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간첩을 더 잘 잡고 있는가?...국군방첩사 해체가 묻는 것

방첩사 개혁의 성패는 '권력 분산'이 아닌 '간첩 색출 성과'로 증명돼야

2026-02-02     최보식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KBS 뉴스 캡처

2일 아침 국방일보에 "방첩사 해체 우려를 기우라고 보고 진정한 강군으로 가는 길"이라고 설파한 한국군사과학포럼 고성윤 대표의 글을 보고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같은 시대를 살고 국방을 걱정하면서도, 생각이 반대편에서 보는 사람도 많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방첩사 요원들이 지휘관의 동선을 파악하고 또 낮은 계급에서 예의를 벗어난 일부 방첩사 요원도 있었지만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고 넘어간 적도 있다. 

본인은 육군대학 교관 시절 과거 행태를 분석,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방첩사 소속장교들도 보았고 또 레포트 과제에서 육하원칙에 의해 가장 명료하게 작성하여 제출하는 방첩사 장교를 통해 오랜 보고서 작성이 사람을 이렇게도 변모시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군의 방첩 기능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최근 제기된 국군 방첩 체계 개편 논의는 '권력 남용의 폐해를 끊고 투명한 군으로 가자'는 명분을 앞세운다. 그 취지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안보 개혁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방첩 개혁의 최종 평가지표는 단 하나, "그래서 간첩을 더 잘 잡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동안 방첩 기관은 과도한 권한 집중, 세평 수집, 인사 개입 등으로 군 내부 신뢰를 훼손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수사·신원조사·보안감사를 분리하고, 권한을 여러 기관에 나누는 개편안이 제시된 것이다. 이는 민주적 통제와 견제의 원리를 군 조직에 적용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견제와 균형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수단일 뿐이다.

대공·방첩의 본질은 정치적 중립성이나 조직 개편의 미학이 아니라, 적의 공작을 사전에 차단하고 실체를 밝혀내는 대정보(counter-intelligence) 성과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대공수사권이 기존 기관에서 경찰로 이관된 이후, 과연 '진짜 간첩'은 몇 명이나 적발됐는가.

여기서 말하는 간첩은 단순한 표현물 소지나 접촉 행위가 아니다. 형법상 간첩죄나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과 같이, 실제로 공작망의 일부로 기능하며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런데 제도 전환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이러한 범주의 간첩 적발 성과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수는 집계되지만, 그 안에 포함된 행위의 성격은 매우 다양하다. '검거 인원'이라는 숫자만으로 방첩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문제의 핵심은 개인의 능력이나 의지가 아니다. 대공수사는 구조의 문제다. 장기간의 내사, 해외 정보 연계, 잠복과 감청, 인적 네트워크 축적이 결합돼야 비로소 성과가 나온다. 이러한 기능은 하루아침에 이관되거나 분절돼 작동하지 않는다. 정보와 수사가 분리될 경우, 협조 체계가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으면 정보는 정보로 남고 수사는 수사로 고립된다. 그 사이 적의 공작은 진화한다.

군 내부 방첩 문제를 논하면서 장교 집단의 사고와 교육 문제를 함께 짚지 않을 수 없다. 특정 출신을 지목할 필요는 없지만, 권력에 대한 아부와 줄서기가 생존 전략이 되는 조직 문화는 분명 존재해 왔다. 이것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의 산물이다. 

비판적 사고보다 '무난함'이, 소신보다 '충성 경쟁'이 보상받는 구조에서는 방첩도 오염된다. 간첩을 잡는 기능보다 사람을 관리하고 분위기를 읽는 기술이 중시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방첩 기관은 안보 조직이 아니라 권력 방어 장치로 오해받기 쉽고, 결국 정당한 대정보 기능까지 신뢰를 잃는다. 그렇다고 답이 단순한 해체나 권한 축소일 수는 없다. 

해법은 이중적이어야 한다. 첫째, 정치 개입과 인사 관여의 여지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둘째, 동시에 간첩 색출 역량은 이전보다 더 강력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성과 지표의 명확화다. 연도별로 형법 간첩, 국가보안법 목적수행 사건의 입건·기소·유죄 판결 수를 분리해 공개해야 한다. 

둘째, 정보 공유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공작 정보를 넘겼는데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경우, 어느 기관이 왜 실패했는지 제도적으로 점검돼야 한다. 

셋째, 전문 인력의 장기 육성이다. 대공수사는 순환보직으로 대체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방첩 개혁은 군을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시험대이자, 동시에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를 재설계하는 작업이다. 이 개혁이 성공했는지는 선언이나 구호가 아니라, 몇 년 뒤 우리가 적의 공작망을 얼마나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는지로 판가름날 것이다. 권력 분산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안보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간첩을 잡지 못하는 방첩은, 아무리 투명해 보여도 강군이 아니다.

특무대장 김창룡 장군은 6·25직전 간첩을 잡아내어 숙군에 기여했다. 그분의 회고록을 보면 무지막지하게 간첩을 잡아들인 것 같아도 대단히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계획하에 증거를 제시하여 상대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잡았다. 

그분의 ‘숙명의 하이라루’라는 회고록은 미망인이 원고를 갖고 있다가 펴냈다. 이번 달 27일에 김창룡 특무대장 세미나가 명동은행회관에서 오후 2시에 개최된다. 나라 안보를 걱정하고 간첩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관심이 있는 분들은 많이 참석하여 배웠으면 한다.

비상계엄과 관련하여 파면된 707특임단장의 파면을 보고 명령을 이행한 단장은 파면하고 지시한 사령관은 해임한 조치에 대하여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 이해찬 전 총리 장례에 군의장대를 동원한 것에 대해서도 어떤 자격과 공적으로 군의장대가 동원되어야 했는지 말들이 많다. 이래저래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하다.

국방일보가 신문으로서 한계도 있겠지만 장병들의 안보의식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게재해야 할 것이다. 온통 용비어천가만 늘어놓으니 별로 참고할 내용이 없다. 전방에서 가서 물어보면 국방일보를 눈여겨보는 현역 간부들은 별로 없는 듯하다. 

일반 주류 신문도 헛다리 짚는 사설이 많은데 국방일보야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 국방일보는 현역 간부들보다는 군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 예비역 간부들을 위해서 목소리를 전달하는 목적이 더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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