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죄인' 세트장에 등장한 법정 스릴러 ... 쿠팡 청문회 관전평

불출석의 두 얼굴: 김범석과 김현지 사이

2026-01-02     박주현 객원논설위원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엔터테인먼트 대표]

채널A 캡처

오늘(1일)에야 그 문제의 쿠팡 청문회 다시보기를 켰다. 한마디로 참담했다. 이건 청문회가 아니라 '사극'이었다. 

의원들은 대국민 사과와 눈물 콧물을 기대하며 기세등등하게 대역죄인 세트장을 차렸는데, 정작 게스트로 나온 쿠팡 로저스 대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법정 스릴러'를 찍어버렸으니까.

이 코미디의 시작은 의원들의 안일한 확신이었다. 그들은 국정원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쿠팡이 혼자 오버했다는 전제를 깔고, '나쁜 기업'이라는 감정적 프레임만 가지고 멍석말이를 시도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에서 기업 하는 입장에, 그 나라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와서 협조하라는데 무시할 수 있는 강심장이 어디 있나? 삼성 할아비가 와도 국정원이 "잠깐 봅시다" 하면 오금이 저리는 게 이 바닥 현실이다.

백번 양보해서 국정원이 지시를 안 했다고 치자. 그럼 그 바쁜 요원들이 근무 시간에 쿠팡 사무실은 왜 찾아갔나? 설마 투잡 뛰러 갔나? 국정원 월급이 짜서 쿠팡 물류 센터 야간 알바 자리라도 알아보러 간 건가? 아니면 로켓배송 시스템이 너무 신기해서 견학이라도 신청했나?

정보기관이 민간 기업을 찾아갔다는 건, "니들이 우리 손발이 되어달라"는 뜻이다. 누가 봐도 뻔한 이 정황을 무시하고, 의원들은 그저 "쿠팡은 악이다"라는 주문만 외우며 달려들었다.

그러니 로저스 대표에게 역공을 당하는 거다. 의원들이 "도덕적 죄책감이 없냐"며 감정의 몽둥이를 휘두를 때, 로저스는 차가운 데이터와 법리 방패로 팅팅 튕겨냈다. 

"왜 한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사실을 숨기는 겁니까?"라는 팩트 폭격 한방에, 최민희 위원장은 "쿠팡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며 회사를 방어하러 나온 CEO에게 말 같지도 않은 소리로 입을 막으려 들고, 옆에선 누군지 모를 의원이 "이 양반이 말이야, 어디서 소리를 질러!"라며 턱이 빠져라 고함을 질러댄다. 논리가 딸리니 데시벨로 승부하려는 저 처절함이라니.

이 촌극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뼈아프다. 논리로 쓴글에 달리는 저짝 댓글 수준이 왜 매번 조롱아니면 욕이나 협박인지 이제야 완벽하게 이해했으니까. 

보고 배운 게 저거라서 그렇다. 여의도 금배지들이 국회에서 논리 대신 도덕과 감정을 앞세우고, 근거 대신 삿대질을 해대니, 그걸 보고 자란 지지자들도 똑같이 행동하는 거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인데, 원류가 똥물이니 댓글창이 오염되는 건 과학이다. 본보기가 되어야 할 사람들이 뇌를 끄고 가슴으로만 싸우니, 팔로워들도 이성을 반납하고 키보드로 배설만 하는 거지.

마지막으로 노종면 의원께 헌정한다. 김범석 의장 안 왔다고 "김범석은 신이냐"며 핏대 세우시던데, 불과 얼마 전 김현지 누님 불출석 때는 "마녀사냥 멈춰라"며 스윗한 기사도 정신 발휘하시던 그분 맞나? 내 편이 숨으면 인권이고 남이 숨으면 신성모독이라니, 그 유연한 잣대에 경의를 표한다.

토론은 실종되고 기우제 같은 떼쓰기만 남은 국회. 감정을 쏙 빼고 팩트로만 덤비는 글로벌 괴물들 앞에서, 우리 의원님들은 어제 완벽하게 발렸고, 우리는 글로벌하게 쪽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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