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진짜 베네수엘라行...무슨 일이?

라면 비싸면 '국가 라면' 만들고, 옷 비싸면 '국가 제복' 입힐 텐가

2026-01-20     박주현 객원논설위원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국내 생리대의 가격 문제와 관련해 "해외 생리대보다 우리나라가 40% 가까이 비싼 것 같은데, 싼 것도 만들어 팔아야 가난한 사람도 쓸 것 아니냐"며 "아주 기본적인 품질을 갖춘 생리대를 싸게 위탁생산해 무상 공급하는 방안을 연구해보라"고 지시했다. (편집자)

라면 비싸면 '국가 라면' 만들고, 옷 비싸면 '국가 제복' 입힐 텐가.

눈떠보니 진짜 베네수엘라행이다. 지금 밖으로는 환율이 1480원을 육박하고, 안으로는 인구 소멸과 인플레이션이 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엔진이 불타고 있는 비상상황이다.

그런데 국정 최고 책임자는 조타실을 비우고 매점에 가서  생리대 가격표를 따지고 있다.

중요한 일과 시시한 일을 구별하지 못하는 리더. 시장의 심판자가 되어야 할 정부가 직접 선수로 뛰겠다고 나서는 나라. 대통령이 ‘생리대 공장장’을 자처하는 동안, 대한민국 경제라는 공장은 멈춰 서고 있다.

제발 '공장장' 노릇 그만두고 '통수권자' 역할 좀 하시오.

여기서부턴 이 얘기 듣자마자 들었던 문제점을 정리해본다.

정부가 생리대 위탁 생산을 강행할 경우 벌어질 시나리오는 뻔하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단순히 관급품의 조악한 품질 정도가 아니다. 이 정책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진짜 목표는 바로 필수 소비재 시장의 국유화 실험과 인플레이션 지표의 조작이다.

우선 '위탁 생산'이라는 말의 함정을 봐야 한다. 정부가 직접 공장을 짓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중소기업 중 누군가에게 독점적 납품권을 줄 게 뻔하다.

과거 마스크 대란이나 태양광 사업 때를 떠올려 보라. 기술력 있는 기업보다는 정권 코드에 맞는 업체, 혹은 정치적 줄이 닿아 있는 업체가 선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세금으로 특정 세력에게 안정적인 매출처를 만들어주는 합법적 자금 파이프라인이자, 거대한 이권 카르텔의 형성이 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왜 하필 생리대를 찍었을까.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저가형 관급 제품을 대량으로 풀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 통계상 잡히는 물가 지수(CPI)를 인위적으로 낮출 수 있다. 환율 폭등으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을, 이런 식의 가격 통제 상품으로 상쇄시켜 통계적 착시를 일으키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이 실험의 끝은 베네수엘라나 쿠바 같은 '이중 시장(Dual Market)'의 재앙이다. 시장은 두 개로 쪼개질 것이다. 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조악한 품질의 정부 보급품 시장과, 세금과 규제를 피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유층 전유물인 고급 사제품 시장으로 말이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서민은 선택권을 박탈당하며 질 낮은 물건에 익숙해지도록 강요받는 사회. 이것이 이 정부가 설계하는 평등한 세상의 실체일 수 있다.

따라서 이 정책의 문제점은 품질이 나쁠 것이다에 그쳐선 안 된다. 국가가 국민의 선택권을 뺏고,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려 한다는 불공정 프레임으로 타격해야 한다.

진정한 대안은 물건을 던져주는 게 아니라, 차라리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게 현금 바우처 또는 구매권을 지급하여 그들이 당당하게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시장을 지키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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