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월한 '잘 나가는' 대만?...그 속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커보이는 남의 떡

2025-12-16     최보식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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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실질 소득에서 우리를 추월했다.

우리가 1% 저성장 늪에서 허우적거리는데 대만은 5%를 넘는 고성장을 한다. 우리 경제 정책을 비판할 때 '잘 나가는' 대만이 자주 인용된다.

내가 대만으로 회사에서 출장 다닐 때 대만 사람들은 글로벌 완제품 브랜드가 있는 우리를 부러워했다. 자신들은 부품 회사와 하청업체뿐이라고.

대만 사람들은 지금 모두 신나 있을까?

대만의 최근 고성장은 'TSMC가 이끄는 외끌이 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SMC와 반도체 산업이 대만 경제 지표를 멱살 잡고 끌어 올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전통 제조업의 부진과 극심한 양극화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대만 경제는 사실상 반도체, 특히 TSMC 하나의 기업에 운명을 걸고 있는 구조로 변모했다. 반도체 산업은 대만 전체 수출의 약 40% 이상을 차지하며, 제조업 부가가치의 60%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한다. 2024년 대만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4~5%대로 높게 나오는 것은 순전히 AI 붐을 탄 반도체 수출 급증 덕분이다.

TSMC 한 기업의 시가총액이 대만 증시 전체의 약 30%를 넘나들며, 이익 규모와 법인세 납부액에서도 국가 재정을 떠받치고 있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한국 증시의 17~18%를 차지한다.

반도체 쏠림 현상은 우리보다 훨씬 심하다. 반도체 외의 다른 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오히려 성장이 정체되는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 징후가 뚜렷하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대만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다른 수출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 달러 가치를 낮게 유지히려고 대만 정부가 보험회사들에 투자를 강요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거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대만의 주력 산업 중 하나였던 석유화학 및 기계 산업은 반도체 쏠림 현상 속에서 인력난과 투자 부족의 이중고를 겪으며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반도체 엔지니어의 연봉은 치솟는 반면, 일반 서비스업 종사자의 임금은 장기간 정체되어 있다. 고성장의 과실이 반도체 종사자에게만 집중되면서, 일반 서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지표만큼 좋지 않다. 물가와 집값은 오르는데 소득은 늘지 않는 '풍요 속의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결국 지금 대만의 고성장은 "반도체는 초호황, 나머지는 불황"인 극단적인 양극화 성장이다.

대만 정부도 이러한 불균형을 인지하고 AI 산업 생태계 확장을 통해 낙수 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TSMC 의존도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만은 우리가 보고 배울 대상이라기 보다 한국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고스란히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잠시 TSMC에 의한 거시경제 지표의 착시 효과가 클 뿐이다.

제조업 중심 국가가 중국에게 밀리면서 남아 있는 반도체 산업 하나가 성장을 이끌고 있는 반면 그것마저 중국이 따라집으면 어찌할 지 대책이 없고, 경제 양극화는 심화되고, 높은 관치로 인해 서비스 산업은 부진한 모습도 우리와 판박이다.


# TSMC, #대만고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