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영 유쾌통쾌] 이혜훈의 석고대죄에 구토가 난 이유?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리는 그 사람의 본성을 드러낼 뿐
[최보식의언론=오진영 작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30일 출근길에 "1년 전 엄동설한에 내란극복을 위해 애쓴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며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다. 그러나 당시에는 내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처 초대 장관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앞둔 지금 과거의 실수를 덮은 채 앞으로 나아갈 순 없다"면서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나의 판단 부족이었고 헌법과 민주주의 앞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 앞에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 그런 공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민주주의 지키려고 추운 겨울 하루하루 보내고 상처받은 분들, 나를 장관으로 부처 수장으로 받아들여 줄 공무원들, 모든 상처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아래 글은 본지의 입장이 아니다.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게재한다. (편집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사과를 보며 구역질이 난 건 나뿐일까.
당의 3선 의원이자 중진인 이혜훈은, 당을 계엄 옹호자들이 장악하고, 불법 계엄을 막은 당 대표가 밀려나고, 개혁 보수파가 '들이받는 소는 돌로 쳐죽인다'는 당무위에게 수모를 당하는 동안 어디서 뭐하고 계셨나.
이혜훈은, 김문수가 "계엄은 계몽령"이라고 궤변을 늘어놓으며 대선 후보가 됐을 때는 뭘하고 있었고, "계엄은 하나님의 계획이었다"고 말한 장동혁이 당 대표로 선출됐을 때는 뭐라고 했더라?
이혜훈은 김문수, 장동혁의 계엄 옹호에 적극 동조하고 집회에 나가 '윤석열을 석방하라', '이재명이 내란이다' 라고 외쳤던 탄핵 반대파였다.
그런 그가 장관 후보자 자리에 앉자마자 땅바닥에 이마를 찧어가며 석고대죄를 하는구나.
그것도 '불법 계엄'이라는 법적 용어를 넘어 '내란'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반복해가면서.
윤의 계엄이 국가 공동체의 위기였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변명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국회의원을 세 번이나 했으면서 그 판단이 안 되셨어요?
책상에서 글만 쓰고 산 필자도 알았던 걸 중진 의원님께선 모르셨어요?
이혜훈의 사과에 무슨 진정성이 있나.
권력의 곁불이 따뜻했을 땐 입을 닫았고, 지금은 장관이라는 벼슬자리가 간절해서 한 때의 동지를 팔아치우는 사과일 뿐.
이혜훈은 오늘(30일) 사과문에서 "막중한 책무를 앞두고 과거를 덮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웃긴다 정말.
그가 덮고 싶지 않은 건 과거가 아니라 장관 임명장을 향한 탐욕이겠지.
윤의 비상계엄이 불법인지 아닌지도 판단 못하는, 함량미달 수준 이하인 인간이 예산처 장관 자리에 앉아서 뭘 하겠다는 건가.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리는 그 사람의 본성을 드러낼 뿐이라더니, 벼슬자리 하나에 영혼을 파는 이혜훈의 사과문 정말 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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