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써준 글을 언론매체에 기고하는 이들에게

컵라면을 끓인 라면보다 맛있게 먹으려면

2026-01-29     박묘숙 기자

[최보식의언론=곽대중 개혁신당 당대표 비서실 팀장]

인공지능이 생성한 삽화

AI의 힘을 빌려 글을 쓰는 걸 전혀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좀 탐탁찮게 여겨지는 부분은 있다.

인간의 노력이 전혀 없이, AI가 써준 글을 그저 긁어 붙여 자기가 쓴 것처럼 이름표만 붙이거나, 심지어 그것을 매체에 기고하는 경우다.

오늘 어떤 사람이 쓴 칼럼을 보니 논리 구조가 제법 탄탄하고 전문적인 용어가 가득하다. '이 사람이 이렇게 글을 잘 썼던가?', 혹은 '이 분야의 전문가였던가?' 싶어 그가 이삼 년전에 썼던 글을 찾아보니, 최근에야 비약적(!) 성장을 거둔 것을 알 수 있었다. 짐작컨대, 베낀 것이다.

비난하려는게 아니다. AI가 써줬다는 사실을 '걸리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려 한다.

첫째, AI가 써준 글은 논증 구조가 지나치게 매끄럽다.

"그럼 논리적으로 쓰지 말란 말이냐"라고 반발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 AI가 써준 글은 지나치게 '균질'하다. 사람이 쓴 글은 기-승-전-결 논리 구조를 갖추더라도 그중 하나 좀 튀어나오는 부분이 있다. 감정이나 경험이 개입하다보니 그러는 것인데, 사람이 쓴 장문의 글은 균질하지 않음으로써 목에 걸리는 느낌이 있지만, 거기서 '글맛'이 느껴진다. AI가 쓴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균질함으로써, 밍밍한 '초고온 살균 우유'를 마시는 느낌이랄까.

AI가 써줬어도 거기에 살짝 자기 감정이나 경험을 녹여 넣어 보시라. 문장의 흐름이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들겠지만, 흔들리니까 사람이다.

둘째, AI가 써준 글은 무의미한 영문 병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요즘엔, 전문어가 아닌데도 굳이 영문 병기를 많이 한 글을 보면 'AI가 써줬구나' 생각한다. 영문 병기가 많으면 멋져 보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리 멋져 보이지 않는다. 모자란 밑천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셋째, 정책 담론을 담은 글에서 AI가 상투적으로 제시하는 '해외 모범 사례'들이 있다. 주로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예를 들면서 "교과서적으로 안전한" 사례를 드는데, 역시 그러면 'AI가 써줬구나' 하고 느낀다. AI는 갈등을 축소하고 '정답처럼 보이는 사례'만 고르는 경향이 크다(라고 AI가 알려줘서 덧붙인다).

넷째, AI가 쓴 글은 문장 리듬이 일정하고 '말맛'이 없다. 인간이 글을 쓸 때는 자기 머릿속으로 말을 굴리면서 그걸 글로 풀어내는 법인데, AI는 그런 과정이 없으니 외풍 없는 방안에 촛불 하나 켜놓은 느낌이다. 말맛이 없으니 글맛도 떨어진다. 

정 AI가 써준 글을 자기 칼럼으로 삼고 싶으면, 입으로 한번 읽어보고 다시 쓰시길 권한다. 스스로도 '재미없다' 느껴질 것이고, 우리가 평소에 쓰는 언어 표현대로 중간에 약간 추임새를 넣어보면, 봉지에 적힌 레시피대로 끓인 라면보다 '나만의 첨가물'을 넣은 라면처럼 더 맛나게 느껴진다.

글쓰는 일을 업으로 했던 사람으로서, AI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내내 고민한다. 결국엔 더욱 '사람답게' 쓰는 글이 오래 살아남고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지 않을까 싶다.

잘나 보이기는 쉬운 시대가 되었다. 

못나 보이기가 오히려 어렵다.

어려운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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