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의 절묘한 회색?

위기의 순간에 책임을 지는가, 아니면 안전한 거리에서 돌을 던지는가

2026-02-01     최보식

[최보식의언론=최인식 정치칼럼니스트]

뉴스TVCHOSUN 캡처

아래 글은 본지의 입장이 아닙니다.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게재합니다. (편집자)

오세훈 "장동혁 즉각 물러나라...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어"

정당이 가장 어려울 때 정치인의 본색이 드러난다. 위기의 순간에 책임을 지는가, 아니면 안전한 거리에서 돌을 던지는가. 

최근 국민의힘 내부 갈등 국면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여준 모습은 안타깝게도 후자에 가깝다. 그는 장동혁 대표의 결정을 두고 "자멸의 길", "사당화", "홍위병"이라는 극단적 언어를 동원했다. 듣기에는 통쾌할지 모르나, 그 말 속에 책임은 없고 계산만 남아 있다.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행보는 늘 절묘하게 회색이다. 이길 때는 당의 간판을 달고, 질 것 같으면 한 발 물러나 '합리적 비판자'의 자리를 선점한다. 당이 단결해야 할 순간마다 그는 늘 도덕적 고지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도덕적 분노는 왜 항상 자신이 책임질 일은 피해 간 뒤에만 터져 나오는가.

당 대표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면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그것이 집권을 꿈꾸는 정당인의 최소한의 의리다.

그러나 오 시장은 당이 갈라지는 장면에서조차 '나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국민 앞에 먼저 내놓았다. 이는 쇄신이 아니라 분리이고, 용기가 아니라 계산이다. 정치가 신뢰를 잃는 순간은 바로 이런 태도에서 시작된다.

더 큰 문제는 오세훈 정치가 시대와 어긋나 있다는 점이다. AI 시대의 리더십은 빠른 판단, 분명한 책임, 그리고 공동체적 결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오 시장의 정치에는 늘 여지가 남아 있고, 퇴로가 준비돼 있다. 혁신을 말하지만 위험은 감수하지 않고, 통합을 말하지만 결정의 순간에는 거리를 둔다. 이것이 과연 미래 정치인가.

정치는 인기 관리가 아니라 책임의 예술이다. 특히 제1야당이라면 내부 갈등을 외부 공격의 재료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오세훈 시장의 이번 발언은 당을 살리기 위한 충언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한 분리 선언에 가깝다. 그래서 국민에게는 원칙으로 보이지 않고, 기회주의로 비친다.

필자는 그동안 오세훈을 지지해 왔다. 합리적 보수, 도시 행정가로서의 경험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며 그 기대를 접는다. 의리가 없는 정치, 책임을 회피하는 리더십, 눈치만 보는 회색 정치로는 위기의 대한민국도, 위기의 보수도 이끌 수 없다.

당이 흔들릴 때 함께 흔들리지 않는 정치인, 칼은 들되 피는 묻히지 않으려는 정치인. 그런 정치인은 결국 아무도 지키지 못한다. 오세훈 정치의 한계는 바로 여기다. 이제는 남을 향해 "물러나라"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그 질문을 던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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