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원 든다던 욕조 고장, 사진 한 장으로 해결 ... 그래도 살만한 세상
젊었을 때는 이런 일을 당연히 용납하지 않았지만...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 지역장 전무]
오늘 이 세상이 그래도 살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일이 있었다.
아파트에 자꾸지가 있는데 지난 몇 달 전부터 자꾸지에 물 채우는 수도가 작동을 안했다.
남자야 샤워만 해도 되지만 여자는 물에 몸을 담가야 하는 모양이다. 아파트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아마도 자꾸지가 고장난 것 같고 모터를 교체하거나 전체를 뜯어내야 할지 모른다고 답변해줬다. 큰 공사가 된다는 것이다.
아파트가 20년이 넘어 내부 수리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던 터라 수리할 때 같이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방치해 뒀었다.
오늘 아침부터 아내가 탕에 몸을 담구지 않아 찝찝하다고 불평을 하며 딸이 며칠 후 귀국하기 전에는 수리하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아내 불편은 그냥 넘어갔어도 딸이 불편하다는 소리에 참지를 못했다.
다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전화해서 욕조전문 수리사의 전화번호를 소개받았다. 수입업자에게 A/S신청하면 수리비가 비싸니 사설업체를 소개시켜줬다. 전화 통화하니 사진을 찍어 보내 달라고 해서 보내 주고 몇 차례 통화를 했는데 출장비 말고 수리비만 60만 원은 들 것 같다고 했다. 요새 출장비는 무조건 10만 원이다.
몇 차례 대화 끝에 수리사가 수도꼭지 부분을 다시 확대하여 찍은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다. 사진을 보내줬더니 사진을 검토한 끝에 아마도 자기가 출장갈 필요가 없겠다고 했다.
자꾸지의 기다란 수도파이프 뒤에 튀어나온 레버가 있는데 레버가 물잠금장치란다. 레버가 뒤에 숨어 있는데, 필자는 그런 레버가 있는지도 몰랐다.
수리사 말대로 레버를 내렸더니 수도물이 쏟아졌다. 아마도 아내가 청소하다 레버를 건드린 모양이다.
몇 군데 전화해도 해결책을 못 찾았는데 수리사의 말 한마디로 해결되었다. 수리사가 참 정직하다고 생각했다. 돈 벌 목적이면 그냥 출장 와서 몇 군데 건드려보고 교체하는 척하며 몇 십 만원을 청구해도 우리가 모르니 낼 수밖에 없다. 전화해서 몇번이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특히 지금 다른 곳에서 작업 중인데도 신경질을 전혀 안 내고 몇 차례나 통화해주는 친절함과 성실성을 보여줬다. 요새 정말 보기드문 성품의 소유자다.
사실 필자가 출장 기사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올해 봄에 전기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이 자꾸 빠져 출장기사를 불렀다. 타이어가 구멍이 났다며 타이어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슈발베라는 독일제 타이어를 가져왔다. 그런데 출장과 수리비 포함해 15만 원을 청구했다. 너무 비싼 가격이라 기분이 안좋았지만 출장기사가 친절하니 그냥 넘어갔다.
타이어를 교체하고 딱 두 번 자전거를 타고 올여름에 너무 더워 두세 달간 자전거를 못 탔다. 가을이 접어들며 다시 자전거를 타려 하니 뒷바퀴에 공기가 빠져 있고 다시 공기를 주입해도 어딘가로 바람이 계속샜다. 다시 그 출장기사에게 또 와 달라고 전화를 했다.
친절했던 출장기사는 안면을 싹 바꾸더니 수리비 별도고 출장비만 6만 원을 내란다. 새타이어를 교체하고 몇달 A/S도 없냐고 물어봤지만 막무가내다. 할 수 없이 협의 끝에 출장비를 3만 원으로 하고 며칠 내로 연락하고 방문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때가 9월이었는데 아직도 연락조차 없다. 무슨 개인사정이 있어서 연락을 안 했는지 모르지만 지난 대화 내용상 일부러 연락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수리기사를 부르려고 한다. 다시 또 새 타이어로 교체해야 할지 모르겠다.
연초에는 화장실 수도가 고장이 나서 수도기술자를 불렀다. 온김에 여러 군데를 수리시켰다. 수리비가 무려 20만 원이 나왔다. 출장비가 10만 원인데 수리가 여러 군데라 5만 원만 청구했단다.
수리사가 반나절이나 수고해서 한푼도 깍지 않고 모두 지불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난 뒤 수리사가 전화를 해서 자기가 잘못계산해서 부품하나를 청구하지 않았단다. 3만 원이다. 애원조로 더 보내달라고 하는데 마음이 약해져 보내줬다. 거래가 완료된 후에 추가로 청구하는 일은 처음 보았다.
젊었을 때는 이런 일을 당연히 용납하지 않았지만 나이가 먹고 특히 많이 아프고 나서는 이런 소소한 일로 다투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욕심이 줄어들고 남들과 다툼을 피하게 된다. 포용력이 많아지고 관대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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