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의 국제정세 강연, 학문인가 선동인가...예비역 장군의 직격
이상주의로는 국제정치를 설명할 수 없다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문정인 교수의 강연 내용 중 트럼프 행정부의 UNESCO 탈퇴 정책은 실제 외교정책과 일치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한다면 국제정치학적으로 미국의 역할을 부정하거나 모든 분쟁을 미국 탓과 연결하는 내용 등 일부 해석은 과장·일반화되어 있다. (편집자)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국제정세 강연은 위기의식이 강렬하다. 그는 오늘의 세계를 '괴물의 시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규정하며, 그 원인으로 미국-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정책을 지목한다.
이 강연은 청년층에게 문제의식을 환기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사실과 인과관계의 혼합, 그리고 국익 관점의 결여라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강연을 떠받치는 핵심 주장 다섯 가지를 하나씩 검토해 보자.
강연을 보고 드는 생각은 문 교수가 이상주의 관점으로 국제관계를 보는 듯하고 달리 표현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폴리페서이자 어용학자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국제정치의 현실주의 관점이 아닌 도덕적 관점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생략한 채 미국과 트럼프를 폭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고 기조를 잡았다.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그람시의 '옥중 수기'를 인용하면서 현재의 상황이 2차대전 직전 상황과 유사하다고 단정하지만, 그 '옥중 수기'가 우리 현실에 구체적으로 어떤 해악을 끼치는 부분은 생략하고 현학적으로 말했다.
그의 국제정세 평가는 부분적으로 맞고 부분적으로 오인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현실주의 관점에서 평가해 보고자 한다. 강연 내용이 궁금하면 유튜브 세바시 문정인 교수편을 참고하면 된다.
문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남아시아와 동남아의 무력 충돌을 열거하며 "미국은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단정한다. 그러나 이는 행동의 '부재'가 아니라 '방식의 변화'를 오독한 것이다.
트럼프 시기의 미국은 과거처럼 모든 분쟁에 전면 개입하지 않았지만, 군사 억제·경제 압박·선별적 개입이라는 수단을 병행했다. 개입의 강도가 낮아졌다고 해서 책임을 포기했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 왜곡에 가깝다.
패권국의 전략은 늘 전면 개입과 선택적 관여 사이를 오간다. 이를 '무능'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치적 해석일 뿐이다.
물론 트럼프의 압박은 거칠었고, 외교적 언어는 세련되지 않았다. 하지만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트럼프 만큼 국민들이 알아듣기 쉽게 말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문 교수는 학자가 일반 서민의 시각에서 선동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관세와 시장 접근은 협상의 수단이지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점은, 문 교수의 설명처럼 "미국이 투자처를 마음대로 정하고 이익을 50대 50으로 나눈다"는 식의 단정적 서술은 정책 협상의 복잡성을 과도하게 단순화한다는 점이다.
압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를 '식민적 수탈'로 규정하는 순간 분석은 선동으로 변한다. '불구가 된 미국'이라는 트럼프의 저서를 보고도 안 본 듯 말한다. 만약 안 보았다면 학자적 태도가 아니고 보고도 그렇게 말하면 왜곡이다.
문 교수는 미국의 WHO·유네스코 탈퇴, 유엔 분담금 문제를 한데 묶어 "미국이 국제질서에서 이탈 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역시 부분적 사실을 전체 결론으로 확장한 오류다. 트럼프의 국제기구 접근은 '탈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성과 없는 기구에 대한 비용 재검토와 정치화된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트럼프는 국제기구만 그런게 아니고 미 정부기구 중에서도 미국우선주의와 작은정부를 강조하는 정책기조, 그리고 특정기관들의 운영방식 즉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인데 국제기구의 기능 부전과 책임과 이유는 생략하거나 언급하지 않은 채, 모든 문제를 미국 탓으로 돌리는 해석은 균형을 잃었다. 예를 들어 유네스코와 유엔인권이사회 등이 반(反)유대주의 때문에, 세계보건기구가 펜데믹 대응 실패와 중국편향성 때문에 탈퇴했다.
인도-파키스탄, 태국-캄보디아 사례를 들어 "세계가 전쟁 상태로 가고 있다"는 진단과 홉스의 주장을 인용한 부분은 일부만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미국이 질서를 방기했기 때문"이라고 연결하는 것은 인과관계의 비약이다.
이들 분쟁은 식민지 유산, 종교·민족 갈등, 국내 정치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강대국 책임론으로 모든 지역 분쟁을 설명하는 접근은 국제정치학적 분석이라기보다 이념적 서사에 가깝다.
문 교수는 친미 일변도도, 친중 편승도 위험하다며 '현상 유지형 균형 외교'와 중견국 연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말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결정적 요소가 빠져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현재 진행형 군사 위협이다. 억제와 동맹 없이 균형만 말하는 외교는 전략이 아니라 소망이다. '샌드위치 국가 연대' 역시 군사·정보·제재의 실질 메커니즘이 없는 한 선언적 협의체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풀 외교를 말하면서도 실용과 국익중심의 외교를 택하지 않고 실용적이지도 않다. 이념에 치우친 처방이다.
문정인 교수 담론의 가장 큰 문제는 개별 사실의 오류보다, 사실을 배열하는 프레임에 있다. 미국의 전략 조정을 '방기'로, 협상을 '착취'로, 국제기구의 실패를 '미국 이탈'로, 한국의 생존 문제를 '균형'이라는 미사여구로 포장한다.
이 프레임은 듣기에는 편하지만, 한국을 영원한 피해자이자 의존국의 위치에 묶어 둔다. 트럼프는 비용을 재계산하고 방위비를 균형 있게 분담하자고 주장하며 한국에게 모호한 태도를 벗어 던지고 확실한 스탠스를 취하라고 요구한다.
국제정치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위기 담론이 아니라 동맹을 기반으로 한 억제력 강화, 경제안보 다변화, 선택 강요 국면을 관리할 현실 전략이다.
문정인 교수의 진단은 청년들에게 위로는 될지 모르나, 국익을 지키는 지도는 되지 못한다. 문 교수의 학자적 발언의 모호성 그리고 문재인 정부 시절의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서 정책에 대한 관여에서 볼 때 대북유화 정책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옹호하는 역할을 보았을 때 반미적 발언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말미의 청소년들에게 독서와 토론, 공감을 위한 노력 당부는 그래도 방향을 올바로 제시했다.
현실 진단은 오류가 있는데 젊은이들에게 국제정세를 이해하기 위한 역할과 처방은 그래도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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