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나눈 혈맹' 넋두리 그만!...'미국 우선주의'가 내미는 청구서

미국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세계의 경찰(Global Cop)'에서 '냉철한 건물주'로

2026-01-20     최보식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인공지능이 생성한 삽화

미국의 외교 시계가 다시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공화당의 전통 주류였던 네오콘(Neocon)'가치 동맹' 시대가 저물고, 트럼프주의로 대표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그 자리를 완벽히 대체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다. 미국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세계의 경찰(Global Cop)'에서 '냉철한 건물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닥친 파장은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거칠다.

1. '방위비 분담'이 아니라 '안보 용역비'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네오콘들은 주한미군을 동북아 평화의 '자산'으로 봤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은 이를 '부채'이자 '비용'으로 보고 있다. "부자 나라 한국이 왜 우리 군대를 공짜로 쓰는가?"라는 그들의 논리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차기 협상 테이블에는 합리적인 증액 요구가 아니라, 주둔 비용 전체 + α(이익금)를 포함한 안보 청구서가 계속될 것이다. 주한미군은 이제 '상수'가 아니라 협상의 '변수'가 되었다.

2. 반도체·배터리 청구서: "보조금은 잊어라?" 삼성과 현대차, SK가 미국에 쏟아부은 수십조 원의 투자는 바이든 정부의 '동맹 우대'를 믿고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 하에서 이 투자는 이미 잡은 물고기 취급을 받고있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칩스법(CHIPS Act)의 보조금 혜택은 잊혀지고, 더 까다로운 '미국 고용 창출' 의 청구와 미국 땅에서 돈을 벌려면, 미국에 세금을 더 내라(관세) 압박,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공정 무역이다.

더 이상 "우리는 피를 나눈 혈맹"이라는 넋두리를 그만두어야 한다. 그들의 언어는 '자유와 평화'가 아니라 달러와 일자리다. 그런데 달러와 일자리는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미국이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한국이 미국 경제와 공급망에 얼마나 필수적인 파트너(대체 불가능한 거래처)인가를 우리가 증명해야 한다.

이념의 시대가 가고, 철저한 거래(Deal)의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거래에서의 협상력 제고에 매진하는 길 밖에 없다.

 

btlee@kaist.ac.kr


#거래의시대, #세계경찰, #미국우선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