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독립' 논의가 드러낸 국방리더십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개념이 혼란을 야기한 국방부 업무보고

2025-12-24     최보식

[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윤군준장)]

국방부 국정보고에서 주일석 해병대사령관. jtbc 캡처

아래 글은 본지의 입장이 아닙니다.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게재합니다. (편집자)

최근 국방부 업무보고 장면은 한 편의 코미디를 연상케 했다.

대통령, 국방부장관, 해병대사령관이 동일한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른 개념과 용어를 사용하며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은 웃음보다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군사 영역에서 용어의 혼란은 단순한 언어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개념의 붕괴이며 지휘의 혼선이다.

군사적 소양의 출발점은 용어의 정확한 정의와 일관된 사용이다.

작전통제권(OPCON), 지휘권(Command), 평시·전시 지휘체계, 합동과 통합의 개념은 군의 기본 교리이다. 

용어 개념이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과 조직 개편이 논의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위험한 실험에 불과하다.

현재 해병대는 약 2만 9,000명 규모로 해병 1·2사단과 서부도서를 방어하는 6여단으로 구성돼 있다. 해병대가 지난 20여 년간 육군의 대규모 감축 속에서도 비교적 감축에서 자유로웠던 이유는 분명하다. 

반도에서의 상륙작전 효율성 때문이 아니라, 서부도서와 김포·강화 축선 방어라는 명확한 평시 임무 때문이었다. 이는 한반도 지형과 제한된 상륙 수단을 고려한 현실적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최근 제기되는 '해병대 독립군종' 공약과, 평시 방어 상황에서도 해병대사령부가 예하 사단을 직접 통제하며 기존 합동·통합 지휘체계에서 벗어나려는 듯한 발언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 

방어작전의 본질은 통합성과 효율성이다. 특히 수도권과 서부도서 방어는 단일 군종의 자율성보다 합동 지휘 하의 신속한 통합 운용이 생명이다.

군은 감정이나 상징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 '해병대 정신'은 중요한 전투 요소이지만, 그것이 계획을 대체할 수는 없다.

필자가 현역 시절 해병대 부대를 검열하며 겪은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방어작전에서 역습 계획이 없다는 이유와 관련해 "강인한 정신으로 적의 돌파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전장 순환을 위한 교통통제 계획 역시 없었고, 그 이유로 "해병대 전우회가 지원한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전쟁터에 전우회가 따라오는가. 북한 지역에도 전우회가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답변은 없었다.

이것은 일선의 문제가 아니다. 학습을 경시하고 개념보다 정신을 앞세우는 문화는 고위 지휘부가 책임지고 바로잡아야 할 구조적 문제다. 군대는 용맹만으로 싸우지 않는다. 계획·수단·지휘·군수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전투력은 완성된다.

해병대의 현실도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해병대는 작전수행에서 해군의 수단을 사용하고, 장교교육과 교리체계는 육군 병과학교와 육·해군 대학에 위탁과 준용해 왔다. 

이는 열등함이 아니라 합리적 분업 구조의 결과였다. 그러나 독립 군종이 되려면 자체 교육체계, 병과학교, 군종 대학, 군수·정보·인사·작전 사령부 등 완결된 구조가 필수적이다. 독자 작전을 전제로 한다면 최소 2개 군단급 지휘 구조가 논리적으로 요구된다.

문제는 병력 2만 9,000명 규모의 해병대가 이러한 구조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더 정확히 말해, ‘국방 전반의 슬림화와 감축 추세 속에서 이러한 병력 염출이 과연 가당한가’라는 질문이다. 육군은 이미 17개 사단을 해체했고, 각 병과 학교장과 장성 보직조차 민간인·예비역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군종만 조직과 위상을 확대하는 것은 형평성과 전략적 일관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상징이 아니라 효율로 판단해야 한다.

이 논의의 종착점에는 해병대사령관의 위상 문제가 있다. 병력 규모와 임무 범위를 고려할 때, 해병대사령관을 4성 장군으로 보직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이는 개인의 명예나 군종의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국방 지휘 구조의 합리성에 관한 문제다. 

계급과 직위는 상징이 아니라 책임과 기능으로 결정돼야 한다.

국방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수단의 구비와 체계의 합리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병력 규모, 임무 범위, 합동작전 기여도, 지휘 통합의 효율성이라는 기준 앞에서 해병대 독립군종 논의는 아직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자유와 책임, 가벼움과 무거움의 대비를 통해 인간과 역사의 본질을 묻는다. 쿤데라는 필연, 자유와 책임 사이의 모순적 갈등을 통해 삶의 가벼움이 주는 공허함과 무거움이 주는 존재의 무게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실존을 탐구하는 딜레마를 논하는 철학 소설을 썼지만 제목의 특이함은 오늘의 국방리더십에도 이 제목은 그대로 적용된다. 

고위직에 오를수록 발언이 가벼워져서는 안 된다. 말의 무게는 직위의 무게와 비례해야 한다.

국방부 업무보고가 코미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용어를 모르는 지휘, 개념이 다른 대화, 상징에 매몰된 구조 개편은 군을 강하게 만들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학습이고, 감정이 아니라 설계이며, 분리가 아니라 통합이다. 이것이 국방을 책임지는 이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최소한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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