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84세...골골거리지 않은 '건강수명'은 얼마?

'질병 수명'이 18년 된다는 사실

2025-12-18     박정원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EBS 다큐 캡처

기대수명 84세(남성 80.8세, 여성 86.6세), 건강수명 66세(남성 64.6세, 여성 66.4세). 2024년 기준 한국인의 수명에 대한 현주소이다.

'질병 수명'이 18년 가까이 된다. 제대로 이동할 수 없고, 독립적이지 못한, 골골거리는 사는 생활을 20년 가까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강수명은 질병으로 일상 활동이 제한되는 기간을 제외한 수명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WHO에서는 한국인의 건강수명을 73세로 제시하고,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자료에서는 2022년 기준으로 69세로 정의하기도 했다.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은 10년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미국의 유명 심장 전문의 에릭 토폴(Eric Topol)은 53세이던 해, 문득 왜 어떤 사람들은 잘 늙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지 궁금했다. 그길로 건강한 노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그때 그 답은 유전적 요소가 크게 작용할 것으로 막연히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동료들과 함께 노인성 주요 만성 질환이 없는 80대 이상 노인 약 1,400명의 유전체를 6년 넘게 분석했다. 이들은 모두 흔히 말하는 ‘초고령자(super agers)’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그는 분석 결과, 유전적 유사성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그들의 DNA만으로 초고령화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는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몇 달 전 나온 책 <슈저 에이저: 장수에 대해 증거 기반한 접근>에 담았다. 

그가 강조하는 내용은 ‘장수는 유전적 요소가 아니라 가공식품을 피하는 건강한 식습관과 하루 7시간씩 자는 충분한 수면으로 생활 습관을 조금만 바꾸어 나가면 슈퍼 에이저가 될 가능성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생활 방식의 변화와 운동이 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그의 연구 결과이다. 

80대 이상 노인에 대한 분석 이후 그의 삶에도 큰 변화를 가져 왔다. 그는 그 이전까지 근력 운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심장내과 전문의로 일하면서 환자들에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만을 늘 강조해 왔다. 당시까지 근력 운동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자신도 자전거 타기와 하이킹, 걷기만을 주로 하면서 다리 근육을 제외하고는 근육을 단련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80대 노인들을 분석한 이후 근력 운동과 악력이 건강한 노화와 놀라운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집에서 플랭크, 런지, 스쿼트, 메디신볼 싯업, 코브라, 그리고 여러 가지 바닥 운동을 한다. 저항 밴드도 사용한다. 특히 한 발로 설 때는 정강이를 만지려고 한다. 이러한 운동으로 균형 감각과 자세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그는 요즘은 수십 년 전부터 이 같은 운동을 병행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수시로 한다. 

운동하기 늦은 나이는 절대 없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나 근력을 키울 수 없다는 생각은 맞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70세이지만 나이가 몇 살이든 더 강해지고, 운동 능력도 키울 수 있는 잠재력은 누구나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여전히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일주일에 6일간 30~40분씩 운동한다. 근력 운동을 하고 난 뒤부터 일주일에 네 번 정도 유산소 운동, 다른 날에는 근력 운동을 한다. 가끔은 둘 다 하기도 한다. 근력 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요 노인성 질환 관련 질병, 특히 암, 심혈관 질환, 신경 퇴행 없이 더 오래 살며, 건강수명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의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생활 습관 개선과 운동을 통해 7년에서 10년 더 건강하게 노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동국대 의대 오상우 교수도 10월 말 열린 시니어페스타에서 ‘건강수명,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건강한 노화를 늘리는 4가지 축’에 대해서 설명했다. 첫째가 음식, 둘째, 수면과 스트레스, 셋째, 사회적 연결 고리, 그리고 넷째가 근육이라고 강조했다. 

나이 들어서도 부단히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나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히 주어지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무료하게 보내는 사람은 이동성과 독립성을 잃으면서 주변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릴 위험성이 크다. 

노화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생물학적 나이를 젊고 건강하게 만들어 질병 수명을 최대한 줄여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바로 운동이다. 물론 개인마다 다소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칙과도 같다. 근력과 악력이 강한 노인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운동은 아무리 나이 들어도 지금 당장 실천해도 전혀 늦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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