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핵폭탄' 터뜨린 날 새벽에 썼던 '보수의 운(運)은 다 한 것!'
윤석열의 계엄에 찬성했으면 지금 독재의 기미가 보이는 이재명의 독주를 막을 명분과 논리가 없어지는 것
[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1년 전 어떤 이들은 잠에서 깨어나보니 바뀐 세상에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그날 밤 우리 국민 절반은 평소처럼 잠들었을 테고, 혹은 TV를 틀어놓고 있지 않았다면 가상 현실처럼 보이는 생중계 장면을 모르고 지나갔을 수 있다. 대략 밤 11시 이후의 상황이었으니까.
나도 평소 생활습관으로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잠든 사이에 뭐가 지나갔지'하며 깜짝 놀라는 쪽에 분류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내가 즐겨봤던 채널A 예능프로 ''강철부대',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판가름 나는 방영날이었다. 이 프로는 밤늦게 편성돼 있어 통상 나는 넷플릭스에 올라오면 봐왔는데, 그날 밤은 어쩌다가 프로 방영시간에 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 TV 화면 하단에 '비상계엄 선포' 라는 자막이 떴다. 처음엔 그 자막도 예능의 한 부분인 줄 알았다. 그 뒤로 거의 빛의 속도로 신문 제작에 들어간 것에 대한 설명은 필요없을 것이다.
잠깐 눈을 붙이고 다음 날 새벽 나는 혼란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이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아직 오리무중 속에서 직감으로 써내려간 글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신변에 대한 위기감도 없지 않았다.
- "윤 대통령은 하야든 탄핵이든 이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 "이번 사태에서 드는 합리적 의문은 윤 대통령이 과연 '온전한 정신'을 갖고 있는가, 그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 "대학 시절 1980년을 겪었고 그 뒤 세상 변화를 봐왔을 윤 대통령은 지금 이 시대에 그런 어설픈 계엄 시도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걸까."
- "계엄 선포는 12월 겨울밤의 홍두깨식 소동으로 그쳤지만, 보수는 이제 망했다. 저런 윤 대통령을 보고 앞으로 보수당을 지지할 국민들이 있을까. 더 이상 보수는 집권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 "윤 대통령이 화끈하게 보수의 뿌리를 뽑아놓고 퇴장하게 될 것이다. 보수의 운(運)은 다 한 것이다."
계엄 날 새벽에 썼던 이 글의 예측은 대부분 현실이 됐다. 윤 대통령은 탄핵 당해 감옥에 갇혔고, 윤은 보수의 뿌리를 뽑아 놓아 보수정당에게 다시 기회가 올지는 미심쩍다. 지금 국힘당의 행태만을 봐도 '보수의 운(運)'은 정말 다한 것 같다.
당시 이 글이 게재된 뒤 반응을 보면서, '윤석열의 망상에 비롯된 황당 계엄'을 지지하는 이들이 내 주위에 꽤 있다는 사실에 좀 낯선 느낌을 받았다. 그것도 많이 배웠거나 민주화운동, 자유민주주의를 입에 올리던 사람들 중에서 그런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시대착오적인 계엄의 대의와 필요성을 강변했다.
언론인으로 여러 정권을 지켜봤던 내 상식으로는 요령부득이었다. 그런 논리로 계엄을 용납하면 '독재정권' '전체주의 정권' 무엇인들 용납 못 할 게 없다. 윤석열의 계엄에 찬성한다면 지금 독재의 기미가 보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독주를 막을 명분과 논리도 없어진다. 윤 계엄을 용납하지 않았기에 이재명의 섣부른 독재 시도도 결코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아래는 계엄 다음날 새벽에 썼던 <윤 대통령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이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문>이라는 글을 전재한다. 지금과는 달리 혼란하고 정보가 미흡한 상황에서 썼던 글을 감안해 읽기를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밤중 '비상계엄 선포' 소동은 6시간만에 끝났다. 온 세계에 대한민국 망신을 다 시키고 말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전날 밤 일찍 잠들었거나 뉴스 속보를 접하지 못한 국민들은 아침에 눈뜨고 갑자기 바뀐 세상을 맞게 됐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하야든 탄핵이든 이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드는 합리적 의문은 윤 대통령이 과연 '온전한 정신'을 갖고 있는가, 그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이 술 한잔 한 김에 질러버렸나" "트럼프는 미친 척하는 지도자이지만 윤석열은 정말 미친 것"이라는 조롱이 나왔다.
대학 시절 1980년을 겪었고 그 뒤 세상 변화를 봐왔을 윤 대통령은 지금 이 시대에 그런 어설픈 계엄 시도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걸까. 여당 지도부조차도 "뉴스 보고 알았다"고 했고, 보수 진보를 떠나 어디에도 그의 편은 없었다.
윤 대통령이 누구와 비상계엄을 상의했는지 모르나 이런 판단 능력 자체가 그가 바보천치나 다름없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나라의 운명을 지금까지 이런 바보같은 인간에게 맡겨왔다는 걸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하나의 예로, 이날 밤 발표된 계엄사령관 포고령 1호에 따르면 의하면 계엄사의 언론과 출판 통제가 나온다. 이는 납활자와 인쇄로 찍어내는 종이신문과 라디오, 공중파 TV만 있던 1979년 시절의 언론 환경으로 본 것이다. SNS, 유튜브, 인터넷 등으로 무한 확대된 바뀐 세상에서 계엄사가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해도 어떻게 언론 통제가 되겠나. 윤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머리는 어느 한 시점에서 멈춰져 있는 게 아닌가.
이날 밤 자지 않고 국회 상황 생중계를 봤던 국민들의 마음에는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확신으로 피가 끓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를 할때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라고 말했지만, 바로 윤 대통령이 '자유 헌정질서 파괴자'라고 여겼을 것이다.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해 '내란범' 적용을 할 태세다. 국회 앞에서 나왔던 시민들이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구호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계엄 선포는 12월 겨울밤의 홍두깨식 소동으로 그쳤지만, 보수는 이제 망했다. 저런 윤 대통령을 보고 앞으로 보수당을 지지할 국민들이 있을까. 더 이상 보수는 집권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화끈하게 보수의 뿌리를 뽑아놓고 퇴장하게 될 것이다. 보수의 운(運)은 다 한 것이다.
.......같은 날 본지에 함께 게재했던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사 소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윤석열 대통령의 심야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기이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의 기이한 결정은 국민뿐만 아니라 그의 행정부 내부에서도 충격을 줬다”며 “윤 대통령은 먼저 행동을 취함으로써 야당을 견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의 조치는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통상적인 정치 활동의 범위를 훨씬 넘어섰고, 1960~1970년대에 나라를 통치한 군사독재자 박정희의 전술을 떠올리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은 핵폭탄을 사용했다(He’s used the nuclear bomb)"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빅터 차 고문의 말을 인용하면서, “핵폭탄을 터뜨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정부를 구하려 했을지도 모르지만 대신 그의 몰락을 자초한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4일의 해가 뜨자 한국은 깊은 위기에 직면했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윤석열은 국회가 북한의 ‘공산 세력’과 협력하고 있다고 암시했지만 국가에 대한 음모는 물론 북한의 개입에 대한 증거는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연이은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의 권한이 약화되고 국회의 권한이 확대되었음에도 한국은 여전히 대통령 중심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1980년대 후반 군사독재가 끝난 이후 어떤 대통령도 이처럼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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