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사태' 양쪽 다 순수하지 못했다...40년 언론인의 시선
누구의 실패인가? 왜 실패했나?
[최보식의언론=김세형 언론인]
보수진영 3선 국회의원 이혜훈을 기획예산처장관으로 발탁해 통합의 정치를 보야주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이재명대통령이 국회청문회를 지켜보자더니 결국 임명 철회란 단안을 내렸다.
이는 누구의 실패인가? 왜 실패했나?
청와대나 발탁에 응한 이혜훈이나 한번쯤 이번 사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입장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용의 정신을 과시하면서 가장 예민한 국가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인물을 보수진영에서 뽑아 자신의 정치 철학을 증명해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예산(재정)에 관한 이 대통령의 정치철학은 무엇인가?
재정주도 성장이다. 국민세금으로 거둔 돈과 모자라면 빚을 내서라도 약자에게 돈을 나눠주는 쪽을 초지일관 강조하고 있다. 성남시장 때부터 청년기본소득을 나눠줬고 윤석열 후보과 겨룰때는 전국민에게 기본소득 10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했다가 선거에서 졌다.
작년 대선공약으로 농어촌기본소득을 내세우고 지역화폐 발행을 공약했다. 기본소득은 스위스 스웨덴과 미국 일부 주에서 실험해봤다가 아무런 성과없이 국가 부채만 늘린다며 모두 접었던 '퍼주기'다.
이대통령은 공약대로 올해 예산에서 인구감소지역 군단위 거주민에게 농촌기본소득 1인당 15만원, 3식구일 경우 45만원을 주는 정책 실험에 돌입했다. 지역화폐도 발행하느라 국가예산에서 거액을 배정했다.
이런 일을 하는 장관으로 민주당이 아닌 국힘 출신 보수쪽 인물을 뽑아 정당성을 입증하고 싶었는것 같다. 일석이조로 정치적 통합정신의 모델로 삼으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혜훈은 마침 기본소득 지역화폐 발행은 국가부채를 늘리는 망국적인 아이디어라고 국회의원 시절부터 이재명 후보를 맹비난했다. 윤석열 탄핵반대 시위대에 참가해 '윤어게인'을 부르짖었다.
이런 인물을 발탁해 사상적으로 감복시켜 나랏돈을 펑펑 쓰는 기본소득 지역화폐의 기수가 돼준다면 정치적 승리의 심볼로 할 수 있다고 수준 높은 계산을 하지 않았을까.
이재명 정부에는 보수진영에서 뽑아온 인물이 두명이 있다. 한명은 윤석열 정부 내각에서 그대로 자리를지킨 송미령 농림부장관이고 다른 한명은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다.
송 농림장관의 경우 보수나 진보나 농업정책이 별로 달라질 게 없다. 농어민을 잘 보호하고 소득을 높여주는 정책만 잘하면 그걸로 끝이다. 송미령은 그역할을 영리하게 잘하고 있고 만나보면 기분좋은 인물이다.
이석연은 다르다. 보수의 가치를 꿋꿋하게 유지해나가고 있다. 정청래의 사법개혁에 큰 목소리로 반대하고 지금도 판검사를 처벌하려는 "법왜곡죄를 도입하면 안된다"고 큰 목소리로 외친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도 2차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소신을 주장하고 있다. 얼마 전 조선일보와 한페이지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비판하자 강훈식 비서실장을 보내 유감의 뜻을 전하자 "생각이 틀리면 언제든지 자리를 그만두겠다"는 친전을 대통령에게 보낸 일화도 있었다.
기왕 대통령이 정치적 통합을 국민에게 증명하려면 예산처장관도 제2의 이석연을 찾았어야 했다.
역사적으로 정적이나 대통령과 다른 가치를 가진 장관을 기용해서 160년이 경과한 지금까지 칭송의 대상이 되는 케이스는 미국의 링컨대통령이다. 그는 국방· 재무장관을 그에게 대드는 인물들로 채웠다. 남북전쟁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통령이 자신을 낮췄고 그래서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게 되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링컨의 모델을 따르고 싶었을까. 그러러면 장관 자리를 탐내 자신의 가치를 헌신짝처럼 버릴 인물을 뽑으면 실패는 예정된 경로다.
보기에 상품성을 갖춘 그럴듯한 인물을 뽑아 출세욕이라는 탐욕을 미끼삼아 정치적 가치나 철학을 헌신짝처럼 버릴 인물을 갖다놓으면 그건 반(反)링컨적이다. 이혜훈이 그런 케이스 같다.
KDI연구원으로 실력을 닦고 미국 유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인물이 국가부채를 늘려선 안된다고 평생을 주장하더니,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지역화폐 등 재정을 펑펑쓰는 걸 지지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바람이 불기전에 풀이 드러누웠다. 바로 그렇게 딱 맞춰줄 변화의 명수임을 알고 발탁했다면 동기가 순수하지 않다.
이혜훈 후보는 2020년이후 5년간 각종 선거에서 낙마한 후 쉬는 기간이 오래돼 장관자리가 탐나서 청문회때 불거질 자신의 허물을 뒤돌아보지도 않고 OK했을까. 이건 어리석음의 표본이다.
자신이 지난 여름에 한 일을 모르는 자가 누가 있겠는가? 청와대 검증팀도 동기가 순수했더라면 왜 그 허물을 못 파헤쳤겠나.
탐욕에 눈이 어두워 자기합리화를 하고 얄팍하게 변명하면 넘어갈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국민을 얕보는 것이며 무서운 착각이다.
그전에 김병기는 보좌관 갑질로 , 강선우는 공천헌금 1억을 뇌물로 받았다가 돌려준 4년전의 사건으로 제명당하는 게 이혜훈 눈에는 안 보였나. 보좌관 갑질은 김병기보다 몇배 험악했고 아파트부정당첨으로 인한 이득 40억원은 강선우의 허물보다 40배는 컸다. 스스로 내려놨어야 했다.
청와대도 더 기다릴 것도 없었다. 청문회는 무슨 망신을 사려고 했을까. 아들부부가 불화로 금방 갈라질 것 같아 미혼으로 둔갑시켜 청약가점을 올렸다는 설명은 차라리 슬펐다.
자칫하다간 청약무효 조치라도 내려진다면 이 일의 시작과 끝은 무엇인가. 이번 사태에서 "스스로를 알고 멈추면 위태롭지 않다"는 옛 경구가 천둥소리로 들린다. 최소한 청와대 검증팀은 징계를 받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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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임명취소, #청와대검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