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의 '실패'를 우리도 반복하는가?...예비역 장군의 직설

침공을 부르는 전략적 환경을 젤렌스키가 스스로 만들었다

2026-01-31     김선래 기자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연합뉴스TV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7년까지 EU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EU 가입을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체의 핵심 안보 보장"이라 규정하며, 전쟁 종식 협정문에 가입 날짜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발언은 미래 전략이 아니라 과거 판단의 실패를 자인하는 선언이다. 지금의 EU 가입 집착은 우크라이나가 왜 이 전쟁을 피하지 못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했기 때문에 전쟁이 발발한 것은 맞지만, 침공을 부르는 전략적 환경을 젤렌스키가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국가전략과 이익을 고려하지 않아 손해를 본 경우가 있었다. '주한미군 서울에서 나가라' 하는 바람에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에서 이전사업비를 한미행정협정(SOFA주둔군지위협정)에 따라 우리가 부담한 것은 그래도 나았다. 

주한미군이 차지하고 있던 90여 개의 기지를 통폐합하여 절반으로, 4,000만 평을 2,000만 평으로 줄였고 토지를 불하하여 기지이전 비용에 충당할 수 있었기에 용산을 공원으로 만들어도 국가 경제에 큰 재정적 부담은 지지 않았다. 

국가전략에는 철칙이 있다. 강대국 사이에 낀 국가는 가장 위협적인 목표를 마지막에 선택해야 한다. 이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분명했다. 서방 진영 편입, 민주국가로의 완전한 전환, 러시아로부터의 탈피. 이 목표 자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이 목표를 달성하는 순서를 완전히 잘못 설계했다. 그는 EU가 아니라 NATO를 먼저 택했다. 이는 전략적 자살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NATO 가입은 안전보장이 아니라 안전보장이 완성된 이후에만 가능한 카드다. 국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NATO 가입을 선언하는 것은 방패를 드는 행위가 아니라, 적의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였다. 

러시아에게 NATO는 단순한 군사동맹이 아니라 체제 위협이며, 우크라이나의 NATO 접근은 전쟁 명분으로 충분했다. 왜냐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이 나토를 1인치도 동진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수차례 어겼을 때 양해하면서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만은 안 된다고 계속 경고장을 발표했다. 

젤렌스키는 이를 몰랐거나, 무시했거나, 혹은 서방이 대신 싸워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어느 쪽이든 지도자로서 치명적 판단 오류다. 그러한 사실은 우크라이나 국방개혁에서도 그대로 반영이 되었고 그들은 나토가 도와줄 것을 전제하고 개혁을 했다.  

그 넓은 땅을 25만 명으로 지키면서 도시 위주 방어를 하고 도시와 도시의 간격은 게릴라전을 택하며 나토가 도와주러 올 때까지 방공망을 정비하는 국방개혁을 했지만 치명적 과오는 2013년에 취한 징병제 폐지였다. 

징병제 폐지는 상비군의 숫자를 줄였고 상비군 숫자 감소는 자동적으로 예비군 숫자를 줄였다. 러시아의 침공을 예상하면서도 군사적 조치는 반대로 했다. 

EU는 군사동맹이 아니라 경제·제도 공동체다. 러시아는 EU 확장에 불만을 표했지만, 전쟁으로 대응한 적은 없었다. 우크라이나가 EU 중심 전략을 먼저 택했다면, 다음과 같은 완충지대를 만들 수 있었다. EU 단일시장 접근, 구조기금 유입과 산업재건, 법·제도 안정화, 외국인 투자 확대, 국가 재정 체력 강화 등이었다. 

이는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국력을 축적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였다. 일정 수준의 국력이 확보된 이후 NATO 가입을 논의했다면, 러시아는 침공이라는 선택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젤렌스키는 안전한 수단을 버리고, 가장 위험한 수단을 먼저 꺼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 부분이 전쟁의 구조적 원인이다. 이러한 사실은 처음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지적했던 사실이었다. 

전쟁이 발발하여 국토는 20%를 상실하고 국민은 흩어지고 나라가 피폐해진 뒤 젤렌스키는 EU 가입을 "안보 보장"이라 부르고 있다. 이는 전략의 전환이 아니라 전략 실패의 흔적이다. NATO는 막혔고, 트럼프는 미국의 기업체가 들어가서 재건을 돕겠다 하지만 미군의 주둔을 통한 안전보장과 개입은 불확실하며, 국가는 전시경제에 갇혔다. 

이제 EU만이 남은 유일한 탈출구가 된 것이다. 그러나 EU 가입은 지금이 아니라 전쟁 이전에 했어야 할 선택이었다. 오늘의 선언은 미래를 여는 문이 아니라, 과거의 오판을 가리는 장막에 가깝다.

지도자는 도덕적 상징이 아니다. 지도자는 국가의 비전과 시간, 그리고 전략목표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젤렌스키는 올바른 방향을 바라보았으나, 치명적으로 잘못된 순서를 택했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국토는 파괴되었고, 인구는 유출되었으며, 경제는 붕괴되었고 국가는 외부 지원 없이는 존립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전쟁의 책임을 모두 러시아에 돌리는 것은 편하지만, 전략적 무능의 책임까지 지울 수는 없다. 국가를 잃는 전쟁은 대부분 전장에서가 아니라 회의실에서 시작된다.

젤렌스키의 EU 가입 선언은 우크라이나의 미래보다, 우리의 미래를 더 경고한다. 강대국 사이에 선 국가는 정의로운 구호보다 냉정한 순서를 선택해야 한다. 국가 전략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이며, 용기가 아니라 인내다. 

우크라이나의 폐허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옳은 목표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목표를 향해 가는 올바른 순서다." 그리고 그 순서를 잘못 택한 지도자의 대가는 언제나 국가가 치른다.

우리 군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시도하면서 이 대통령 임기 내 반드시 찾아오겠다고 하였다. 중국 포위와 인도태평양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주한미군 대신 북한군에 대해서는 한국군이 책임지라는 미국의 전략 방향과 일치한다. 다만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말을 우리가 먼저 해 미군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점을 스스로 팽개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가 방위비를 분담하고 4개 권역에 2,000만 평의 기지를 제공하는 것은 전쟁을 억제하는 큰 틀은 동일한데 우리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협상의 여지를 스스로 내려놓은 듯한 생각이 든다.

 

rokpanzer@gmail.com


#우크라이나전쟁 #국가전략 #EU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