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무안공항 사고조사 용역보고서를 '캐비넷'에 감춰뒀나?
2023년 12월 29일, 무안공항 착륙과정에서 탑승객 181명 중 179명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는 '미스터리'
[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2023년 12월 29일, 무안공항 착륙과정에서 탑승객 181명 중 179명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는 '미스터리'에 가까운 것이었다.
사고 당시 제주항공 여객기는 착륙 직전 갑자기 복행해 반대 활주로로 동체착륙해 오버런을 하면서 공항 내 '로컬라이저' 하단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이어 공항 경계 외벽과 충돌했다.
비행 조종간을 직접 잡은 햇수만 53년인 국내 최고 베테랑 기장이었던 서호선(85) 씨는 당시 '상식적으로는 결코 일어날 수없는 사고'라고 했다.
”여객기 추락 소식을 들었을때 조종사로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사고였다. 비행기에 불이 난 것도 납치된 것도 아닌데 복행해 반대방향 활주로로 진입해 동체 착륙을 했는지, 관제탑에서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왜 그걸 방치했는지 납득이 안 된다."
처음에는 주로 조종사 과실과 기체 결함, 버드 스트라이크(새떼 충돌)를 언급했다.
그러다가 '로컬라이저'(Localizer, 항공기 착륙 유도 시설)가 설치된 둔덕과 콘크리트 기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국토부는 처음엔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가, 시끄러워지자 국토부 장관이 '잘못된 일'이라고 시정했다. 실제 다른 지방 공항에도 로컬라이저가 이렇게 설치된 데가 몇 곳 있었다. 역방향으로 비행기가 동체착륙해 오버런해서 문제가 된 것이다.
2020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개량 사업 책임자였던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당시 참사가 있은 뒤 극단선택을 했다. 그가 대형 참사에 자신의 책임을 인지했기 때문에 그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고 마지막 순간 '4분'이 블랙박스에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사고 원인을 알 수는 없었다. 미국 보잉사와의 합동진상조사에서도 불분명한 결론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SBS가 7일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이 여객기 참사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해 단독 보도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작년 3월 한국전산구조공학회에 이와 관련 용역 조사를 의뢰해 나온 결과물이었다.
연구팀은 무안공항 현장조사 등을 통해 기체, 활주로, 지반, 각종 구조물에 대한 가상 모델을 만들고 슈퍼컴퓨터로 이를 정밀 분석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충돌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당시 좌석별로 승객들이 받았을 충격량과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을 경우의 충격량 등을 분석해 인명 피해에 미칠 영향을 추정했다.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을 경우 사고기는 동체 착륙 후 770M 활주하고 멈추는 걸로 나왔다. 다시 말해 탑승자 전원이 생존했을 거라는 얘기다.
로컬라이저가 콘크리트가 아닌 부러지기 쉬운 구조나 흙 위에 설치돼 있었을 경우, 사고기는 10M 높이의 무안공항 보안담장을 뚫고 지나갔을 걸로 계산됐는데 이때도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이 시뮬레이션 조사보고서가 당시 참사 원인의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비행기가 빌딩을 들이받았을때 도시의 빌딩 탓만을 할 수는 없는 것처럼, 조종사가 착륙 직전에 갑자기 이해가 안 되게 복행해 반대 방향 활주로로 동체 착륙해서 콘크리트 둔덕에 부딪히기까지의 과정도 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 소멸로 참사의 완전한 진상은 드러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정부당국이 왜 이런 결정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지금까지 캐비넷 속에 봉인해둔 것은 미스터리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해석될 수밖에 없다. 한이 서린 유족들의 줄기찬 공개 요구에도 누가 왜 그런 봉인 결정과 지시를 했느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권자'인 국민에게 정부의 일을 투명하게 모두 공개하겠다면서 국무회의나 업무보고를 TV생중계로 하고 있다. 정부부처 장관들도 요즘 그런 생중계 쇼를 따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왜 유족들의 피눈물이 마르지 않은 무한공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대한 용역보고서는 정부 캐비넷에 고이 감춰 뒀는지 모르겠다.
그 이유가 세상에 떠도는 말로 전라도 지역 공항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여서 그쪽 부담을 안 주고 그쪽을 들쑤시지 못하도록 그런 것인가. 무안공항 유치와 건설, 개량 사업에 관계된 정치권 인사들과 지역 유지들 소위 토착 이익공동체의 입김 때문이었나. 그래서 참사와 관련된 정부의 공식 명칭조차 '무안공항 참사'가 아니라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 참사'로 고집한 것인가.
179명 사망자의 사연은 하나같이 구구절절하다. 아무리 진상조사를 해도 사고 원인이 다 풀리기는 어렵겠지만 정부가 이런 식으로 뭔가 감추고 있다는 의심을 들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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