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이미 날린 '기회손실'...뒷감당 누가 어떻게?

정권이 바뀌면 이번 국민연금 동원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많을 것

2026-01-07     최보식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지역장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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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국은행이 2025년 12월 말 외환보유고가 4,280억 5천만 달러라고 발표했다.전월(4307억 달러) 대비 26억 달러 감소한 수치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7개월 만이며, 감소 폭은 지난해 4월 이후 최대다.

연말인 12월은 금융기관들이 BIS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외화예수금을 중앙은행에 납입하는 시기로, 일반적으로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데 이렇게 감소한 것은 아주 이례적이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하다.

시중 금융기관들이 12월에 BIS를 맞추기 위해 중앙은행에 맡긴 외화예치금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그 금액을 감안하면 외환보유고 감소 폭은 26억 불이 훨씬 넘는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대한민국의 현재 외화보유액이 적정하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외환보유고 감소로 많은 전문가들은 큰 우려를 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은 외환보유고 4,000억 불 중반 수준에서 그럭저럭 버텨 왔지만 대미관세협상 이후 대내외 환경이 급속도로 바뀌었다. 바뀐 대외환경에서 외환보유고가 계속 늘어도 시원치 않은데 오히려 줄어드니 IMF나 2008년 같은 외환위기가 올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매년 200억 불을 미국에 보내야 하고 삼성전자, 현대차, 한화오션 등 대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기 위해 달러 수요가 대폭 늘었다. 매년 수백억 불이 필요할지 모른다. 대한민국이 미국으로부터 무기도 더 구입해야 하고 농축산물도 수입개방해야 한다. 알래스카 천연가스관 건설사업도 여전히 변수다. 온갖 군데가 달러 수요만 보인다.

이런데도 외환당국자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세계 9위 수준으로 아직 건전하니 걱정 말라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계 9위라는 숫자는 허황된 거짓이다. 마치 우리나라 군사력이 핵을 제외하고 세계 5위라고 허풍 떠는 것과 같다.

유럽 국가들이 기축통화인 유로를 사용하니 달러를 열심히 보유할 이유가 없다. 일본과 스위스도 준기축통화국가니 달러를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하면 된다. 그런데도 일본은 달러를 1조 3400억 불이나 보유하고 있고 총 GDP 대비 30.6%다. SFR의 스위스조차도 외화보유액이 1조 200억 불이나 된다. 무려 총GDP의 75% 수준이다.

만일 기축통화국가들을 포함시키면 우리나라 외환보유고 순위는 30위 한참 밖으로 밀려난다. 그래서 기축통화국은 빼고 비기축통화국들과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규모가 다르니 제외하고... 총 GDP 대비 비중도 중요하니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4룡이라고 불리웠던 국가들과 비교해 보자.

대만은 외환보유액이 5,998억 불로 GDP 대비 75%이고, 홍콩은 4,250억 불로 GDP 대비 106.3%이며, 싱가폴은 5,741억 불로 GDP 대비 70% 수준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4,280억 불로 GDP 대비 겨우 23.8%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대한민국의 외환보유고 4,280억 불이 과연 적정한지 여부를 바로 보여준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대미투자 문제로 앞으로 우리나라의 달러의 수급환경이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나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비교한 아시아의 3개국보다 더 많은 외화보유고를 유지함에도 총 GDP를 감안한 외화보유고가 겨우 23.8%이 니 아주 취약하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우리나라의 외화보유고가 연말에 26억불이나 감소한 이유는 아마도 환율이 1,500원이 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해 대규모로 환헤지를 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한국은행과 외환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달러로 환헤징을 하면 그만큼 원화약세를 억제하지만 한국은행의 단기채권은 늘어난다.

국민연금이 이번에 얼마의 금액을 얼마에 환헤지를 했는지 모르지만 1450원에 환헤지를 했다고 하고,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하지 않을 경우 원화가 1510원 되었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은 달러당 60원의 기회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헤징규모에 따라 수백억 원, 수천억 원의 기회손실이 될 수있다. 물론 거꾸로의 상황도 가능하지만 현재처럼 달러의 추가 상승이 확실해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원화방어에 사용하여 국민연금이 손실을 보게 하는 것이 과연 맞냐는 논란이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회손실이 확실해 보이니 아마 정권이 바뀌면 이번 국민연금 동원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우리나라 외환당국이 국민연금을 동원하여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작년 연말에 발표한 여러 외환대책들의 실효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오늘(6일) 일이 있어 이태원에 가는 김에 갖고 있던 달러를 환전했다. 

달러의 기준환율이 1,447원임에도 1,456원에 환전해 줬다. 통상 환전상들은 기준환율보다 2~3원 낮은 수준에서 환전해 주는데 기준환율보다 9원이나 높게 쳐줬다.

이는 시중에서 여전히 달러 부족현상이 있고 조만간에 1,460원을 넘어1,500원까지 넘어설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450원이 위험하고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결국 외환당국이 국민연금을 동원해 26억 불 이상 퍼부었지만 환율방어에는 실패했다. 국가의 펀더 멘탈이 부실해져서 원화가 무너지고 있는데 이번처럼 일시적 처방으로 막는다고 막어지지 않는다.

이번처럼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례적인데 나중에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문제도 있지만 외환시장을 왜곡시키고 투자자들에게 나쁜 습관을 갖게 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1,500원이 외환당국의 마지노선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면 1,500원 전후에서 소위 장난질을 칠 수있다. 즉 외환당국이 직접 개입하여 환율이 내릴 때마다 투기꾼이나 시중의 부자들이 달러를 매집하여 돈을 버는 구조가 반복되고 그때마다 별 효과는 못 거두며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줄어든다.

국가의 외환보유고는 비상시에만 사용해야 한다. 이런 정도의 위기에서 외화보유고를 사용하면 IMF처럼 정작 사용해야 할 시기에 사용할 외화가 부족해진다.

IMF는 진작에 우리나라의 적정 외화보유고를 7000억 불로 권고했다. 국제결제은행은 9200억 불을  비축하라고 했다. IMF의 7000억불은 대미협상이 있기 전 이야기고 이제는 국제결제은행 권고 수준인 최소 9,000억 불 이상을 보유해야 할 시기 같다.

9,000억불 외화보유고는 현재의 약 2배 수준이다.최소한 우리나라 총 GDP의 50% 수준(9,000억 불)은 되어야 국민들이 좀 안심하겠다.

그래도 외환보유고가 GDP의 75%인 대만보다는 한참 아래다. 우리가 파산하여 IMF를 맞이했을 때도 대만은 끄떡없었다. 그 이유가 GDP의 75%나 되는 높은 외화보유고 덕분이다. 외환투기세력이 대만을 건드리면 거꾸로 투기세력이 파산한다.

반도체로 주식시장이 호황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만일 주식시장마저 고꾸러지면 360억 불이나 되는 외국인 투자가 한꺼번에 썰물처럼 빠져나갈 텐데 외환당국이 감당하지 못한다. 그때는 정말 제 2의 IMF가 온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걱정이다.

우리나라가 경기부진과 기업/개인들의 부담을 생각하면 진작에 금리를 더 내렸어야 하지만 시중에 통화량이 너무 많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민생지원금만 살포하지 않았으면 금리를 진작에 내렸을 것이다. 경기활성화 한다고 그렇게 돈을 풀었지만,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물가만 올라갔지 경기활성화에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현 환율위기의 가장 큰 근본원인은 2025년 초의 민생지원금 등 현금살포인데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2026년에 오히려 8% 증가된 확장예산을 수립했다. 제 2의 IMF를 겪지 않으려면 정부는 민생지원금 살포를 중단하고 국가의 펀더멘탈을 강화하여 하루 빨리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제외환시장에 신뢰를 주는 일, 그 길만이 환율 안정의 지름길이다.

 

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jinann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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