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장수 어디가 많을까...의료혜택 좋은 도시와 부족한 농촌?

박정원의 실버벨

2026-01-30     최보식 편집인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최보식 편집인]

SBS 뉴스 캡처

한국의 초고령 노인(수퍼 센테내리안: Super-Centenarian)들은 100세 이상 의료 서비스가 제한적인 농촌 지역에 많이 살까, 아니면 의료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대로 받을 수 있는 도시에 많이 거주할까?

만약 농촌에 많이 살고 있다면 장수는 의료 기술과 상관없다고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2025년 12월 기준, 행안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상으로 100세 이상은 8,726명으로 확인된다. 이는 2024년 기준 통계청 국감자료에서 100세 이상 인구가 7,740명이라고 보고한 것과 비교하면 거의 1년 남짓한 기간에 수퍼센테내리안이 1,000명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추세로 증가한다면 2028년쯤에 한국의 수퍼센테내리안이 1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지금은 국가데이터처)은 2030년엔 1만 2,000여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100세 이상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는 경기도가 2,039명, 서울 1,413명, 경북 565명, 인천 549명, 전남 534명 순이다. 인구가 많은 곳에 100세 이상 인구도 많이 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전체 인구 대비, 즉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가 높은 지역으로 나눠서 분류하면, 전남이 30명으로 가장 높고, 그 뒤를 이어 제주 29.63명, 강원 28.83명, 전북 25.92명, 경북 22.54명 등이다. 

전체 고령자 수로는 전남이 534명(인구 177만 9,135명), 제주 197명(66만 4,792명), 강원 435명(150만 8,500명), 전북 447명(172만 4,856명), 경북 565명(250만 6,526명) 등이다. 

의료 서비스 접근이 제한된 농촌 지역에 100세 이상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봐도 비슷하다. 세계의 장수촌으로 불리는 블루존도 전부 농촌 지역에 속한다. 

그렇다면 장수는 의료 서비스와 무관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 결론부터 얘기하면, 장수의 단계에 따라 의료의 역할이 달라진다고 봐야 한다. 장수는 의료 혜택과 전혀 상관없다 라고 주장하면 과학적으로 틀린 것이다. 

의료 혜택은 평균, 혹은 기대수명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한다. 하지만 95~110세까지의 초고령자에게는 의료보다 선별된 생존자 특성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이를 해석하는 데 몇 가지 이론이 있다. 

우선, 생존자 농축(집중) 효과(Survivor selection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농촌이라는 상대적으로 의료 취약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미 여러 열악한 환경을 경험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더 건강하거나, 유전‧체력‧사회경제적 조건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존 집단만 떼어놓고 보면, 애초의 전체 집단보다 건강 수준이나 생존력을 인위적으로 농축한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계적으로 생존 편향(survivor bias) 혹은 선택효과(selection effect)라 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농촌은 역사적으로 의료 접근이 제한돼 있고, 감염이나 영양, 노동 부담은 매우 높은 환경이다. 건강이 약한 사람은 70~80대 이전에 이미 사망했고, 본래 강한 체질을 지녔거나 회복력이 높은 사람만 100세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농촌이 장수를 만들었다기보다 장수 가능한 사람만 남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해석하는 게 더 적절할 수 있다. 

둘째로, 의료는 연명 장치이지 초장수 제조기는 아니다. 의료의 역할은 주로 감염병 사망을 줄이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계 사망을 감소시키고, 암을 조기 발견하거나 치료해서 사망률을 낮춘다. 이는 60~85세까지의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90세 이후부터는 치료 강도가 낮아지고, 수술이나 항암‧중환자 치료의 순효과가 급격히 줄어든다. 다시 말해 90세 이후부터는 수술해 봐야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의료는 더 많은 사람을 노인이 되게 하지만 누구나 100세까지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농촌에 의료가 필요없다는 뜻이 아니라 의료가 환경이나 장수 문제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장수를 연구하는 노화학자들은 기대수명 연장에는 의료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지만 최상위 장수층들은 의료보다는 유전이나 평생 누적된 환경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사실을 장수촌 연구 결과 실제로 확인하고 있다. 

세계의 장수촌이라 불리는 블루존과 같은 농촌의 장수 지역에 반복적으로 보이는 공통점은 ▲평생 신체활동 ▲식사량 절제+단순 식단 ▲사회적 역할 유지 ▲수면 리듬 안정 ▲스트레스의 만성화가 적은 사실 등이다. 의료의 영향은 없다. 

이러한 사항은 농촌보다는 오히려 도시에 살면서 의료 혜택과 함께 누리면 더욱 장수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도시형 실버타운에서 프로그램 설계하기에 따라 더욱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 접근의 제한성과 관련, 현재 진행되고 있는 흥미로운 연구가 <네이처> 1월 27일자에 ‘Still working at 107: supercentenarian study probes genetics of exterme longevity (107세에도 여전히 일하고 있는: 수퍼센테내리안 연구가 초장수 유전학을 조사한다)’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논문의 원제목은 ‘Insight from Brazilian supercentenarians (브라질 수퍼센테내리안으로부터의 통찰력)’으로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한 예비 보고서를 냈다. 

과학자들은 ‘DNA Longevo(포루투갈어로 장수하는 DNA라는 뜻)’라는 연구 주제로 현재 모집 중인 참가자들 중 이미 160명이 넘은 100세 이상 노인의 유전체 서열을 분석해서 공개했다. 참가자 중 20명은 110세까지 생존하고 있는 수퍼센테내리안이다. 

이들의 특징은 첫째, 평생 특별히 건강한 식단이나 운동 습관을 갖거나 고급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들은 오히려 참가자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그들의 회복력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참가자 중 상당수는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이 혼합된 조상을 가지고 있었다. 100세 이상 장수자의 건강을 조사한 대부분의 연구에서 유전적으로 동질적인 인구 집단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장수 연구에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브라질 연구에서는 유전적으로 다양한 혈통을 가진 수퍼센테내리안들이 조사 대상으로 참가했다. 

또 다른 특징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제한적인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건강을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이는 건강한 노화가 최신 표적 치료나 조기 검진 덕분이 아니라 다른 요인에 의해 촉진되었음을 시사한다. 

참가자 중에는 2025년 4월 세상을 떠난 당시 116세로 세계 최고령자로 인정받았던 이나 카나바로 루카스(Inah Canabarro Lucas) 수녀도 포함됐다. 다른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설탕이나 지방 섭취를 제한하지 않았다. 초콜릿도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사례는 106세 할머니로, 70세에 수영을 시작해서 30년 뒤인 100세에 첫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장수가 집안의 내력인 할머니는 100세가 넘는 두 명의 여동생과 110세의 이모가 있었다. 이들은 특히 다른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같은 환경을 공유한 것도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장수는 생애 단계별로 기여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출생부터 20세까지는 의료‧유전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20~50세까지는 생활 습관이 운명을 가르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50~75세까지는 의료의 골든타임으로 불러도 괜찮은 시기이다. 장수와 관련 의료 효과가 가장 큰 시기인 셈이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의료보다는 유전적 요소와 누적된 생활환경이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장수는 하나의 요인이 아니라 생애 단계별 변수가 바뀌는 릴레이 구조인 것이다. 여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운도 작용한다. 

 


#수퍼센테내리안 #초고령사회 #장수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