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왜 집으로 흐를까? .... 부동산을 때리기만 하면 안 되는 이유

이재명의 문제의식, 망국병을 끊으라는 경고

2026-02-04     최보식

[최보식의언론=김정기 세계스마트시티기구 사무총장]

뉴스TVCHOSUN 캡처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무겁다.

“부동산은 더 이상 투기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도하게 부동산에 묶인 자금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

이 발언은 특정 정책을 설명하기 위한 코멘트가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를 오랫동안 잠식해 온 이른바 부동산 망국병에 대한 구조적 진단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선택을 요구하는 경고다. 대한민국은 지금 분기점에 서 있다. 부동산 공화국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자본시장 국가로 전환할 것인가.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 특히 서울은 전형적인 아파트 도시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성냥갑처럼 빼곡히 늘어선 아파트 단지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 풍경 속에서 집은 더 이상 사는 공간이 아니라 버는 수단이 되었다.

한국에서 집은 단순한 주거 수단이 아니었다. 국가는 오랜 기간 국민에게 충분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하지 못했고, 그 공백 속에서 내 집은 개인과 가족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장치로 인식돼 왔다. 문제는 이 정서가 투기 심리와 결합하면서, 부동산이 부를 축적하는 거의 유일한 경로로 왜곡되었다는 데 있다.

특히 서울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구조적으로 부족했고,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기본 원리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그 결과 도시는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계층과 내 집 마련에서 탈락한 계층으로 양분되었고, 부동산은 불평등을 확대하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았다.

솔직히 말해 역대 어느 정부도 부동산 문제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서민을 내세웠던 진보 정부 시기에 집값은 폭등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부동산이 오랫동안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건설 경기를 살리면 단기 성장률은 올라간다. 그러나 그 대가는 치명적이었다. 유동성은 공장과 연구소가 아니라 땅과 집으로 몰렸고, 사회 전체는 투기 심리에 중독되었다.

이재명 대통령 발언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처음으로 “부동산 중심 성장 모델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다. 부동산에 돈이 몰리는 나라는 필연적으로 망가진다. 부동산은 생산하지 않는다. 집값이 오른다고 기술이 생기지 않고, 일자리가 늘지 않으며, 수출이 증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가장 많은 돈, 가장 많은 대출, 가장 많은 정책 에너지가 부동산에 투입돼 왔다.

이 구조는 세 가지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 

첫째, 부동산은 전형적인 제로섬 게임이다. 

집을 가진 사람의 자산은 늘지만, 집을 갖지 못한 사람의 미래는 닫힌다. 사회 전체의 부는 늘지 않는다. 

둘째, 자본의 방향이 왜곡된다. 

돈은 기업으로 가지 않고 아파트로 향한다. 은행 대출은 혁신 기업이 아니라 주택 담보에 묶인다. 이는 경제가 아니라 도박판의 구조다. 

셋째, 세대 간 갈등을 고착화한다.

기성세대는 집값 상승으로 자산을 축적하고, 청년세대는 빚 없이는 출발선에 설 수 없다. 출산율 붕괴의 핵심 원인도 여기에 있다.

해법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집을 다시 사는 곳으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관 합동 전략이 필요하다. 민간은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공급을 늘리되, 용적률과 층고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임대 비율 30% 이상을 포함한 소셜믹스형 아파트로 가야 한다. 정부는 대규모 공공모기지론 아파트, 즉 토지임대부 자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의 지상권은 국민에게 분양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가 이미 입증한 모델이다. 집이 더 이상 로또가 되지 않는 순간, 투기 자금은 시장에서 빠져나온다.

부동산 정책은 곧 인구 정책이다. 청년에게는 역세권 중심의 대규모 임대주택이 필요하다. 이동성과 직주근접은 생존 조건이다. 신혼부부에게는 안정적인 자가 기반이 필요하다. 주거 불안 속에서 아이를 낳으라는 요구는 공허하다. 필자가 제안해 온 ‘용산 U-CITY’ 구상은 단순한 주거 정책이 아니라, 주거 안정과 4차 산업혁명 R&D, 일자리 창출을 결합한 도시, 산업 전략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나온다. 부동산을 때리기만 하면 되는가. 아니다. 돈이 갈 곳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부동산은 규제했지만, 자본의 출구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 발언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핵심은 부동산 규제가 아니라 자본시장으로의 대이동이다.

주식시장은 생산의 통로다. 자본이 기업으로 흘러가고, 기업은 투자하고, 고용을 만들고, 기술을 축적하며, 수출을 통해 국부를 창출한다. 미국, 독일, 일본이 강한 이유는 단순하다. 집을 사면 인생이 바뀐다가 아니라, 기업에 투자하면 사회가 성장한다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배당 강화, 지배구조 개선, 장기 투자 인센티브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부동산이냐, 주식이냐의 문제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아니다. 이것은 국가의 방향 선택이다. 돈이 집으로 가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돈이 기업과 시장으로 가는 나라만이 일자리를 만들고, 기술을 만들고, 다음 세대를 만든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대한민국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토지임대부주택 #집은사는곳 #부동산공화국 #다주택자 #양도세유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