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실버벨] 왜 2.1명 출산해야 현재의 인구가 보존될까

출생성비는 자연 진화에 가까운 상태가 바로 여아 100명 대 남아 104~107명

2025-12-13     박정원

[최보식의언론=박정원 객원논설위원]

KBS 다큐 캡처

인구는 기본적으로 출생률과 사망률, 그리고 이주(유입+유출)에 의해 그 규모가 결정된다. 이 3가지 요소는 인구학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여기에 '대체출산율'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 사회나 국가의 사망률과 성비 등을 고려했을 때 인구를 현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 최소한 필요한 합계출산율의 수준을 말한다. 통상 2.1명으로 산정한다.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로 떨어지면 그 국가는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인구 구조를 보여주는 주요 변수인 출생률과 사망률, 그리고 이주가 결코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이는 전체 성비와 인구 규모가 서로 얽히고설켜 다양하게 작용한다. 출생률은 과거와 현재의 차이와 함께 신생아 출생률로 단순화시킬 수 있지만, 사망률은 조금 더 복잡하다. 영‧유아사망률에 청년‧성인 사망률, 기대수명의 증감에 따라 복잡하게 나타난다. 

여기에 모두 영향을 받는 게 '대체출산율'이다. 한 사회의 인구를 현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선 한 부모가 2명의 자녀를 출산하면 되는 데, 대체출산율은 2.1명이다. 왜 2.1명이어야 하는가. 이론적으로 남녀가 완전히 1 대 1로 태어나고, 출생 후 모두 생존해서 재생산 연령까지 생존한다면 자녀 2명이면 된다. 

하지만 출생성비와 사망률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황은 달라진다. 출생성비는 자연 진화에 가까운 상태가 바로 여아 100명 대 남아 104~107명이다. 전 세계의 문헌 통계상 남아가 여아보다 통상 104~107명 정도 많다는 보고가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것은 자연 진화를 통해 결정됐다고 주장한다. 진화적으로 남아가 여아보다 조금 더 많이 태어나고, 여성이 남성보다 조금 더 오래 살도록 자연 적응한 결과라는 것이다. 

영유아 사망률과 성장하면서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남아가 여아보다 다소 높기 때문에 남아가 여아보다 자연 진화적으로 다소 더 많이 태어난다는 가설이 현재까지 일반적으로 수용된다. 영유아 사망률이 높은 경우 대체출산율이 2.3 또는 3명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추적해 보면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선 대체출산율 2.1명이 유지돼야 한다는 가설이 성립한다. 

하지만 여기에 몇 가지 함정이 있다. 이른바 ‘대체출산율 함정’이 숨어 있다. 첫째 함정은 대체출산율 2.1명은 절대 기준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제조건이 출생 패턴과 사망 패턴, 연령구조, 그리고 이민이 수십 년 동안 고정화되어 있다는 가정하에서 성립하는 이론값이다. 영유아 사망률 및 청년‧성인 사망률과 성비, 이에 따른 연령구조, 최근 몇 년의 출산율 변화, 그리고 이민 등의 상황에 따라 1.2명까지 내려가도 현재 수준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스웨덴과 같은 이민이 많은 나라는 합계출산율을 1.2명 수준으로 유지해도 현재의 인구 규모가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다. 북유럽의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소득수준이 높고 국민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이 주로 이에 해당한다. 역으로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동유럽의 일부 국가는 2.5명 가까운 합계출산율이 있어도 해외 이민 등으로 계속 인구가 줄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른다. 

두 번째 함정은, 오늘날의 합계출산율만 보고 인구 흐름을 단정짓는 것이다. 가임 여성의 수에 따라 신생아 수는 크게 달라진다. 즉, 과거의 출산율과 앞으로의 출산율 등 인구 흐름을 전체적으로 함께 살펴야 한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의 가임기 여성이 많을 때는 출산율이 낮아도 절대 신생아 수가 많아 대체출산율이 낮아도 현재 인구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가임기 여성 수가 1,000만 명일 때 합계출산율이 1명이더라도 신생아 수는 1,000만 명이 되지만 가임기 여성 수가 300만 명일 때 합계출산율이 3명이라도 신생아 수가 900만 명밖에 안 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세 번째 함정은 특정 연도의 출산율을 나타내는 합계출산율과 세대, 즉 코호트 출산율의 혼동이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특정 연도의 평균 자녀 수이다. 특정 연도의 기준 지표가 되지만 그 세대에 태어난 전체 여성들의 출산율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반면 세대(코호트) 출산율은 실제로 같은 연도에 태어난 여성 한 세대가 평생 동안 실제로 낳은 평균 자녀 수를 말한다. 한 여성이 특정 연도에 출산을 조금 미루기만 해도 당해 연도의 합계출산율은 확 떨어져 보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인구학에서 ‘템포 효과(tempo effect)’라고 한다. 그래서 특정 연도의 합계출산율 1.3명이 가임기 여성 전체로 확대했을 땐 실제로 1.5~6명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2000년대부터 집중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다. 통계의 오류이기도 하지만 정밀하게 살피지 못한 측면도 크다. 예를 들어, 가임기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곡절을 겪으면서도 평생 2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그 미루는 특정 연도의 출생률은 떨어질 수 있다. 긴 시차를 가지면서 아이를 낳아 특정 연도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착시효과를 불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이를 간과하고 상당 기간 떨어진 합계출산율만 발표하는 정책적 오류를 범하면서, 국민들은 초기에는 위기감을 느끼는 듯했지만 양치기 목동같이 반복되는 위기감 조장으로 오히려 위기에 둔감해진 분위기가 됐다. 다시 말해, 분명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위기지만 실제도 다가오지 않은 현실에 대한 반복된 위기 조장으로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네 번째 함정이 인구 규모와 인구 연령별 구조를 동일시한다는 점이다. 대체출산율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인구 규모가 유지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론상 대체출산율 2.1명을 맞춰도 이미 고령층이 진행됐거나 장기간 저출산을 겪었던 과거가 있으면 고령화는 덩욱 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2.1명만 맞추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주장도 연령구조나 모멘텀을 간과한 단순한 문제 인식에 불과하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가 낳은 자녀인 1990년대생들은 그들의 부모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세대 인식과 자식에 대한 개념을 가진다. 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한 명의 자녀만 낳는 인식으로 인해 노동 생산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고령자는 점점 더 늘어나는 인구 구조로 바뀌고 있다. 현재와는 전혀 다른 인구 구조는 현재와는 전혀 다른 사회경제적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가정을 현실에 던져주고 있는 상황이다. 바뀐 세대별 출산율의 차이는 복지와 노인요양‧연금 등 같은 문제를 낳고, 이는 또한 노년부양비를 예측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나아가 국가 재정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인구 예측은 모든 소비와 경제 동향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산업 동향까지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잘못된 인구 예측은 심각한 정책적 오판과 함께 경제나 사회적 상황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 실패는 국민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 

한국은 한 세대 만에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급격한 인구 증가와 급격한 인구 감소를 동시에 겪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수한 국가에 해당한다. 더더욱 정확한 인구 예측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잘못된 인구 전망과 시의적절하지 못한 정책을 펼친 결과 인구 위기를 초래했다. 

인구 구성을 종합적으로 봐야 인구의 미래, 즉 나라의 미래를 볼 수 있다. 인구수에 따라 의료비, 복지비, 노동력 인구, 부양 인구비 등 다양한 정책을 설계할 수 있고, 나아가 소비 성향과 특정 산업 분야의 성장 등도 예측할 수 있다. 이제는 대체출산율 2.1명에 매달릴 게 아니라 현재의 인구 구조에 맞는 인구‧경제 정책과 함께 사회 및 사회복지 정책을 펼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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