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본 한동훈 '당게' 논란
핵심은 사실 여부 자체가 아니라 정당 내부가 어떤 전략적 게임을 하고 있는가에
[최보식의언론=이양승 객원논설위원]
한동훈 전 대표의 ‘당 게시판 댓글’ 논란은 겉으로 보기에 단순한 진위 공방처럼 보인다. 정말 본인과 가족이 실명으로 대통령 부부를 향해 거친 표현을 썼는가, 아니면 제3자의 조작인가.
그러나 이 사안을 조금만 거리를 두고 보면, 핵심은 사실 여부 자체가 아니라 정당 내부가 어떤 전략적 게임을 하고 있는가에 있다.
이 논란은 전형적인 '불완전정보 게임'다. 댓글의 실제 작성자는 오직 당사자만 알고 있고, 나머지는 단편적 신호—실명, 가족 계정, 게시판 캡처—만을 보고 추론한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 행위자는 어떻게 행동할까. 게임이론은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이 아니라 비용과 위험이 최소화되는 전략을 택한다고 말한다.
한동훈의 대응이 모호하다는 점이 곧잘 의심의 근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신호게임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오히려 자연스럽다. 강력한 부인과 법적 대응은 ‘안 썼을 경우’에는 비교적 낮은 비용이지만, ‘실제로 썼을 경우’에는 치명적인 비용을 동반한다.
반대로 모호한 침묵은 두 경우 모두에서 비용이 낮다. 이런 구조에서는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행위자들이 침묵이라는 동일한 전략으로 수렴하는 '풀링(pooling) 균형'이 발생한다. 침묵이 반드시 유죄의 신호는 아니라는 뜻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인(동기)의 문제다. 정말 한동훈이 가족까지 동원해 실명 욕설 댓글을 달 유인이 있었을까. 당 게시판 댓글이 여론을 좌우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반면, 발각될 경우 정치적 손실은 치명적이다. 기대효용 관점에서 보면 순손실이 명확하다.
반면, 제3자가 이를 조작했을 경우 얻는 편익은 크다. 내부 분열, 리더십 신뢰 붕괴, 그리고 책임 없는 관전. 게임이론적으로 보자면, 이 구조는 조작 가설이 훨씬 '유인 양립적(incentive compatible)'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는 빠르게 단정과 비난이 확산됐다. 이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전형적 모습이다. 신중한 인사일수록 침묵하고, 확신에 찬 발언은 정보가 부족한 쪽에서 나온다. 결국 가장 강경한 목소리가 당 전체의 판단을 대표하게 된다. 이는 시장에서 ‘나쁜 상품’만 남는 레몬시장과 다르지 않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플레이어는 따로 있다. 외부 행위자다. 직접 공격하지 않아도, 내부의 불신과 경쟁만 자극하면 된다. 이는 고전적인 '반간계' 게임다. 상대가 스스로 최악의 균형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전략. 지금 국민의힘이 빠져 있는 균형이 바로 그것이다.
한동훈을 반대하는 쪽도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그들은 해킹에 의한 부정선거를, 그리고 외국인으로 구성된 댓글부대가 국내외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한다고 주장한다. 댓글부대원의 어마어마한 수와 그들의 가공할만한 해킹능력을 감안할 때, '한동훈과 그 가족이 썼다는 글'들에 대해선 한반도 의심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하다.
정당은 본래 '반복게임'을 한다. 오늘의 공격은 내일 나에게 돌아올 수 있기에, 절제와 규범이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 정치적 복수에 집착하는 순간, 게임은 1회성으로 변하고 협력 균형은 붕괴된다. 지금의 당게 논란은 누가 댓글을 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이 스스로 신뢰라는 공공재를 어떻게 소모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이 논란의 교훈은 분명하다. 확실하지 않은 신호, 왜곡됐을 가능성이 충분한 신호를 확실한 사실로 단정하는 순간, 외부의 적이 없어도 정당은 무너진다는 것이다. 게임이론의 언어로 말하면, 지금 필요한 것은 승부수가 아니라 나쁜 균형에서 벗어나려는 집단적 자제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댓글’은 또 다른 이름으로 반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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