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이재명과 이혜훈의 '손 잡기’를 어떤 눈으로 보나

탈영병의 목을 치고 배신자라 손가락질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인가

2025-12-30     윤우열 기자

[최보식의언론=윤우열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9일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에 지명한 것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이런 파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이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감의 발로"라고 평가했다.

이어 "보수 진영은 그동안 내부 동질성 강화만 외쳐 왔고, 이제 더 이상 외연 확장이 불가능해졌다"며 "보수는 닫혀가고, 민주당은 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이혜훈 제명과 관련 "국힘 당내에서는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 '일제 부역과 다름없다'는 격한 비난까지 쏟아졌다는데 탈영병의 목을 치고 배신자라 손가락질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혜훈 전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국민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여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고 했다.

아래는 이준석 대표가 SNS에 올린 글 전문이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논란이 거셉니다. 이혜훈 전 의원은 20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리고 결국 강을 건넜습니다. 우리는 그 의미를 직시해야 합니다.

거국내각은 보통 정권 말기의 레임덕 국면에서 등장하는 유화책입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이런 파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감의 발로입니다. 

반면 보수 진영은 그동안 내부 동질성 강화만 외쳐 왔고, 이제 더 이상 외연 확장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보수는 닫혀가고, 민주당은 열려가고 있습니다.

어제(28일)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를 열어 이혜훈 전 의원을 즉각 제명했습니다. 당내에서는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 "일제 부역과 다름없다"는 격한 비난까지 쏟아졌습니다. 탈영병의 목을 치고 배신자라 손가락질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까? 지금은 이혜훈 전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국민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여 희망을 드려야 할 때입니다.

해방 후 70여 년 만에 우리가 일본을 극복해낸 것은 요란했던 친일 청산의 산물이 아니라, 도요타를 뛰어넘는 삼성과 하이닉스의 약진 덕분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이혜훈 후보자를 요란하게 '배신자'로 낙인 찍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보수 진영이 내놓는 경제 비전이 과연 국민에게 얼마나 매력적이냐는 점입니다.

윤석열 정권 3년을 겪는 동안 많은 이들이 고민했습니다. "저 사람을 당선시켜서 대한민국이 나아졌는가? 내 삶이 나아졌는가?" 보수 세력이 극우 노선을 걸으며 집권해도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니, 결국 사람들은 등을 돌렸습니다. 누군가 등을 돌렸다면, 왜 떠났는지 그 이유를 살펴야지 떠난 사람을 저주해서 무엇을 얻겠습니까?

보수 담론이 저급해진 원인은 상대를 감옥에 보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검찰주의적 사고방식에 있습니다. 정책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니, 결국 상대를 감옥으로 보내는 데만 몰두했고,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이제 남은 것은 저주뿐입니다.

상대를 감옥에 보낸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고 민생이 나아지겠습니까? 급기야 공식 토론장에는 내놓지도 못할 '부정선거' 주장을 유튜브에서 붙잡고, 부흥회를 열고 있지 않습니까?

와신상담(臥薪嘗膽)이 무엇입니까? 오나라 왕 부차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며 장작더미 위에서 자며 복수심을 불태웠습니다. 그는 월나라 왕 구천을 무릎 꿇게 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내 자만했고, 결국 오나라가 망하고 말았습니다. 

반면 월나라 왕 구천은 패배 후 쓸개를 핥으며 치욕을 되새겼습니다. 그러나 복수심만 좇지 않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며 인재를 모으고 실력을 길렀습니다. 

윤석열이라는 부차를 이미 겪은 보수 진영이 아직도 복수에 매몰되어 있습니까? 이제는 우리가 진정 와신상담해야 할 때가 아닙니까?

보수 진영의 또 다른 문제는 세대교체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젊은 세대가 정치 전면에 부상하여 지지층이 변하고 있는데도, 기득권층은 여전히 1970년대의 언어로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태의연한 태도로는 미래를 내다볼 수도 없고, 현재 현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의 터널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평생 쌓아온 것을 내던진 채 화전민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이혜훈 후보자께 말씀드립니다. 저는 과거에 다른 장관 후보자에게 "본인의 소신과 대통령의 뜻이 충돌하면, 대통령의 뜻을 따르라"고 조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혜훈 후보자께는 이번 만큼은 자신의 소신대로 예산 정책을 힘있게 추진해 보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이 그 소신을 받아들일 배포가 있느냐에 따라 이혜훈 후보자의 이번 선택이 옳았는지가 판가름 날 것입니다. 그 외에는 이 논란을 잠재울 방법이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선심성 낭비재정을 막아내고, 자신의 역량을 직접 증명해 보십시오. 반대로, 대통령에게 아부하거나 그 정권에 부역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제가 아무리 개인적으로 가까워도 정치인으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때는 저도 이혜훈 후보자를 향해 가차 없는 비판을 퍼부을 것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원균이 조선 수군을 무모하게 이끌어 칠천량 해전에서 궤멸당했을 때, 간신히 빠져나온 배 12척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12척이 올바른 지휘관을 만나 전략적 요충지인 명량 해협을 지켜내어 나라를 구했습니다. 개혁신당의 배는 고작 3척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3척이라도 옳은 길목을 지키면 나라를 지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107척이라도 사지로 향하면 결국 전멸하고 맙니다. 개혁신당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방향은 알고 있습니다.

저희 개혁신당은 보수의 근본부터 다시 세우기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젊은 세대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는 정당. 그것이 진정한 보수입니다.


 

 

#정치의비전#이혜훈논란 #보수의전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