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죽이기’ 광풍, 똑바로 알고 그러나? ... 前 삼성전자 임원의 시선
개념(?) 있는 유명인들은 '탈팡 인증'까지 하고 있다. 마치 '광우병사태'가 연상이 될 정도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요새 언론에서 '쿠팡 죽이기' 광풍이 몰아치고있다. 정치권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쿠팡을 몰아 세우고 있고 언론에 영향 받아서인지 국민 여론도 아주 나쁘다.
심지어 종교단체에서 나서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탈팡' 운동, 개념(?) 있는 유명인들은 '탈팡 인증'까지 하고 있다. 마치 '광우병사태'가 연상이 될 정도다.
필자는 쿠팡 애용자다. g-market도 가끔 이용하지만 쿠팡의 가격이 제일 싸고 새벽배송까지 되니 이미 몇 년 동안 쿠팡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동안은 알리와 경쟁이 되었는데 최근 중국에 물류센터를 세우고 나서부터는 같은 제품에서 알리보다 가격이 더 싸고 배송도 더 빠르다. 쿠팡의 연매출이 40조 원을 넘어서니 엄청난 구매력으로 인해 업계 최고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필자는 쿠팡이 이 정도로 크기 전에 쿠팡을 가장 비난했던 사람이다. 뉴스를 통해 접하는 쿠팡의 영업방식이 너무 파격적이어서 업계에 커다란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었다.
쿠팡의 오너가 MBK의 김병주처럼 '검은머리 미국인'이라는 점에서부터 부정적이었는데 업계의 관행이나 경쟁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영업 방식에다 대부분의 주요 임원들을 미국인으로 채워 놓고 본인과 부모가 한국에서 태어났음에도 수시로 한국인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니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적개심에 개인적으로 몇 년 동안 쿠팡을 의도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런 적개심에는 어린 나이에 저런 성공을 만든 것에 대한 질투심도 있었던 것 같다. 필자 개인의 질투심이라기 보다는, 그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준 내 자식은 왜 저러지 못했는가 하는 그런 부모로서의 질투심이다.
김범석은 대학 시절부터 정말 뛰어났다. 7살 때 부모 따라 이민 간 후 미국 최고의 명문 하버드대학에 입학했고 대학교 2학년 때(1998년) 이미 Current라는 잡지를 창간하여 2001년에 뉴스위크에 팔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보스턴 컨설턴트에 입사했다. 자식을 미국대학에 보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하버드대학이나 보스턴 컨설턴트 같은 기업은 입사하기 아주 어렵다. 2년 후 보스턴 컨설턴트를 퇴사하고 명문대 출신들을 타깃으로 한 "빈티지 미디어"라는 잡지사를 만들어 운영하다 5년 후에 판매했다..
그리고 2010년에 하버드대 동창들과 함께 30억 원의 자본금으로 쿠팡을 설립한다. 그리고 15년 만에 매출 40조 원의 공룡기업으로 키워냈다. 이런 과정을 보니 마치 일론 머스크의 성공스토리를 보는 것 같다.
필자가 과거 그들의 영업 형태로 쿠팡을 싫어했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으로 인해 쿠팡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쿠팡은 단순한 E commerce 회사가 아니라 테크기업이고 혁신기업이다. 전통적 방식에 익숙한 대한민국의 유통시장에 물류혁신이라는 거대한 돌풍을 일으켰고 일거에 경쟁자들을 제압했다.
혁신은 불가피하게 파괴를 수반하고 항상 피해자가 생기고 고통이 따른다. 경쟁자들처럼 과거의 방식으로 경영하면 어떻게 혁신이 가능하겠는가?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은 기존의 관행을 깨기 때문에 현재 쿠팡처럼 욕을 먹게 되어 있다. 대신 소비자들에게는 그만큼 편의성과 이익을 제공한다. 소비자의 편의성과 이익이라는 혁신을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혁신에 대응하지 못한 경쟁자들은 당연히 몰락하기 시작하고 온갖 비난을 하게 되어 있다.
과거 애플이 매킨토시로 IBM PC를 무너트릴 때, 또 아이폰으로 모토로라를 몰락시킬 때 언론에서 스티브 잡스를 그의 사생활까지 폭로하며 그가 '비정한 사업가'라고 얼마나 비난했던가?
아마존도 성장 과정에서 반사회적, 반경쟁적 행위로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특히 물류센터에서 근무자가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체크하는 가혹한 근무환경에 대해 엄청난 비난이 있었다. 지역 상권 파괴니 시장독점이니 하는 사회적 경제적 비난도 거셌다.
쿠팡의 김범석은 아마도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의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한 것 같다. 베이조스도 단기이익 대신에 공격적인 재투자를 통한 외형 확장에 치중했다. 그래서 창업 후 20년간 이익을 내지 못하다 어느 매출 분기점에 이르자 마치 폭발하듯이 가파른 성장곡선을 만들어내며 이익을 내기시작했다. 쿠팡의 역사와 판박이다.
우리나라에서 쿠팡에 대한 비난이 워낙 거세니 필자까지 비난 대열에 가담할 필요가 없다. 쿠팡을 변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쿠팡의 김범석은 7살 때 이민을 갔으니 완전 미국인이고 쿠팡 역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회사다. 구글,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미국회사다.
우리가 김범석이 '검은머리' 미국인이지만 여전히 한국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니, 자꾸 한국 사고방식으로 김범석과 쿠팡을 대한다. 쿠팡이 말만 미국회사지 매출의 90%가 한국에서 일어난다며 '김범석이 조국을 배신한다'는 분노를 느끼는 데서 분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경영과 소유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쿠팡의 주요 경영진과 투자자들 대부분이 미국인들이니 그렇게 생각한다. 미국에서 많은 회사들이 파산하지만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감옥 가지,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대주주가 감옥가고 국회 청문회에 불려가지 않는다. 대주주의 사재를 내놓으라는 요구도 당연히 없다.
MBK의 김병주가 얄밉지만 국회에서 홈플러스 해결을 위해 김병주의 사재를 내놓으라고 아무리 압박해봐야 경영자가 아닌 김병주는 신경도 안 쓸 테니 소용이 없다. 김범석도 마찬가지다. 미국법상으로 김범석은 경영자가 아니라 그냥 실질적 지배권력을 가진 대주주다.
우리 언론에서 쿠팡이 2001년 나스닥 상장 후 미국 정관계 로비에 1000만 불을 사용했다고 자극적으로 보도하고 비난했지만 김범석은 미국인이고 쿠팡은 미국 회사니 미국 정관계에 로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한국은 로비가 법적으로 허용이 안 되니 정관계 출신들을 고액 연봉을 주고 대거 경영진으로 채용하여 방패막이로 사용한 것뿐이다. 이들 미국인들에게 한국식으로 협박하고 몰아붙인들 통할 리 없고 힘만 낭비할 뿐이다.
구글이 정확한 한국의 매출을 밝히지 않지만 작년에 약 12조 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이 실제로 신고한 매출은 겨우 3~4%에 불과한 3,900억 원이다. 구글 아시아본사가 싱가포르에 있어 구글코리아는 지점 형태라 한국에서 몇 조 원대의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구글코리아가 낸 법인세는 겨우 172억 원이다.
우리가 구글이 밉다고 구글 오너인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을 대한민국 국회 청문회에 세울 수 있을까? 오너는커녕 현 구글CEO인 순다르 파차이도 못 부를 것이다. 쿠팡의 김범석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 줘야 한다.
애플도 한국에서 8조 원이라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지만 영업이익율이 3.8%이고, 법인세는 매출의 1% 수준인 825억 원만 내고 있다. 애플 본사의 영업 이익율은 30% 수준이다. 본사 공급가를 올려 한국의 영업이익율을 최소화하고 그나마 생긴 이익은 배당금으로 본사로 송금하고 있다. 우리 언론과 국회가 어떻게 보면 쿠팡보다 구글과 애플에 더 분노해야 한다.
애플 CEO인 팀 쿡도 좀 대한민국 국회에 불러 이 문제를 따져보면 국회를 정말 존경하겠다.
한국에서 쿠팡의 사업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후과를 책임지지도 못할 정말 무책임한 사람들이다. 쿠팡 직원이 약 9만 명이다. 쿠팡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 수많은 고객들은 차치하고 쿠팡의 입점 업체가 58만 개다. 이중 75%가 중소업체들이다. 불공정이니 뭐니 하고 비난해도 이 중소업체들의 대부분 매출을 쿠팡이 책임지고 있다.
새벽배송이 비인간적이라며 비난하지만 현재 쿠팡의 택배기사들의 숫자가 약 2만 명이다. 택배기사의 규모를 정확히 발표하지 않았지만 대기하고 있는 백업기사가 총 택배기사의 30%인 6,000명이라니 전체 숫자를 추정할 수 있다. 2만명 택배기사라면, 딸린 가족을 생각하면 쿠팡은 7~8만 명의 가족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이들 택배기사들은 일주일에 5일 낮에는 11시간 야간에는 9.8시간 노동하고 있다. 하루에 130~150개를 배달하면 월 600~700만 원을 가져간다. 하루에 130개 이상을 배달하니 강도 높은 노동환경이긴 하다. 야간에는 수당이 높으니 수입이 더 많다. 하지만 높은 보수에는 강도 높은 노동이 따른다.
쿠팡의 매출이 대폭 감소하거나 영업정지 되면 그리고 여기에 달린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수십만 명 아니 백만 명 이상의 생계에 지장이 생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감당할 수 있나?
'탈팡'한다고 인증샷 올리는 개념(?) 있다는 사람들도 한심하다. 쿠팡을 탈팡하면 곧 새벽배송한다는 알리나 테무로 가겠다고 선언하는 건가? 정 그리 결정한다면 싸구려에 가품천지인 알리나 테무에서 구매하시라.
뉴스 보니 일부 쿠팡 입점 업체들이 나서서 쿠팡이 맞추지 못할 정도로 가격을 후려쳐 악덕기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심한 업체들이다. 업계 최고의 업체의 품질과 가격 요구를 맞춰줄 각오도 없이 쿠팡과 계약을 맺었다니 자격이 없다. 쿠팡이 악덕업체라 생각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널널한 E-COMMERCE 업체와 계약하면 된다.
업계 최고라는 자리는 그만큼 품질과 가격에서 최고의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얻은 것이다. 그런 각오도 없이 물량과 이익까지 동시에 보장받기 원했다면 착각이다. 저렇게 기자회견에 나설 시간에 공장에서 가격을 맞추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해야 했다.
필자가 삼성 SDI에 근무할 때 삼성전자 핸드폰사업부는 삼성 계열사임에도 매분기마다 30% 가격인하를 요구했다. 그러면 삼성전자는 악덕기업인가? 물량이 받쳐주기 때문에 공장에서 필사의 노력을 해서 이익을 내며 가격을 맞추곤 했다. 그러면서 SDI도 성장하는 것이다..
필자가 쿠팡을 비호하려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쿠팡의 행태가 밉다. 미국 회사냐 한국 회사냐의 여부를 떠나 쿠팡의 무책임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게 하듯이 쿠팡이 저지른 행태를 비난하고 법적으로 책임지게 하면 그만이다. 감정과 팩트는 구분해야 한다.
감정에 휩쓸려 기업 오너 개인을 비난하고 업무외적인 내용을 갖고 공격하면 안 된다. 오너의 행태가 밉다고 잘나가는 테크기업 하나를 망하게 하려는가? 9만 명의 종업원들 대부분이 한국 사람들이고 쿠팡에 딸린 수많은 입점 업체들, 수만 명의 택배기사들을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쿠팡이 미국 회사니 미국 정치인들은 한국이 미국 회사를 핍박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쿠팡을 구글이나 애플과 동일시한다. 이로 인해 대미 통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냥 쿠팡은 애플과 같은 미국 회사고 김범석도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면 셈법이 간단해진다.
특히 국회의 행태는 더 한심하다. 김범석으로 인해 마치 국회의 권위가 훼손당했다고 느낀 분노감에서 저렇게 흥분하는 것 같다. 저런 분노감을 세무적으로 더 큰 피해를 주는 구글이나 애플에게 퍼부어보지 그러나... 도대체 아무 관련도 없는 김범석 동생은 왜 국회로 부르려 하는가?
솔직히 필자는 이번 정보유출 문제로 쿠팡 같은 혁신기업이 망하는 것도 싫고 쿠팡의 가격경쟁력과 편의성을 포기하기도 싫다. 필자 눈에는 정치권이 대미관세협상의 분노를 만만해보이는 쿠팡에게 돌리고 화풀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실질적 성과보다는 쿠팡사태를 이용해 국민을 선동하고 자기 정치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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