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도 '지영이'가 산다?...그 지독한 '나르시시즘'
대변인은 "결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 중심의 행정"이라고 했다. 이 말 듣고 마시던 커피를
[최보식의언론=박주현 재담엔터테인먼트 대표]
뜬금없이 옛 여자친구 지영이가 생각났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인데, 방금 뉴스를 보다가 소름 돋게 똑같은 데자뷔를 느꼈기 때문이다.
지영이는 유독 '공유'에 집착했다. 그녀는 연애의 투명성을 증명한답시고 필자와의 통화를 녹음하고, 데이트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SNS 라이브를 켰다. 필자가 "제발 우리끼리 좀 있자, 피곤하다"고 하면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오빠, 내가 찔리는 게 없으니까 다 보여주는 거야. 이게 다 사랑의 과정이라구."
그때 깨달았다. 자발적 감시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심리 기저에는 투명성이 아니라, 지독한 '나르시시즘'이 깔려 있다는 걸.
"나를 좀 봐, 이렇게 깨끗하고 완벽한 나를 감시해 줘"라는 그 욕망은 곁에 있는 사람을 질식시킨다. 결국 우리는 그놈의 '공개 연애' 때문에 헤어졌다.
오늘 대통령실 대변인이 라디오에 나와서 한 말을 들으니, 용산에도 '지영이'가 산다.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보고 생중계를 두고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뜻"이라며 "성남시장 시절 CCTV"까지 소환했다. 심지어 '파놉티콘' 같은 현학적인 단어까지 써가며 포장하던데, 음악 하는 내 귀엔 그저 '관종의 자기합리화'로 들릴 뿐이다.
프로듀서 입장에서 딱 잘라 말하겠다. 지금 대통령실이 하는 건 '국정'이 아니라 '메이킹 필름(Making Film)'을 찍고 있는 거다.
음반 제작 현장에서도 꼭 그런 아마추어들이 있다. 곡의 완성도는 개판인데, 자꾸 녹음실 브이로그 찍어서 올리면서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투명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라고 홍보하는 애들 말이다.
대변인은 "결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 중심의 행정"이라고 했다. 이 말 듣고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프로의 세계에서 '과정'을 팔아먹는 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뿐이다. 가수는 노래 실력과 차트 순위로 증명하는 거지, "제가 연습실에서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봐주세요"라고 읍소하는 건 연습생이나 하는 짓이다.
지금 환율이 1,500원을 넘보며 경제 차트가 '광탈' 직전인데, 국정 책임자가 "나 일하는 거 CCTV로 봐달라"며 리얼리티 쇼를 찍고 앉아 있다. 이건 앨범 망해가는데 뮤직비디오 때깔만 신경 쓰는 꼴이다.
게다가 자기들 쇼에 장단 안 맞춘다고 공기업 사장한테 "정치적 서사 만들지 마라"고 디스까지 날린다. 세션 연주자가 악보가 이상하다고 지적하니까, 메인 보컬이 "너 나한테 질투하냐?"고 성내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님, 그리고 대변인님.
국민들은 당신들의 '작업 과정' 따위 안 궁금합니다. 그건 팬클럽이나 궁금해하겠죠.
우리가 원하는 건 '잘 빠진 결과물'입니다.
CCTV 끄고, 라이브 방송 끄고, 제발 방음벽 치고 일이나 제대로 하십시오. 지금 들리는 불협화음, 오토튠으로도 안 덮이니까요.
p.s: 보기 싫다는 것만 억지로 먹이지 마시고, 그렇게 감시가 고프시면 현지가 뉘신지나 좀 알려주시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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