들 움직임을 정확히 포착할 정도의 신뢰받는 기관은 아닌 모양이다. 이 자료를 발표하자 영국의 권위 있는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조목조목 반박하는 분석기사를 와이드하게 썼다고 한다. 데이터가 별로 신빙성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제목부터가 자극적인 언론매체에 흥미거리로 보도하기엔 딱 좋다. 그걸로 밥먹고 사는 데 비즈니스가 되니까 그런 일을 벌이는 모양인데, 믿거나말거나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백만장자 유출 1, 2위인 영국과 중국에서 이 보도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 기사는 한줄도 보지 못했다. 그냥 무시해버린 것인데 한국은 스스로 가짜뉴스 소동으로 판을 키운 셈이다.

한국도 정말 백만장자가 2,400명씩이나 떠난다고 누군가 고변해주면 "무슨 문제가 있지?" 하고 국가의 제도나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는다면 그것은 '쌩큐'라고 할수 있고 자체조사를 벌여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법무부 출입국자료를 보면 이민 사항이 금방 드러날 것이고, 그들이 갖고 나간 돈이 얼만지 국가 차원에선 한나절이면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밝혀진 데이터를 국민에게 홍보하고 영국 헨리엔파트너스를 "믿을 수 없는 기관"이라고 세계적인 대망신을 줄 수도 있을 것 아닌가.

이 정도를 갖고 대통령부터 나서서 "대한상의가 이런 짓을 하고" '보수언론이 덥석 물고"라는 표현을 써가며 벌컥 화를 낼 일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상속세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가혹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나 큰 부를 가진 사람들이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민을 가서 자식에게 부를 물려주는 일을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싱가포르, 호주, 캐나다, 포르투갈 같은 국가가 선호국이라는 말을 이민업체나 은행 IB들을 통해 쉽게 들을수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14개국은 상속증여세가 없다.

한국 사회주의자들이 한때 바람직한 모델로 삼았던 스웨덴의 경우 높은 소득세 85%를 이기지 못해 유명한 이케아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가 1974년 덴마크로 이민을 갔다. 유명한 테니스선수 비욘 보리, 음악의 아바그룹 멤버들도 높은 세금이 무서워 나라를 떠나갔다.

스웨덴은 이러다 나라가 망하겠다 싶어 2004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소득세도 크게 낮췄고 법인세는 23%로 한국보다 낮다.

대한상의 보고서도 상속세를 없애라는 것도 아니고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보자고 한 것뿐이다.

현재 세율이 50~60%로 OECD 평균 26%보다 너무 가혹한 것도 문제려니와, 각자 유산을 받는 금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겨야지 유산총액에 먼저 무거운 세율을 때리고 그다음 나눠주는 방식은 정말이지 말이 안 된다. 그런 걸 지적한 것일 뿐이다. 

민주당은 상속세 얘기만 나와도 벌컥하는데 이번 주말 해프닝을 계기로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지지율 60%를 넘나드는 이재명 대통령이 X에 다주택 중과 유예종료 등 부동산 망국론은 국민호응도가 높은 것 같다. 신이 나서인지 "설탕부담금을 부과하자" "생리대가 너무 비싸 "는 등 하루에 몇 건씩 올리는 중이다.

선진국 가운데 대통령이 SNS를 가장 많이 쓰는 경우는 미국의 트럼프인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계 2위일 것 같다. 설탕부담금은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더 많았다.

한국은 아직 유교문화권이며 '대통령 다움'을 가장 많이 살펴보는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 말을 아끼는 높은 품격, 점잖음 등이 역대대통령의 덕목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통령이 만기친람하면 장관들이 전혀 안 보인다. 맹장 밑에 강졸은 안 보이고 약졸뿐이다.

주말 백만장자 탈출 관련 대통령의 SNS는 '낄때 끼고 빠질때 빠지는' 중용지도가 무엇인지 생각케하는 것 같다.

(참고로, 이 대통령의 '고의적 가짜뉴스' 발언이 있고서 하루 뒤인 8일 임광현 국세청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한국인의 20222024년 평균 해외이주 신고 인원은 2904명이며, 이중 자산 10억원 이상 인원은 연평균 139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1인당 보유 재산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각각 97억원, 546천만원, 465천만원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재산이 많다고 해서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주하는 경향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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