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영 유쾌통쾌] 이 대통령의 찌질한 '뒷끝'?

지금이 대통령이 공사 사장을 상대로 ‘어디서 반항이냐, 눈 깔아라’ 라며 호령이나 하고 위세나 부릴만큼 한가한 때인가

2025-12-17     최보식

[최보식의언론=오진영 작가]

JTBC 화면 캡처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산업통상부·중소벤처기업부 등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정치에 너무 물이 많이 들었는지, 1분 전 얘기와 1분 뒤 얘기가 달라지거나 업무보고 자리에서 발언을 하고는 뒤에 가서 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무 보고 현장에서는 외화 밀반출 문제와 관련 답을 못하다가 이틀 지나 SNS와 언론인터뷰에서 입을 여는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겨냥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공항공사 사장이 처음에는 자기들 업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세관이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그런데 관련 기사 댓글에 보니 관세청과 공항 공사가 MOU를 맺었기 때문에 공항공사가 담당하는 게 맞다고 나와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외화 불법반출 단속의 법적 책임은 관세청에 있고, 인천공항은 업무협약(MOU)으로 협조하는 것"이라며 "MOU는 협력의사를 나타내는 것이고 법적 책임이 없다"고 다시 반격했다. (편집자)

오늘 한 동창 친구가 자기 얼굴이 크게 나온 사진을 페북에 올렸길래 나는 옳다구나! 이때다! 쾌재를 부르며, "아무개야. 너 많이 늙었다." 라고 댓글을 냉큼 달았다.

복수였다.

그 친구가 5 ~6 년쯤 전인가, 그러니까 지금보다 한참 더 젊었을 나이에 나랑 만난 자리에서 "진영아. 너 많이 늙었다" 라고 말했던 걸 잊지 않고 두고 두고 한을 품고 있다가 오늘 되돌려준 거였다.

내가 이렇게 '뒤끝'이 긴 사람이다.

내가 누구인가.

20년 전 마흔살에 엄마가 반대하는 결혼으로 엄마에게 불효했다는 이야기를내 나이 60살인 지금도 계속 하시는 우리 엄마 딸 아닌가. 딸이 엄마 안 닮고 누굴 닮겠는가. 가문의 내력이다.

그런데 나 같은 아무 것도 아닌 평범한 시민의 뒤끝이야 페북을 무대로 한 소소한 복수 댓글로 끝나지만, 국가 통치자의 뒤끝은 국가적 낭비이자 민폐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 업무보고 자리에서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또다시 소환해서 공개적으로 몰아세운 장면은 목불인견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학재 사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아 “업무보고 후 왜 뒤에서 딴소리냐”고 질타했다.

이재명 대통령,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게 바로 업무보고 끝나고 나서 ‘뒤끝’ 부리는 형국이야. 대통령이 연일 전 정권 인사를 질타하는 걸 두고 여권에서는 ‘무능한 기관장 척결’로 포장하고, 야권은 ‘치졸한 인사 압박’이라 맞서며 정쟁의 불을 지피고 있다.

보안검색과 외환 단속이라는 기술적 쟁점은 사라지고, 오로지 전·현 정권 인사 간의 지저분한 기싸움만 남았다.

지금이 대통령이 공사 사장을 상대로 ‘어디서 반항이냐, 눈 깔아라’ 라며 호령이나 하고 위세나 부릴만큼 한가한 때인가.

오늘 환율은 결국 1480원을 돌파했다.

고환율은 필연적으로 고물가를 부르고, 민생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에 비명이 터져 나오는 시기에 국정 책임자가 고작 공사 사장의 SNS 글귀 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에너지를 쏟는 모습은 절망적이다.

업무보고라는 형식을 빌려 낡은 관료 문화를 혁파하는 ‘개혁 대통령’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다는 이 대통령의 유치한 욕망이 너무 빤하고 투명해서 보는 사람이 다 민망하다.

진정한 구조적 개혁을 할 능력이 없는 집단이 정권을 잡아서 내란 몰이, 특검 정치로 일년을 보내더니, 이제는 "넷플릭스보다 재미있다"고 자화자찬하는 생중계 카메라 앞 공개 심문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퍼포먼스 정치로 연말을 장식하는 중이다.


#이재명이학재,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