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앞둔 협상가가 전장에서 쫓겨난 이유... 탄핵의 추억
보고 싶은 것만 기억하려는 확증편향이 얼마나 지독한가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글을 쓰다 보면 가끔 펜을 멈추게 된다. 인간의 기억력이란 얼마나 형편없는가. 혹은 보고 싶은 것만 기억하려는 확증편향이 얼마나 지독한가. 그 사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지금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미국을 향해 “동맹국 등에 칼을 꽂는 나쁜 놈들”이라며 관세 폭탄을 비난한다. 그런데 9개월 전, 시계바늘을 지난해 4월 25일로만 돌려봐도 그 비난이 얼마나 허망한지 알 수 있다. 그날은 대한민국 경제가 ‘승리’를 목전에 둔 날이었다.
당시 외신과 국내 언론을 장식한 헤드라인을 찾아보라.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를 옆에 두고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국과의 협상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협상장에 일찍 왔고, 최고의 제안(Best offer)을 가져왔다. 그들은 ‘A-게임(최상의 수준)’을 보여줬다. 이르면 다음 주에 합의할 것이다.”
미국의 경제 사령탑이 협상 상대국을 향해 “너희가 최고다”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팀이 미국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국익을 지키는 묘수를 던져 판을 주도했다는 뜻이다. 험악한 보호무역 파고 속에서 한국이 ‘면제’ 혹은 ‘최혜국 대우’라는 옥동자를 낳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여의도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낭보가 전해지자마자 민주당은 최상목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밀어붙였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무능해서? 아니다. 베센트의 말대로라면 ‘너무 유능해서’ 문제였던 것이다. 다음 주에 협상이 타결되고 경제 불확실성이 걷히면, 다가오는 대선 판도가 여당에 유리해질까 봐 공포를 느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협상 대표의 직무를 정지시켜 도장 찍는 손을 묶어버리는 ‘탄핵’ 카드를 꺼냈다.
최 부총리는 선택해야 했다.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헌재 판결이 날 때까지 수개월간 직무가 정지된다. 협상 테이블은 엎어지고 국익은 증발한다. 결국 그는 “식물 부총리가 되어 나라에 짐이 될 수 없다”며 스스로 사표를 던졌다. 협상 타결을 목전에 두고 장수가 전장에서 강제 퇴장당한 것이다.
이것은 견제가 아니다. ‘국정 테러’다. 밖에서는 치열한 외교전 끝에 승기를 잡고 돌아오는데, 안에서는 “네가 이기면 선거판이 흔들린다”며 아군의 등에 칼을 꽂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관세 협상이다. 그때 매듭 짓지 못한 협상의 공백을 틈타 미국의 압박은 다시 거세졌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미국이 나쁘다”고 욕한다.
기억해야 한다. 4월 25일, 미국은 한국에게 “Best”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국 경제에 “탄핵”을 날렸다. 우리가 겪어야 할 경제적 고통은, 미국 탓이 아니라 국익보다 표 계산이 먼저였던 민주당의 발목잡기가 만든 결과물이다.
지난 4월 25일의 팩트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은, 지금의 위기를 논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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