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GDP 139달러의 나라, 아일랜드는 어떻게 '생산성 1위'가 됐나

글로벌 기업 유치로 부자가 된 아일랜드

2025-12-19     최보식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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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간 GDP 기준으로 경제를 가장 잘 발전시킨 나라는 아일랜드다.

2000~2025년 사이 근로 시간당 GDP (노동생산성) 변화를 보면 아일랜드의 예외적 수직 상승이 놀랍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한 시간에 139.1 달러를 벌때 우리나라는 49.6 달러에 불과하다.

아일랜드가 지난 25년간 '시간당 GDP(GDP per Worked hour)' 기준 세계 1위를 차지하며 경이로운 생산성 향상을 이룬 배경에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지식 기반 산업으로의 완전한 체질 개선이 있다.

전 세계에서 다국적 기업들이 가장 세금을 안 내고 사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계 10대 제약사 중 9곳(화이자, 존슨앤드존슨, 로슈 등)이 아일랜드에 주요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2023년 기준 외국인 투자 제약 부문의 노동 생산성은 시간당 약 €440(약 60만 원 이상)에 달해, 국내 일반 서비스업보다 7~8배 이상 높다.

'유럽의 실리콘밸리'라 불릴 만큼 강력한 IT 생태계를 구축했다. 구글, 메타(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 거대기업의의 유럽 본사가 더블린에 위치해 있다.

세계 20대 의료기기 업체 중 18곳이 아일랜드에 진출해 있다.

아일랜드의 글로벌 기술 기업에 의한 디지털 서비스 수출(Digital Service Exports)은 아일랜드 전체 서비스 수출의 약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핵심적인 경제 동력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오라클(Oracle), SAP 등이 유럽 전역에 공급하는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및 구독 서비스 매출이 아일랜드에서 계상된다. 클라우드 컴퓨팅 및 데이터 서비스의 AWS(아마존 웹 서비스), 구글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데이터 저장 및 처리 서비스 수출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구글과 메타(Meta)의 유럽 본사가 아일랜드에 있어,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의 디지털 광고 매출이 아일랜드 서비스 수출로 집계된다. 구글 검색,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되는 광고 서비스가 아일랜드에서 판매된 것으로 처리된다.

아일랜드는 다국적 기업들이 지식재산권(특허, 저작권, 상표권 등)을 관리하는 중심지로 제약(화이자 등)이나 하이테크 기업들이 보유한 특허를 다른 국가의 지사나 파트너사가 사용할 때 발생하는 로열티 수입이 디지털 서비스 수출의 큰 몫을 차지한다.

아일랜드는 전통적인 금융 허브 기능에 IT를 결합한 핀테크 서비스 수출도 활발하다. 최대 핀테크 유니콘 스트라이프(Stripe, 아일랜드 출신 형제가 설립)와 같은 글로벌 결제 플랫폼의 운영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포함된다. 전 세계 펀드 관리의 상당 부분이 아일랜드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

왜 아일랜드는 다국적 기업들이 본사를 여기에 두고 싶어하는 나라가 되었나?

* 낮은 법인세율(12.5%~15%)과 지식재산권 관련 세제 혜택(Knowledge Development Box) 때문에 기업들이 수익과 IP를 아일랜드에 몰아넣는다.

* 유럽 내 유일한 영어 사용 국가(브렉시트 이후 강조)이며, 숙련된 다국적 IT 인력이 풍부하다.

* 아일랜드에서 발행된 라이센스나 서비스는 EU 단일 시장 내에서 자유롭게 유통된다.

한마디로 외국 기업들이 아일랜드에서 영업활동을 해서 생기는 부다. 당연히 이 부가 전부 아일랜드 사람들의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의 생산성 지표(GDP)와 실제 국민이 느끼는 경제 수준(GNI) 사이의 간극은 경제학에서 매우 유명한 사례다.

아일랜드의 GDP(국내총생산)는 다국적 기업의 활동 때문에 실제 경제 규모보다 훨씬 크게 부풀려져 있다. 구글, 애플 같은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이익과 지식재산권(IP) 수익을 아일랜드 법인으로 귀속시키기 때문이다. 2015년 아일랜드 GDP 성장률이 갑자기 26%를 기록하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이를 '무지개 끝에 황금이 있다'는 전설에 빗대어 '레프리콘 경제'라고 불렀다. GDP의 착시 효과를 빗댄 말이다.

일반적으로 아일랜드의 국민총생산 (GNI)는 GDP의 약 60% 수준이다.

GDP 기준으로는 세계 최부유국(1~2위)이지만, GNI 기준으로는 유럽 내에서 상위권이긴 해도 독일이나 북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작고 가난했던 나라는 다국적 기업을 전략적으로 끌어들여 유럽의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빅테크와 제약사들이 직접 고용하는 인원만 약 30만 명(전체 노동력의 10% 이상)에 달하며, 이들의 평균 연봉은 국내 기업보다 훨씬 높다. 다국적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는 아일랜드 전체 세수의 약 25~30%를 차지한다.

빅테크 본사 주변으로 법률, 회계, 마케팅 등 고부가가치 로컬 서비스 산업이 동반 성장하며 중산층을 형성한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고민은 생산성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높은 급여를 주는 대기업 일자리가 너무 적어서이다. 왜 소수 수출대기업을 제외하고 생산성이 이리 낮은가에 대한 고민이 없이는 구조개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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