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시인의 인생] 한겨울에 애기동백꽃 피었다

그 바닷가 어디선가에서는 이미자 선생의 노래 동백아가씨가 들려올지도

2025-12-25     이병철 논설위원

[최보식의언론=이병철 논설위원]

사진 이병철 시인

어제(23일0 시내에 약속이 있어 오랜만에 나갔다가, 공원 호숫가에 붉게 피어 있는 애기동백꽃, 그 산다화를 만났다. 뜻밖의 만남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늦가을로 접어든 뒤 구절초를 마지막으로 꽃다운 꽃을 보지 못해 목이 말랐던 차에, 뜻밖의 장소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애기동백꽃이 무더기로 환하게 핀 모습을 선물처럼 만났으니, 웬 횡재인가 싶을 정도로 고마웠다.

이른 봄 찬바람 속에서 매화가 꽃망울을 열기 시작할 때부터, 한겨울 피빛처럼 붉게 핀 동백꽃이 피었던 그대로 모가지째 뚝 하고 떨어질 때까지 꽃을 찾아 다녔던 내가, 올해는 왠일로 늦가을에 접어들면서 꽃에 대한 생각을 잠시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사이에 내 마음을 어디에 두었던 것일까.

늦가을인 11월과 초겨울인 12월, 모든 꽃들이 다 진 뒤에 애기동백꽃, 그 산다화가 선명한 붉은빛으로 환하게 피어난다는 사실을 깜빡했던 것을 보니.

애기동백꽃인 산다화는 그 이름처럼 동백꽃의 한 종류다. 언뜻 보면 일반 동백꽃과 비슷해 그냥 동백꽃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많지만, 이 두 꽃은 피어나는 시기와 피어 있는 모양새, 그리고 지는 모습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애기동백꽃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11월)부터 초겨울에 주로 피어나지만, 동백꽃은 추위가 깊어지는 한겨울에 피기 시작해 이듬해 봄(3~4월)까지 피어난다. 그래서 봄에 만개하는 늦은 동백꽃을 두고 동백(冬栢) 대신 춘백(春栢)이라 부르기도 한다.

두 꽃은 피어 있는 모양새 또한 다르다. 동백꽃은 꽃잎 밑부분이 서로 붙어 있어, 다 피어도 반쯤 오므린 통꽃 모양을 이루지만, 애기동백꽃은 꽃잎이 밑부분까지 낱개로 갈라져 있어 햇살을 받으면 바깥쪽으로 활짝 기지개를 켜듯 펼쳐진다.

무엇보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지는 모습에 있다. 동백꽃은 흔히 말하듯 꽃이 시들기 전, 가장 싱싱할 때 꽃송이 전체가 모가지째 ‘툭’ 하고 떨어진다. 그래서 동백나무 아래 붉은 꽃송이가 그대로 놓인 처연한 아름다움을 두고, 지상에서 다시 피는 꽃이라 노래하기도 한다.

동백꽃이 피었던 그대로 떨어져 땅 위에서 더욱 붉게 피어나는 그 자태를 찾아 이른 봄마다 동백나무숲을 찾아헤매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이런 동백꽃 지는 모습에 비해 애기동백꽃은 벚꽃처럼 꽃잎이 한 장 한 장 낱개로 떨어져 진다.

이 밖에도 두 꽃나무는 잎의 크기와 형태에서도 차이가 있어 쉬 구별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한겨울의 심장처럼 붉게 피었다가 피었던 그대로 뚝 하고 처연하게 떨어지는 동백꽃의 꽃말은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한다. 그런 동백꽃 같은 사랑 앞에서 어느 누가 감히 내가 당신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때문일까. 꽃잎을 한 잎 한 잎 흩뿌리듯 지는 애기동백꽃의 꽃말은 ‘겸손,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한다.

어제는 기대하지 않게 애기동백꽃, 그 붉고 환하게 핀 모습을 만났으니, 오늘은 남녘 바닷가 볕바른 곳 어디쯤 먼저 피어나고 있을지도 모를 동백꽃을 만나러 가야겠다.

이 겨울, 이곳에서 눈 소식을 듣지 못하더라도 심장처럼 붉게 피어나는 애기동백꽃과 동백꽃을 함께 만날 수 있다는 것 또한 얼마나 고마운 인연인가.

그 바닷가 어디선가에서는 이미자 선생의 노래 동백아가씨가 들려올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 귀에는 선생의 맑고 애틋한 그 노랫소리가 벌써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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