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월급 노예'로 사십니까...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서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회비를 뜯어낼 때 쓰는 그 저렴한 호객 멘트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월급쟁이 시대는 끝났다."
이 멘트는 서점 경제경영 코너의 가판대나, 유튜브 조회수를 노리는 주식 리딩방 사기꾼들의 단골 레퍼토리다. "아직도 월급 노예로 사십니까?"라며 서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회비를 뜯어낼 때 쓰는 그 저렴한 호객 멘트를, 일국의 대통령 입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이는 국가의 경제 비전을 제시한 게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나도 책임 못 지니 각자도생해서 한탕 하라"며 사다리를 걷어차고, 싸구려 투자 설명회 강사로 전직하겠다고 선언한 꼴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보자.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데스밸리(Death Valley)'라는 용어가 있다. 제품은 만들었지만 자금이 말라 죽어가는 죽음의 계곡이다. 현장의 체감 폐업률이 90%에 육박하는 이 지옥도는, 단순히 열정만으로 건널 수 있는 개울가가 아니다. 예비창업패키지니 초기창업패키지니 하며 세금으로 링거를 꽂아줘도, 결국 산소호흡기 떼면 10명 중 9명이 객사하는 곳이 바로 창업 시장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 위험천만한 절벽 앞으로 국민들을 등 떠밀며 "여기가 낙원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이건 경제 정책이 아니라, '전 국민의 불나방화'를 유도하는 집단 자살 교사나 다름없다.
가장 기초적인 경제학의 원리를 짚어보자. 자본주의 생태계는 고용주(공급자)와 노동자(소비자)의 균형으로 돌아간다. 월급쟁이가 사라진다는 건,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가처분 소득을 쥐고 소비를 해줄 '구매자'가 멸종한다는 뜻이다. 전 국민이 사장님이 되어 치킨을 팔고 앱을 만들면, 대체 그 치킨과 앱은 누가 사주는가? 옆집 사장님이? 그 사장님도 물건이 안 팔려서 굶고 있는데?
결국 이재명식 모델은 '호텔 경제학'의 재림이다. 외부의 부가가치 창출 없이, 닫힌 방 안에서 서로의 주머니에 있는 푼돈만 돌려가며 "와, 돈이 돈다"고 착각하는 꼴이다.
공급자만 넘쳐나고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사라진 상황, 우리는 그것을 20세기 초 교과서에서 '대공황'이라고 배웠다. 공급 과잉과 수요 절벽이 만나면 어떤 파국이 오는지, 중학생도 아는 이 상식을 사법고시까지 패스했다는 대통령만 모르는 것 같다. 5년 이상 생존하며 바늘구멍을 뚫은 진짜 사업가들은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아무나 그 바늘구멍을 뚫을 수 있다고 부추기는 건 명백한 사기다.
필자 눈에 가장 기이한 건, 이 말을 뱉은 당사자의 처지다. 이재명 대통령 본인이야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따박따박 고액 월급을 받는 '슈퍼 월급쟁이' 아닌가. 본인의 통장에 찍히는 급여는 당연한 권리이고, 국민들이 흘리는 땀의 대가인 월급은 시대착오적인 유물인가?
이는 마치 "육식의 시대는 끝났다"고 설교하면서 본인 입에는 최고급 스테이크를 썰어 넣는 비건 호소인을 보는 듯한 역겨움을 자아낸다. 본인이 받는 월급은 머릿속에서 삭제해버리는 선택적 기억상실증이 아니고서야 설명이 안 되는 모순이다.
이 정부의 '월급 루팡' 행태는 대통령 혼자가 아니다. 총리라는 사람은 국민 혈세로 월급을 받으면서, 공무를 내팽개치고 남의 장례식 상주 노릇을 하느라 5일이나 자리를 비웠다. 월급쟁이의 시대가 끝났다고? 천만에. 당신들을 보니 '무노동 유임금'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 같다. 일은 안 하고, 책임은 안 지면서, 월급은 꼬박꼬박 챙겨가는 당신들이야말로 진정한 '신의 직장'을 다니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대통령의 말이 맞다고 치자. 월급쟁이 시대가 끝났다면, 대통령부터 솔선수범을 보여라. 오늘부터 당장 월급을 반납하고 '무급'으로 일해라.
성과가 없으면 굶어 죽는 게 당신이 말한 '창업의 시대'이자 '야생'의 법칙이다. 국방비도 제때 지급 못 할 정도로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무슨 염치로 월급을 받아 챙기나. 재테크 서적팔이들의 멘트를 흉내 낼 시간이 있으면 제발 밥값이나 제대로 해라. 국민들은 당신에게 '경제적 자유' 강의를 듣고 싶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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