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에 대한 모든 궁금점?...한눈에 정리

1989년 미국이 파나마를 침공해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해 미국 법정에 세운 사건과 판박

2026-01-04     최보식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트럼프가 비민주적 사회주의의 대표적 실패 사례인 베네수엘라 독재자 마두로 부부를 체포했다.

국민 20%를 난민으로 만들고 한때 세계 5대 경제대국이자 자원부국을 기아의 나라로 만든 베네수엘라의 독재의 종식을 가져오고 정상국가로 귀환하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선거 부정으로 정통성도 없는 독재자의 제거다. 이는 정의의 실현으로 보이지만 왜 우리는 트럼프의 행동을 마냥 칭찬하기가 꺼려지나? 물론 환호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래 다른 나라의 내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해 왔다. 아르헨티나 밀레이 정권 선거의 노골적 지원, 브라질의 전 대통령의 재판을 이유로 고관세 부과와 압박, 유럽의 극우 정당에 대한 지원과 EU의 사회주의적 정책에 대한 노골적 비난,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 작전 등은 과거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정책을 넘어선, 매우 공세적이고 이념적인 '신(新) 먼로주의'의 부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1. 전통적 먼로주의 vs.트럼프식 신(新) 먼로주의

트럼프의 행보는 "미주 대륙에 대한 외부(유럽 등)의 간섭을 배제한다"는 1823년의 오리지널 먼로주의보다는, 이를 수정하여 "미국이 중남미의 경찰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1904년의 '루즈벨트 수정조항(Roosevelt Corollary)'의 극단적 확장판에 가깝다.

전통적 먼로주의 (19~20세기)의 목표는 유럽 제국주의의 미주 진출 차단 (방어적)이었다면, 트럼프식 신(新) 먼로주의는 '미국 우선주의' 블록 형성 및 이념적 동기화의 공세적이다.

* 개입 명분: 먼로는 지역 안보 및 채무 불이행 방지였지만 트럼프는 우파 포퓰리즘 연대 (밀레이 등) 및 마약/범죄 소탕이다

* 수단: 먼로주의는 해군력 시위, 간헐적 군사 개입인데 트럼프는 관세 보복(경제), 사법적 체포(군사), 노골적 선거 개입이다.

*대상국: 먼로는 미주 대륙 전체 (지리적 구분) 이지만 트럼프는 '친구(우파)'와 '적(좌파)'으로 이분법적 분리

과거에는 미국의 국익과 안정을 위해 독재자라도 친미라면 용인했다. 하지만 트럼프 방식은 "나와 이념(코드)이 맞는 정권만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브라질(룰라 정부)에 대한 관세 압박이나 유럽 극우 정당 지지에서 보듯 외교를 국내 정치의 연장선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2. 역사적 관점에서의 우려

역사학자와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이러한 개입이 가져올 '역풍(Blowback)'을 우려한다.

* 1989년 파나마 침공의 재림: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체포 작전은 1989년 미국이 파나마를 침공해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해 미국 법정에 세운 사건과 판박이다. 이는 당시에는 미국의 힘을 과시했으나, 장기적으로 중남미 내 반미 감정의 뿌리가 되었다.

* 남미의 주권 침해 트라우마 자극:  냉전 시대 CIA가 주도했던 칠레(피노체트 쿠데타 지원), 과테말라 등의 정권 교체 공작을 연상시킨다. 이는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을 '파트너'가 아닌 '제국주의적 지배자'로 인식하게 만들어, 장기적으로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 지역에 파고들 명분을 줄 수 있다.

* 국제법 질서의 붕괴:  타국의 현직 국가원수를 군사작전으로 납치하듯 체포하는 것은 주권 면제 원칙을 무시하는 행위다. 이는 향후 다른 강대국(러시아, 중국 등)이 주변국에 무력을 행사할 때 "미국도 그랬다"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이 점이 한국에게 가장 중대한 위협이다. 중국이 트럼프적 제국주의를 채택하고 한국을 공격할 때 국제적으로 제어할 명분이 약화된다. 트럼프가 군사적으로 동맹을 보호할 것에 대한 믿음이 약해진 지금 이는 더 심각한 위험이 된다.

이제 김정은은 핵무기와 대량 살상무기 개발에 더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3. 시리아 vs. 베네수엘라:  이중 잣대의 정당화 논리

최근 시리아 사태가 '아사드 정권 붕괴 후 새로운 질서(또는 혼란)'를 현실로 인정(Realism)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과 달리, 베네수엘라에 대해 직접 개입(Intervention)을 감행한 논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A. "독재자가 아니라 범죄자다" (사법적 정의 프레임)

* 미국은 시리아의 아사드를 '잔혹한 독재자'로 규정했지만, 베네수엘라의 마두로는 '나르코 테러리스트(마약 테러 범죄자)'로 규정했다.

* 미 법무부는 이미 마두로에게 현상금을 걸고 기소한 상태였다. 따라서 이번 침공은 주권국에 대한 전쟁이 아니라, "미국 시민을 위협하는 마약 카르텔 수괴에 대한 국제적 법 집행"이라는 논리로 정당화한다. (파나마 노리에가 체포 때와 동일한 논리)

B. 먼로주의적 지리 감각 (앞마당 vs. 먼 친척)

* 시리아:  중동은 복잡한 다극 체제(러시아, 튀르키예, 이란 개입)이며 미국 본토와 멀다. 이곳은 직접 개입보다 관리(Containment)가 목표다.

* 베네수엘라:  미국의 '앞마당'이다. 이곳의 불안정은 불법 이민자 폭증 등 미국 국내 문제와 직결된다. 따라서 "안보 위협 제거"라는 명분이 미 국내 정치적으로 훨씬 강력하게 작동한다.

C.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실리

*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친미 정권 수립 시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안보적 이익이 시리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트럼프의 행보는 "미국의 이익과 이념에 복종하지 않으면 주권국으로 대우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베네수엘라 작전은 이를 범죄 소탕으로 포장하여 정당화하고 있으며, 이는 시리아(지정학적 관리 대상)와 달리 베네수엘라를 직접적인 통제 대상(앞마당)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차별적 접근이다.

한국은 미국에 지리적으로 얼마나 가까우며 트럼프가 인식하는 미국의 이해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우리가 해야 한다. 우리가 약속한 거액의 대미투자가 미국의 이해로 인식될 수도 있고 중국 통제의 협력자라는 이해가 작동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석유가 없는 북한의 김정은을 마두로처럼 제거해 줄 의사는 없다.

4. 국제법과 국제 질서의 붕괴

트럼프 행정부의 일련의 행동(타국 정상 체포, 관세를 무기로 한 내정 개입, 특정 정파 지원 등)은 1945년 이후 미국이 주도하여 만든 유엔 헌장(UN Charter) 및 국제법 질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많은 국제법 학자와 외교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나 '규칙 기반 질서의 수호자'라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노골적인 제국주의(Imperialism)로 회귀하고 있다는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1) 유엔 헌장 및 국제법과의 정면 배치

2차 대전 후 수립된 국제 질서의 핵심은 '주권 평등'과 '내정 불간섭'이다. 물론 잘 지켜지지는 않는다. 트럼프의 행동은 이 두 가지 대원칙을 모두 무너뜨리는 행위다.

① 무력 사용 금지 원칙 위반 (유엔 헌장 제2조 4항)

* 원칙: 유엔 헌장은 자위권 행사나 유엔 안보리 결의 없는 모든 무력 사용을 금지한다. 베네수엘라 영토 내로 군사력을 투입해 현직 대통령을 체포해 온 것은, 국제법상 명백한 '침략 행위(Act of Aggression)'이자 '전쟁 행위'로 간주된다. 마약 범죄자 체포라는 명분은 미국 국내법일 뿐, 국제법적으로는 타국의 영토 주권을 유린한 것이다.

② 주권 면제(Sovereign Immunity) 원칙 파괴

국제 관습법상 한 국가의 현직 국가원수는 타국의 형사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된다. 이는 외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마두로가 아무리 미국 입장에서 범죄자라 해도, 그는 주권 국가의 현직 수반이다. 그를 강제로 체포하여 미국 법정에 세우는 것은 "미국 법이 국제법보다 위에 있다"는 초법적 선언과 다름없다. 푸틴과 김정은은 범죄자가 아닌가?

③ 내정 불간섭 원칙 위반 (유엔 헌장 제2조 7항)

국가는 타국의 정치적 선택(선거, 통치 구조 등)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아르헨티나의 밀레이를 공개 지원하거나, 브라질 룰라 정부를 관세로 압박하고, 유럽 극우 정당과 연대하는 것은 단순한 외교적 선호를 넘어선 '정권 교체(Regime Change)' 시도 또는 '정치 공작'으로 비친다.

(2) "제국주의(Imperialism)의 부활"

학계와 비평가들은 현재 미국의 행보를 고전적 식민지 경영과는 다른, 21세기형 '신(新) 제국주의'의 도래로 규정한다.

A. 영토 제국이 아닌 '법 집행 제국' (Judicial Imperialism)

* 과거 제국주의가 땅을 점령했다면, 현재 미국은 미국 국내법을 전 세계에 적용(Extraterritoriality)하려 한다. "미국 달러를 쓰거나 미국 시스템을 스치기만 해도 미국 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논리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는 미국이 전 세계를 자신들의 '관할 구역'으로 간주한다는 가장 극적인 증거다.

B. '속국'과 '조공' 시스템의 부활 (Tributary System)

고율 관세는 현대판 '조공(Tribute)'으로 해석된다.

동맹국이라도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거나(무역 흑자를 많이 내거나), 미국의 정치적 요구(반중 전선 동참 등)를 듣지 않으면 가차 없이 관세를 매긴다. 이는 "보호를 받고 싶으면 돈(관세)을 내라*는 마피아식, 혹은 고대 제국식 통치 방식과 유사하다.

C. '가치 동맹'에서 '이념적 위성국가'로

과거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워 패권(Hegemony, 동의에 의한 지도력)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행보는 보편적 가치 대신 '극우 포퓰리즘'이라는 특정 이념을 공유하는 국가들(아르헨티나, 헝가리, 이스라엘 우파 등)만의 블록을 형성하려 한다. 이는 전 세계를 '미국 편(위성국가)'과 '적'으로 나누는 제국주의적 분할 통치(Divide and Rule) 전략이다.

(3). 역사적 우려와 결론: "벌거벗은 힘의 시대"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의 공식적인 종말을 의미할 수 있다.

미국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나 중국(대만 위협)이 무력을 사용할 때 이를 비판할 도덕적, 법적 근거가 완전히 사라진다.

강대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약소국 지도자를 언제든 납치해 갈 수 있다는 선례는, 전 세계를 다시 "힘이 곧 정의(Might is Right)"인 야만의 시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미국이 '글로벌 리더'의 지위를 내려놓고,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압도적인 무력을 거리낌 없이 휘두르는 '포식자 제국(Predatory Empire)'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평화적 권력 이양 될 때까지 베네수엘라 통치하겠다"고 서슴없이 선언했다. 식민통치를 통해 트럼프적 정권을 세우겠다는 선언이다.

강대국이 아니면 더 눈치보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관세와 강요된 대미 투자의 '조공'을 이미 약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으로 우리 사회 내부의 역량으로 민주주의를 달성한 것이 얼마나 위대한 성취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Viva Korea!

 

btlee@kaist.ac.kr


#트럼프마두로, #마두로부부체포, #베네수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