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김범석 의장의 '국적'을 공격하는 게 정당한가?
쿠팡을 위한 변명 ... 문제는 국적이 아니다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필자도 쿠팡의 충성 고객으로 정보 유출의 '피해자' 중에 한 명이다.
쿠팡 전 직원의 고객 정보 불법 탈취 사건으로 쿠팡의 모든 것이 비판과 시비거리가 되고 있다.
비즈니스가 전자 상거래화되고 난 이래로 고객 정보의 유출과 남·오용은 모든 기업들에게 늘 큰 과제로 남는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사실 글로벌 대기업들도 이런 사고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클라우드 서비스가 해킹되면서 고객사인 티겟마스트의 5억 6,000만 명의 개인정보와 카드정보까지 탈취당했고 해커 그룹 ShinyHunters는 데이터 판매를 협박했다. 산테데르 은행의 3,000만 명의 고객, AT&T의 1억 1,000만 명의 고객의 6개월간의 통화와 문자 기록이 유출되었다.
지난해 미국의 신원 조회 업체인 내셔널 퍼블릭 데이(National Public Data) 해킹은 약 29억 건의 개인정보 (미국인 대다수 포함)인 사회보장번호(SSN),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이 유출되었다. 우리로 말하면 온국민의 주민번호와 신상정보가 털린 것이다.
야후(2013~2014) 30억 계정이 털려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단일 기업정보 유출 사건이 있었고, 메리어트 인터네셔널 호텔이 고객의 여권 정보, 여행일정 등 2014-2018년 4년간이나 털리면서도 몰랐다.
2017년 미국의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에퀴팩스가 해킹당해, 미국 성인 절반 가까이의 사회보장번호(SSN)와 금융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의 해킹으로 PSN 서비스가 한 달간 중단된 사태도 있었다.
Facebook이 연구 업체에 준 고객 정보가 불법으로 판매되면서 명예가 실추되고, 그래서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꾼 것이 아닌가 의심을 받았다.
그만큼 정보 보안은 생각보다 어렵다. 쿠팡이 전직 직원이 가짜 ID를 만들 수 있고, 퇴직 후에도 수개월간 시스템에 접근했다는 것은 보안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실 정보의 유출의 대부분은 해커보다는 직원이나 전직 직원들에 의해 발생한다. 일부 통계에 의하면 90%가 이러한 사람들의 짓이다. 외부에서 해킹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유비퀴티(2020년), 쇼파파이(2020년) 등에서 내부 직원이 회사나 고객의 데이타를 훔쳐서 외부에 판매하려고 했고 2022년 캐시앱 (Cash App/Block)의 이번 쿠팡의 사태와 매우 유사한 사건이다. 모회사인 블록(Block)의 전 직원이 퇴사 후에도 회사 시스템에 접속하여 약 820만 명의 고객 정보를 다운로드했고 퇴사한 직원의 계정을 즉시 차단하지 않은 계정 관리(IAM) 실패가 원인이었다.
이러한 많은 사건들은 고객 정보 보안에 누구보다도 잘할 것만 같은 IT회사 클라우드 회사, 전자상거래 플랫폼 회사, 통신회사, 금융회사들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만큼 도둑을 막는 일은 쉽지 않다. 쿠팡의 퇴사자 접근 권한 미회수의 기초적 보안 관리의 부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쿠팡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비판하는 일은 합당한 일인지 조금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일부 매체와 SNS의 의견들은 탈취자가 '중국인'이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오늘 한국경제 신문은 팀장의 절반이 인도, 중국인라는 점을 기사 주요 내용으로 뽑고 있다.
정보 유출이 직원, 하청업체 직원, 또는 전(前) 직원들에 의해 쉽게 일어난다. 이러한 사고가 특정 국적의 사람들만의 짓으로 몰고 가면서 지금 높아진 '반중 정서'에 편승하는 일은 옳지 않다.
우리는 쿠팡의 글로벌 경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일본 기업들이 쇠퇴한 이유 중에 하나는 제품의 글로벌 이후에 조직의 글로벌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회사가 세팅되고 나면 대부분 한국인이 CEO/지사장을 하는 반면, 일본 회사들은 주요 보직은 모두 일본인이 하고 영업사원이나 생산 직원만 한국인을 고용하는 형태였다. 모든 것이 동경에서 결정되고 의사소통이 안 되면 일이 안 되는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기업들은 80년대 그렇게 큰 성공 후에 진정으로 글로벌 기업화한 기업이 별로 없다.
한국도 그런 전환기의 문제를 갖고 있다. 한국 기업이 전 세계 재능 있는 인재를 자유롭게 쓰고 유혹할 수 있는 글로벌화 기업을 꼽으라면 어디를 꼽겠는가? 사실 잘 없다. 일본의 실패 모형을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쿠팡은 초기에 임원들을 한국의 유통업체의 경력자들을 영입했었다. 하지만 창업자의 데이타 기반의 테크 회사의 비젼을 이해하고 데이타 기반의 의사결정을 이해하지 못해 곧바로 글로벌 전자상거래에서 인재들을 영입해서 갈아치웠다.
쿠팡의 글로벌 인재 경영은 해커 중국인의 진입을 허락한 잘못된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배워야 하는 것이다. 국적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기회주의적 유혹을 받는다.
두 번째 이슈가 미국 쿠팡Inc와 한국 쿠팡의 지배구조에 관한 것이다. 오늘 조선일보 기사는 창업자가 한국쿠팡의 100% 지분을 갖고 있으며 미국 법인의 의결권 74.%를 갖고 있는 김범석 창업자의 무책임을 질타하고 있다.
지주사가 미국에 있고, 자회사에 전문 경영인이 있고, 자회사의 문제가 생겼을 때 절대적 의결권과 결정권을 갖고 있는 미국 법인의 경영자가 법적 책임은 자회사의 월급쟁이 사장에개 미루는 지배구조의 이중 구조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소유를 했으면 경영도 함께 책임지라는 이야기는 지극히 한국에서만 흔한 일이다. 이런 주장을 하면 한국 기업은 전문 경영인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다.
쿠팡의 이 구조는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인가? 쿠팡은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 등의 벤터캐피탈로 4조 넘는 투자로 탄생했던 기업이다.
글로벌 벤처캐피탈이 투자할 때 한국 법인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 법인의 형식을 갖추어야 법적 분쟁이 있을 때 투자자가 제대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쿠팡에 투자한 VC는 Softbank(+ Softbank Vision Fund), Sequoia Capital, Greenoaks Capital, Maverick Capital, Rose Park Advisors, Founders Collective와 자산 운영사 BlackRock 등의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해서 창업된 회사다.
한국 전통의 VC나 국내 사모펀드(PE)가 아닌, 대부분 미국 및 글로벌 실리콘밸리 기반의 VC와 해외 기관들이 Coupang의 주요 자금원을 구성했다. 한마디로 실리콘벨리의 돈으로 만들어진 회사고 그래서 미국 법인이어야 했다.
약 34~38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투자가 이루어져서 만들어진 유니콘 기업이 쿠팡이다.
이는 지금도 한국 VC들의 위치가 어디이고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 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한국의 VC들이 아직도 정부의 모태펀드에 기생해서 작동하는 구조의 한계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김범석 창업자가 미국 지주사(사실상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지 않고 한국 쿠팡만 갖고 한국 증시에 상장했을 때는 차등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제도로 인해 쿠팡은 곧바로 비전펀드의 자회사가 된다. 창업자는 경영권을 내주어야 한다.
쿠팡의 미국 자회사 구조는 거대 스타트업이 되고 싶은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보고 따라 배워야 하는 모습이고, 한국에 이런 유망 스타트업이 상장되게 하려면 지금은 전 세계 스탠다드가 되어 있는 차등의결권을 허락해야 한다는 규제 개혁의 과제를 시사하는 것이다.
대주주와 경영자의 책임과 권한에 대해서 한국 사회는 아주 이중적이다. 평소에는 쥐꼬리 만한 지분으로 황제 경영을 한다고 경영 관여를 비난하고 경영을 하면 안되는 것처럼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왜 총수(대주주)가 무한 책임을 안 지느냐고 난리를 친다.
그것이 전 세계에 없는 공정위를 만들었고 "동일인"이라는 상법에 없는 지위를 만들어 내서 혼란을 지속하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쿠팡의 전 직원의 보안권한을 회수하지 않는 실수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창업 과정의 글로벌 VC을 유치해서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지금의 지배구조의 모습과, 인재를 글로벌에서 채용하는 쿠팡의 글로벌 인재 경영은 한국 기업들이 보고 배워야 하는 것이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 인재들을 빼어간다고 걱정하는 시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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