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꼴통’ 美추기경의 퇴장… 프레임 뒤에 가려진 진짜 모습?
스스로를 낮추는 '셀프 디스'로 비판자들까지 웃게 만드는 매력
[최보식의언론=김성민 강호논객]
6일(현지시각) 티모시 돌란 미국 추기경이 은퇴하고, 뉴욕대교구를 후임자에게 물려주었다.
티모시 돌란 추기경은 우리에게 보수 꼴통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10여년간 널리 퍼져있는 이야기들을 잠깐 모아본다.
-프란시스코 교황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조롱했다.
-교구 내에서 성(性) 학대 사건이 터지자 은폐하려 했다.
-정치에 깊게 참여하는 맹목적인 트럼프 지지자다.
-찰리 커크를 성 바울이라며 순교자화 했다.
교황을 들이박는 막 나가는 '보수꼴통'이 맞는 거 같다.
그런데 이 내용들이 사실일까? 교황과 싸우는 추기경이 있다는 것부터 의심이 간다. 돌란 추기경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했다. 2013년 보수진영에서 새로운 교황을 '마르크스주의자'로 몰자 방송에 나가 이렇게 말했다.
"교황님은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 복음주의자(Evangelist)입니다."
돌란은 교황과 마찰을 빚은 적이 없었다. 돌란의 말을 과장해서 의미 부여를 했을 뿐이다. 교황 선출 직후, 교황이 추기경단이 탄 버스에 올라서자 돌란이 농담을 던진다.
"성하(聖下), 내일부턴 저희와 같이 안 타시겠죠?"
이런 걸 비꼬는 말로 해석해 공격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직후 "교회가 낙태나 동성애 같은 이슈에만 너무 강박적으로 매달려서는 안 된다"며 "교회가 야전병원이 되어 상처입은 영혼의 상처를 달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돌란은 "교황의 말씀이 맞지만 우리는 여전히 낙태를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교황을 거역한 사건으로 과장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낙태나, 동성애에 찬성한 것이 아니다. 진보 진영에서 마치 그런 것처럼 확대해석 하여 돌란을 공격하는 데 이용했을 뿐이다. 글이 너무 길어지기에 앞서 언급한 내용을 하나하나 밝히지는 않겠다. 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만 못 박아 둔다.
돌란은 진보 진영이 공격하고 싶은 핵심 목표였다. 왜? 꼴통이라서? 아니다. '미디어 마스터'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탁월한 소통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딱딱하고 민감한 주제라도 유머로 풀어 경계심을 무너뜨린다. 셀프 디스는 물론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일상사를 비유로 든다.
왜 미디어가 돌란을 찾냐는 질문에 돌란은 이렇게 말한다.
"카메라가 저를 따라다니는 건 제가 특별히 거룩해서가 아니라, 제 덩치가 커서 화면에 잘 걸리기 때문입니다. 화면을 꽉 채우니 카메라맨이 편하거든요. 배경 세트를 세울 필요가 없죠"
스스로를 낮추는 '셀프 디스'로 비판자들까지 웃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2016년 트럼프와 힐러리가 참석한 알 스미스 만찬에서 특유의 매력이 드러난다. 돌란은 두 경쟁자를 오가며 온화한 유머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두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가 아니라 냉매처럼 차가운 기운을 전달했다고 돌란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의 정치인들은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유머를 구사했습니다. 스스로를 농담의 소재로 삼아 청중의 마음을 얻고 화합을 이끌어냈습니다. 반면 이번 만찬에서 두 후보(트럼프와 클린턴)는 농담의 소재를 자기 자신이 아닌 상대방으로 삼았습니다. 유머가 상대를 깎아내리는 공격적인 수단이 되었고, 이것이 객석의 야유로 이어졌습니다."
유머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다. 돌란은 온화하고 유쾌하며, 지적인 종교인이다. 매력적이기에 대중적 인기도 높다. 바로 그래서 진보진영에서 그를 깎아내리고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다.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적이 된다. 적이기 때문에 온갖 거짓 사실을 붙여 음해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적들이 더 나쁘기 때문이다. 이게 현대 정치의 가장 큰 해악이다.
돌란은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를 응징하는 사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프랭크 브루니는 이렇게 말한다.
"신학적으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지점이 많지만, 그는 타인의 말을 경청할 줄 알고 인간적인 따뜻함을 가진 사람."
돌란은 성소수자들이 교회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1980년 초반, 에이즈의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 돌란은 에이즈에 걸린 동료 사제의 임종을 지키며 기도했다. 죽어가는 사제가 부탁한다.
<"그는 병에 걸린 경위를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우정을 약화시키지 않았다. 나는 그가 죽기 일주일 전에 그와 함께 있었다. 우리는 그의 임종 자리에서 미사를 공동 집전했다.
그는 나에게 "팀, 내가 죽는다는 것을 알잖아. 내가 죽으면 내 유해를 로마로 가져가 주겠어? 캄포 베라노에 묻히고 싶어"라고 말했다. 나는 "물론 그렇게 할게. 어떻게 가져갈지 잘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상관 없어. 유해 옆에 삼부카 한 병만 둔다면, 여행 가방에 나를 데려가도 돼!"라고 말했다.
나는 그렇게 했고, 그는 캄포 베라노에 있다. 내가 로마에 있을 때면, 나는 그의 묘지를 꼭 방문한다." A People of Hope>
돌란은 동성애를 응징하려는게 아니라, 교회의 교리를 지키려는 사람일 뿐이다. 이 점에서 돌란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다를 게 한 점도 없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를 돌보라는 것도 교회의 교리이며 돌란은 조용하고 겸손하게 자기 직무를 수행해왔다.
진영주의는 우리의 눈을 가린다. 휴머니즘 위에 정치를 올려놓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응징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게 막는다. 진실을 외면하려면 양심이 마비되어야 한다.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진실도 통하지 않고, 대화도 가로막혀 있다. 영향력이 있어 보이면 진영주의자가 얼른 달려와 먹칠을 한다. 지금 나는 영성 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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