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환율 방어술은 백해무익 소모전!... 예비역 장군의 시각
수조 원 단위의 국민연금 투입은 시간을 확보하는 대가일 뿐,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소모로 끝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준장)]
이번 환율 방어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규범과 절차의 훼손이다. 국민연금·재정·외환 운용에는 IMF 이후 축적된 엄격한 규율이 존재한다.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이 규율을 우회하거나 느슨하게 적용하는 순간, 시장은 '원칙보다 임기응변이 우선'이라는 신호를 읽는다. 이는 단기 환율을 낮출 수는 있어도, 국가의 정책 일관성과 법치 신뢰를 갉아먹는 비용을 동반한다.
더 큰 문제는 투입된 실탄의 성격이다. 수조 원 단위의 국민연금 투입은 시간을 확보하는 대가일 뿐,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소모로 끝난다.
환율이 다시 반등하면 남는 것은 고갈된 여력과 훼손된 규칙뿐이다. 시장은 이를 이미 학습했다. 정부가 다시 개입할수록 '버틸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달러 매집 심리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한국의 현재 선택을 중국의 최근 행보와 대비해보면 유사점이 있다. 중국은 절충과 타협보다 통제와 버티기를 택했고, 그 결과 경제·리더십·군까지 전반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문제는 통제 그 자체가 아니라, 통제와 병행돼야 할 구조개혁의 부재다. 재정의 신호(균형 재정), 반시장적 제도의 정비, 대외 투자 환경 개선-이 세 가지가 동시에 움직이지 않으면 달러 유입은 기대할 수 없다.
한국의 환율 방어 역시 이와 닮아 있다. 재정을 긴축으로 줄이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이 없고, 반시장적 규제의 정비도 미흡하며, 외국 자본이 들어올 제도적 확신을 주지 못한다. 겨우 서학개미들이 국내로 자금을 반입할 경우 이자 소득세를 면제해 주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이 상태에서의 환율 개입은 '보여주기식 안정'에 그친다.
시장은 단기 반락을 매수 기회로 삼고, 국민은 정부의 대응을 신뢰하지 않는다. 금이나 외화로 방어적 자산 이동이 증가하는 이유다.
정부가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개입 범위와 수단을 공개 가능한 수준에서 명문화하고,국민연금·재정 동원의 한계를 분명히 하며, 외환 개입의 목적을 '완화'로 제한해야 한다.
환율 목표치를 암묵적으로 설정하거나 특정 레벨 방어를 시도하는 순간, 시장은 정부를 시험 대상으로 삼는다. 개입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하며, 반복적 사용은 오히려 달러 매집심리를 강화한다.
다른 하나는 환율을 '막는' 발상이 아니라 달러가 들어오게 만드는 환경이다. 외국인 투자자와 글로벌 자본은 환율 수준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본다. 이를 위해 외국인 투자 관련 인허가 절차의 단순화, 조세ᄋ노동 정책의 중기 안정성 보장, 정치적 언행의 절제와 정책 메시지의 일관성이 필수다.
환율은 경제 지표이지만, 그 파급은 정치·외교·안보로 확장된다. 신뢰가 약화된 정부는 어떤 정책도 설득력을 잃는다. 여론의 냉소, 정책을 둘러싼 내부 갈등, 말의 절제 없는 대응은 모두 정책 신뢰의 붕괴 신호다. 이는 물가 기대를 자극하고, 산업현장의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며, 대외적으로는 한국의 정책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특히 국제 환경이 급변하는 국면에서, 파트너 및 동맹국가는 '지금의 한국이 구조를 고칠 의지가 있는가'를 본다. 환율 방어에만 매달리는 모습은 오히려 외부의 전략적 계산을 자극한다. 신뢰가 낮은 국가는 더 강한 조건을 요구받고, 더 많은 비용을 치른다. 결국 환율 방어의 실패 비용은 경제 수치가 아니라 국가 신뢰 프리미엄의 하락으로 나타난다.
환율 방어는 정책이 아니라 증상 관리다. 증상을 관리할 수는 있으나,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병은 악화된다. 법과 원칙의 복원, 균형 재정에 대한 분명한 선언, 반시장 제도의 정비, 그리고 외자를 끌어들이는 대외 환경 조성-이 네 가지가 동시에 움직이지 않으면 지금의 환율 안정은 착시일 뿐이다.
환율은 결과이고 원인은 재정·제도·신뢰다. 응급 처치로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그 시간에 구조를 수정하지 않으면 비용은 배가된다. 균형 재정의 명확한 신호, 반시장적 규제의 과감한 정비, 투자 환경의 실질적 개선-이 세 가지가 동시에 움직일 때만 환율 안정은 지속 가능해진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방어는 백해무익한 소모전에 그칠 뿐이다. 시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이제 정부가 실질적인 답을 내놓을 차례다. 시장은 말이 아닌 행동을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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