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마두로 체포' 환호할 일인가...美 LA공항서 이준석의 정곡
마두로 체포작전은 '강대국은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독트린을 전 세계에 보낸 것
[최보식의언론=박묘숙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전격 군사작전에 지난 며칠간 인터넷에서는 소위 '윤어게인'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흥분한 모습들이 보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미국 출장길 LA공항에서 마두로를 체포한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트황상'이라고 떠받드는 국내 일부 우파의 분위기를 직격했다.
이 대표는 "국내 일부 우파는 이재명 비판은 '애국'이고, 트럼프 비판은 '반미'라는 모순을 자각해야 한다"며 "트럼피즘이 미국과 동일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트럼피즘은 내가 배우고 경험한 미국의 전통적 가치가 아니다"라며 "트럼프가 주도하는 힘의 질서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중국과 러시아 또한 힘의 논리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베네수엘라 작전에는 의회 승인이 없었고 명분은 '마약 밀매 차단'이었지만, 트럼프 본인이 기자회견에서 '미국 석유회사들이 베네수엘라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가진 나라의 자원이 진짜 목적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했다.
이어 "마두로가 좋은 지도자가 아닌 것과 별개로 마두로에 대한 체포작전은 테러단체였던 알카에다와 빈라덴 사살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흥선대원군이 척화에 찌든 꼴통이었고, 여흥 민씨 일족이 가렴주구를 일삼던 시절이라고 해서 이홍장(청나라)이 납치하고 일본 낭인들이 살해해도 되는 문제는 아니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마두로 체포작전은 '강대국은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독트린을 전 세계에 보낸 것"이라며 "이 논리를 중국이, 러시아가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는가"라고 덧붙였다.
*아래 글은 이준석 대표가 SNS에 올린 글 전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격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한 이후, 지난 며칠간 인터넷에서는 소위 '윤어게인'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흥분한 모습들이 보입니다.
언뜻 보면 명예 미국 시민이라도 된 것처럼 이 군사적 성취에 대해 즐거워합니다. 혹자는 동맹국의 군사적 성과에 기쁘다고 하는데, 노먼 슈워츠코프(Norman Schwarzkopf)가 걸프전의 승리를 선언했을 때, 토미 프랭크스(Tommy Franks)가 이라크 전쟁을 초전박살 냈을 때, 마두로 체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그 군사적 성취에 흥분했던 한국인이 있었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 불만을 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그들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이라고 부릅니다. 국가 원수의 생각이 오히려 '매국'이고 대한민국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향유하는 사상의 자유이자 권리입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트럼피즘이 미국이라는 국가와 동일체화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재명 비판은 애국이고, 트럼프 비판은 반미라는 모순을 자각해야 합니다.
베네수엘라 작전을 냉정하게 보십시오. 의회 승인은 없었고 명분은 "마약 밀매 차단"이었지만, 트럼프 본인이 기자회견에서 "미국 석유회사들이 베네수엘라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가진 나라의 자원이 진짜 목적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마두로가 좋은 지도자가 아닌 것과 별개로 마두로에 대한 체포작전은 테러단체였던 알카에다와 빈라덴 사살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흥선대원군이 척화에 찌든 꼴통이었고, 여흥 민씨 일족이 가렴주구를 일삼던 시절이라고 해서 이홍장이 납치하고 일본 낭인들이 살해해도 되는 문제는 아니었지 않습니까. 그저 힘의 논리로 특별한 행동을 한겁니다.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사후적인 이야기지, 해방군으로 군정을 했던 한국이나, 핵무기로 무릎 꿇린 일본 정도 외에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소말리아 등 미국이 개입한 국제분쟁의 대상국들이 민주주의나 경제 측면에서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공허해 보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며 군사력을 초월한 미국의 실질적인 힘이 어디서 오는지, 그 시스템의 장점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개방성, 법치, 권력에 대한 견제, 동맹에 대한 신뢰. 이것이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원천입니다.
트럼피즘은 제가 배우고 경험한 미국의 전통적 가치가 아닙니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힘의 질서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중국과 러시아 또한 힘의 논리에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마두로 체포작전은 "강대국은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독트린을 전 세계에 보낸 것입니다. 이 논리를 중국이, 러시아가 받아들이면 어떻게 됩니까. 공화당 내에서도 네브래스카주 돈 베이컨(Don Bacon) 하원의원이 "베네수엘라 공격이 우크라이나와 대만에서의 긴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미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을 정도의 임계점에 있는 분쟁들이 곳곳에서 터질 수 있습니다. 대만 해협, 남중국해, 동유럽.
탄광 속에 카나리아를 키웠던 이유는 산소 부족에 대한 민감도가 사람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카나리아의 경고를 보고 그 탄광을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일찍이 윤석열의 위험성을 알리고 경고했을 때, 한국 보수는 눈을 감았습니다. "설마", "과장이다", "정치적 공격이다"라고 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유아적으로 '자유' 정도의 단어밖에 되뇌지 못하는 윤석열은 결국 여소야대의 2차방정식을 풀어낼 메모리 용량이 안 됐고, 계엄이라는 무식한 방식으로 해결하려다가 보수진영에 수류탄을 까넣고 자멸했습니다.
지금 "트황상"이라고 부르며 떠받드는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씩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전통적 가치를 흔들 때마다 그 급진성과 자의성에 몸서리치는 것이 "보수"라면, 미국의 핵심가치, 그리고 한편으로는 한미동맹, 다자간 안보의 틀을 흔들어대는 트럼피즘에 대해서도 비슷한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딕 체니(Dick Cheney) 전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Liz Cheney)는 트럼프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트럼프는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이 상징하는 모든 것의 정반대다."
관세 협상에서 동맹국에게 거액의 대미 직접투자를 요구해서 기업들이 원화 환전을 못 하게 하여 고환율을 야기한 사람.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검토했던 사람.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선거 하루 전에 미북 싱가포르 회담을 열어준 사람. 그분이 바로 트황상입니다.
저는 미국이 가진 무력은 최대한 억제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가치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되찾길 기대합니다. 김정은을 "smart guy"라고 부르며 노벨상 파트너로 대하기보다 인권을 짓밟는 독재자로 올곧게 바라보는 미국, 홍콩의 민주주의가 위기로 치닫을 때 중국에 할 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강대국.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당하면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군비를 투자할 수 있는 자신감.
혹시 트황상의 트럼피즘을 무조건적으로 좋아하는 분이 있다면, 며칠 전부터 관심 가졌을 베네수엘라 사태 말고 다른 이유를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히 생각하겠습니다.
"너 친중" 이런 이야기는 사절합니다. 정치인 중에 유일하게 홍콩민주화운동 시위에 직접 참여했고, 중국 대사 면전에서 중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했던 이준석이 친중일 수는 없습니다.
중국 출장에서는 중국 지도자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겠지만, 미국에서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저를 보호해 준다는 확신 정도는 아직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출장길에 트럼피즘 이야기를 LAX 공항에서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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