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가격은 얼마 일까?... 쿠팡사태 다른 눈으로 보기

TV 가격 하락에는 기술 발전(패널 단가 하락)도 있지만, '데이터 수익 기대치'가 반영되어 출고가가 공격적으로 낮게 책정

2026-01-03     최보식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채널A 뉴스 캡처

최근 인터넷 플랫폼 회사들의 고객 정보 유출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SK 텔레콤과 쿠팡은 고객 정보 보호의 실패로 천문학적 금액의 손실을 감내해야 하고 고객의 이탈을 감수해야 한다.

쿠팡에 대한 국민들과 정치권의 반응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을 쓸 예정이다.

다만 우리 사회도 경제가 디지털화하면서 디지털 플랫폼 회사들에 대한 경계심과 반응에서 어떤 분기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크게 곤욕을 치루고 있는 두 회사의 사건에서 고객의 직접적인 피해 사실이 알려진 것은 없다. 그렇지만 소비자들과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의 반응은 거세다.

이 문제와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과연 고객 정보의 범위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통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 첨부된 그래프는 임금에 대비해서 제조업 제품의 가격은 계속 내려가는데 서비스 가격은 올라가는 지를 설명하는 소위 보몰(Baumol)의 '원가병'을 설명하는 차트로 유명하다.

마크 페리 교수의 그래프

제조업은 생산성의 증가로 인해서 가격이 내려가는 반면, 생산성 증가 없는 서비스 산업은 원가 증가를 가격에 전가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왜 선진국이 되면 경제 성장이 늦어지는 지도 설명하는 것이다.

선진 경제가 되면 제조업의 비중은 줄고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생산성 증가가 낮은 서비스 산업의 비중 증가는 경제 성장의 둔화로 나타나게 된다. 내가 한국의 과도한 첨단 제조업 중심의 사고를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차트에서 TV가 유독 제일 많이 가격이 내려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TV 제조자들이 TV 판매만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스마트 TV 제조사들이 하드웨어(TV 기기) 판매 마진을 최소화하거나 원가에 가깝게 낮추는 대신, 고객의 시청 데이터를 수집·판매하고 광고를 내보내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수익 구조를 전환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삼성이나 LG의 스마트 TV에서는 Netflix, Amazon Prime, Disney, Wow, 통신사 케이블 TV,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한다.

넷플릭스가 우리에게 시청할 영화나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것은 우리의 넷플릭스 시청 데이타만을 갖고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TV의 다양한 시청 내용을 분석해서 추천하는 것이고 이 다양한 시청 패턴은 TV 제조자들이 스마트 TV에서 수집해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TV사는 하드웨어 가전회사에서 광고, 데이타 판매 플랫폼 회사가 되어 있는 것이다.

1. 제조사들의 공공연한 '고백' (실제 사례)

과거에는 ‘음모론’으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주요 TV 제조사들이 주주들에게 수익 모델을 설명할 때 공공연하게 밝히는 사실이다.

* 비지오(Vizio)의 사례:  미국의 저가 TV 강자인 비지오(Vizio)의 임원은 과거 인터뷰에서 "TV 판매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6% 마진). 데이터를 수집하여 수익을 내지 않는다면 TV 가격을 지금처럼 낮게 유지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비지오의 재무제표를 보면 기기 판매 이익보다 데이터/광고 사업(Platform+) 이익이 더 큰 경우가 많다.

* 로쿠(Roku), 삼성, LG: 이들 역시 TV를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닌 '광고판(Billboard)'으로 본다. TV 가격을 낮춰 최대한 많은 가정에 보급(Install base 확보)한 뒤, 그 안에서 발생하는 맞춤형 광고와 채널 수수료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면도기와 면도날' 전략을 쓴다.

2. 기술적 원리: ACR (자동 콘텐츠 인식)

TV가 시청자의 데이터를 모으는 핵심 기술은 ACR(Automatic Content Recognition)이다.

사용자가 TV로 무엇을 보든(공중파, 넷플릭스, 게임기 연결 화면 등), TV가 화면의 픽셀을 초 단위로 분석하여 중앙 서버와 대조한다.

"이 집은 30대 남성이 살고, 주말 저녁엔 축구를 보고, 평일엔 요리 프로를 본다"는 식의 프로필이 생성된다. 이 정보는 광고주에게 판매되어, 유튜브나 TV 메뉴 화면에 맞춤형 광고를 띄우는 데 쓰인다.

3. 가격 하락의 이면 (Win-Win인가, 프라이버시 침해인가?)

이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소비자는 고성능 대형 TV를 과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65인치, 75인치 TV가 대중화된 큰 이유 중 하나다.

* TV 가격 하락에는 기술 발전(패널 단가 하락)도 있지만, '데이터 수익 기대치'가 반영되어 출고가가 공격적으로 낮게 책정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저렴한 가격의 대가는 '개인정보(시청 습관)'이다. 이를 원치 않는 소비자는 TV 설정에서 '시청 정보 수집'이나 'ACR', '광고 맞춤 설정' 기능을 꺼야 한다. 개인 정보는 보호되지만 내가 보고 싶은 것이 추천될 확률은 낮아진다.

요약하면 스마트 TV가 계속 싸지는 이유는 단순히 부품 값이 내려가서가 아니라, "당신이 무엇을 보는지에 대한 정보가 TV 기기값보다 더 비싸게 팔릴 수 있기 때문"이다. TV 제조사들에게 당신은 하드웨어 고객이 아니라, 광고를 소비해줄 '상품'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이제 많은 곳에서 발생한다. 자동차 또한 우리의 운전 습관과 주행 지역에 대한 데이타를 수집해서 판매하게 된다. 그것이 자율 주행과 여타의 위치기반 서비스에 활용된다. 제품만 만들고 데이타 플랫폼화에 실패하는 기업이 살아남기 어렵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의 데이터와 다른 가치와 알게 모르게 거래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개인 정보의 범위가 무엇인지 우리는 계속 도전을 받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데이터의 거래 없이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음도 우리가 생각해야 한다. 개인정보 무조건 절대적으로 보호 대상 아니다.

 

btlee@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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