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략 ... '이혜훈 사태'는 왜 국힘의 자충수가 됐나
이혜훈 지명과 낙마 과정에서 가장 큰 내상을 입은 쪽
[최보식의언론=박혜범 강호논객]
깊은 밤, 짙은 어둠 속에서는 사람의 실체를 분간하기 어렵다.
얼굴이 어떠한지, 손에 무엇을 들고 있는지,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그리고 그 그림자가 어떤 모습인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러나 성냥불 하나 켜 드는 순간, 불빛 안에 들어온 사람들의 실체와 그림자는 동시에 드러난다.
더 흥미로운 점은, 불빛에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모습이 더 선명해지고, 그림자 또한 더 크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3주 전,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필자는 “이재명이 세운 피뢰침”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 글의 요지는 단순하다.
이혜훈의 지명은 통합도 실용도 아니다. 특정 지점으로 벼락을 유인하기 위해 세운 정치적 피뢰침이며, 그 피뢰침에 실제로 타격을 입는 쪽은 이재명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리고 지금, 모든 흐름은 그대로 흘러왔다.
이혜훈 지명과 낙마 과정에서 가장 큰 내상을 입은 쪽은 민주당도, 이재명도 아니다. 국민의힘이다.
왜냐하면 이번 사태는 이재명의 인사 실패가 아니라,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지난 세월 동안 어떤 인물을 반복적으로 선택해 왔는지를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이혜훈을 통해서 국민의힘이라는 깊은 어둠의 방에 성냥불 하나를 켜 들었다.
그 불빛 속에서 이혜훈 개인의 실체뿐 아니라, 그 방 안에 함께 서 있던 사람들의 얼굴과 그림자까지 동시에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이혜훈을 다섯 번이나 공천했고, 세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이른바 국민의힘이라는 보수 정당 구조의 문제다.
그런 정당의 인물이 각종 의혹과 비리, 갑질 논란의 종합 세트로 무너졌다. 국민은 그 과정을 보면서 놀라며 혀를 찼다.
그 결과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키워온 인물들 가운데, 과연 온전한 사람은 누구냐는 것이다.
이 의심은 필연이다. 그리고 이 의심은 다가오는 모든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심판하는 기준점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재명이 설계한 피뢰침 정치의 핵심이다.
야당이 이재명을 공격하면 할수록, 그 칼끝은 되레 자기 가슴을 향한다. 완벽한 자충수다.
이혜훈 개인의 탐욕과 국민의힘의 어리석음이 겹치면서, 이재명의 성냥불 하나 켜는 계략에 걸려 야당은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선택했다.
벼락은 이혜훈에게 떨어졌지만, 감전된 쪽은 국민의힘 전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이 난관을 뚫고 나갈 길은 있는가?
전화위복의 길은 있다. 딱 하나가 있다.
당명을 바꾸고 천막 농성을 한다고 해서 진정성이 생기지 않는다.
믿어줄 국민도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국민 사과다.
그리고 모든 선거에서 ‘제2, 제3의 이혜훈’을 걸러내는 구조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더 나아가 여야를 막론한 고질적 병폐, 뇌물 공천을 원천 차단하는 안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검증받으면 된다.
한마디로 지금 뉴스를 달구고 있는 뇌물 공천은 김경 서울시 의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인 현상이며 특화된 먹이사슬의 병폐다.
방법은 분명하다. 지금과 같은 하향식 공천을 전면 폐기하고, 100% 상향식 공천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당 지도부나 중진, 지역구 의원이 후보를 정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후보를 선택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상향식 공천제도에 반대하는 모든 의원은 ‘제2의 이혜훈’으로 규정하고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선언하면 된다. 모든 선출직 공천권을 당이 아니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확실한 선언을 하라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속임수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진짜로 국민이 후보를 선택하는 시스템을 선점하지 못하면, 국민의힘은 다음 선거에서 필패한다.
이재명이 세운 피뢰침의 위력은 여전히 유효한데, 국민의힘은 아직도, 벼락이 왜 자기 머리 위로 떨어지는지조차 모른다.
국민의힘이 공천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다음 벼락도 반드시 자기 몫이 될 것이다.
이재명 기획 연출, 이혜훈 매개체, 국민의힘 구조적 책임자라는 구도가 이미 훤히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이혜훈의 부조리를 이재명의 인사 실패로만 돌리고 있는 국민의힘을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스스로 멸망의 방향으로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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