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산성이 일본을 추월!...무슨 일 있었기에?

2025년 12월 말 ‘Our World in Data’에 아주 흥미로운 통계가 하나 소개

2026-01-13     김선래 기자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김선래 기자] 

Our World in Data 캡처

 

1970년대 후반 고교 시절, 일본에 대해서 들었던 얘기가 50년이 다 되는 지금까지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한국은 일본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근무 시간이 9시부터 5시까지라고 하면, 일본 근로자들은 8시 30분 출근해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9시부터 일을 한다. 퇴근도 5시까지 일을 하고, 그 이후 마무리해서 집에 간다. 하지만 한국 근로자들은 9시 출근해서 미적미적 준비하다가 9시 30분부터 일을 시작한다. 퇴근도 마찬가지이다. 하루 1시간씩 일하는 시간을 까먹고 있다. 그만큼 생산성 면에서 차이가 난다. 이런 일본을 한국이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겠나.’ 

당시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이 했던 얘기이다. 아마 그 선생님도 한국이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말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학생이니까 ‘열심히 해라’는 의미도 담겼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지금도 일본을 뒤따라가는 측면도 있지만 그때는 한국이 모든 면에서 일본을 배우던 시기였다. 또한 따라잡기 위해서 온갖 것을 모방하던 시기였다. 특히 제조업은 한국이 일본을 통해 모든 기반을 배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한국은 배우는 동시에 잠재돼 있던 저력을 그때부터 무섭게 발휘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출발한 모든 산업은 일거에 세계적인 수준으로까지 올라갔다. 일본이 1990년대 후반부터 주춤하던 사이,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몇 년 전부터는 국민 1인 구매력 기준은 오히려 역전했다는 뉴스를 보고, 정말 격세지감, 괄목상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일본이 가진 제조업 기반의 저력과 성과는 세계적인 수준이라 한국이 아직 한참 멀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의 기초과학 분야 노벨과학상 수상만 보더라고 한국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그런데 2025년 12월 말 ‘Our World in Data’에 아주 흥미로운 통계가 하나 소개됐다. ‘South Korea has doubled its productivity since 2000, surpassing Japan’라는 제목이다. ‘한국이 2000년 이래 생산성을 두 배로 늘렸고, 일본을 추월했다’는 내용이다. 

고교 시절 ‘한국은 일본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그 교사의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한국의 생산성이 일본을 앞질렀다고 하니, 일본의 생산성을 강조하던 그 교사의 말이 지금은 과연 어느 수준까지 유효한지, 완전히 폐기해야 하는지, 직접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놀라운 결과를 직접 확인했다. 

‘Our World in Data’에 간략히 언급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생산성은 전부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거의 전부다”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면 경제는 더 빠르게 성장하고 생활 수준도 향상될 수 있다. 2000년 이후 한국의 생산성은 두 배 이상 증가하여 한때 일본과의 큰 격차를 좁혔고, 이제는 이웃 나라인 일본을 앞질렀다.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지만 한국의 경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혁신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다. 한국은 GDP의 거의 5%를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인구 100만 명당 특허 출원 건수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훨씬 많다.’ 

생산성은 작업 시간당 국내 총생산량으로 계산한다. 한국은 일본보다 하루 1시간 부족한 생산량을 혁신으로 극복한 셈이다. 실제로 그 당시 작업 시간이 한 시간 적은지, 많은지 알 수 없다. 학생이니까 확인할 수도 없었다. 당시 그 교사 말이 그랬다. 

지금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당시 곧 세계 최고 생산성을 넘볼 것 같던 일본이 왜 지금 와서 한국보다 못해졌을까 궁금해졌다. 일본이 한편으론 초라하게 느껴졌다. 초라한 주요 원인은 일본의 제조업은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고령화로 인한 서비스업 생산성이 제조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고령사회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업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저생산성 서비스업이 전체 평균 생산성을 끌어내리는 구조라고 한다.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훨씬 적으니 어쩔 수 없이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ICT‧디지털 전환, 소프트웨어‧조직역량 등에 있어서도 미국‧유럽 국가에 비해 뒤처져 있고, 이 격차가 특히 서비스업 생산성 격차로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위험회피적 기업문화 탓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신기술 도입‧업무 프로세스 혁신 속도가 더 느린 편으로 평가한다. 

사회의 경직된 구조와 낮은 역동성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보고서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역시 고령화 탓이다. 고령층 재고용은 저임금‧저생산 일자리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고령화가 곧바로 고생산성 고용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잇달아 제기된다. 

이와 함께 지역의 소규모 영세 자영업 보호 등이 겹치면서 생산성이 낮은 소매‧도매‧전통 서비스가 유지되는 상황도 전체 총 생산성 상승을 제약하고 있다. 버블 붕괴 이후 장기 디플레이션과 약한 내수 수요로 인해 기업들이 가격 인상‧고부가가치 전략보다는 비용 절감‧고용조정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한다. 수요가 약한 환경에서는 비효율 기업이 정리되고, 고생산성 기업이 확장되는 생산성 재배분이 일어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전체 노동생산성 성장률을 낮은 상태로 머무르게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도 고령사회 탓이다. 고령화가 사회의 각계 각층 깊숙한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세계 최고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고령화는 머지않아 일본을 추월할 예정이다. 이 또한 현재의 일본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다면 고령화도 일본을 추월했다는 뉴스에 이어 생산성이 다시 일본에 추월당했다는 뉴스를 머지않은 미래 어느 시점에 보게 될까 두렵다. 


 

 

#한국생산성  #일본추월 #고령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