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으로 지방 살리기? ...전 삼성임원의 시선

독일·스위스는 되는데 한국은 왜 안되나

2025-11-29     최보식

[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구지역장 전무]

채널A 캡처

수원시는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봉화군과 협력하여 '도농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고 있으며, 협력의 일환으로 봉화군에 수원캠핑장을 조성한다고 한다..

우선 "도농상생협력모델"이 일시적 이벤트에 불과하지 봉화군에 인구가 늘어날까 하는 부정적 생각이 먼저 든다. 수원시도 제 코가 석자인데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지 모르겠다.

과거에는 수원시는 삼성전자의 생산거점으로 모든 생산시설이 수원에 몰려 있어 많은 직원들이 상주했었지만 지금은 삼성전자 공장들이 해외나 구미와 평택 등으로 이전하며 수원 경제가 침체하고 인구가 줄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별나게 중앙집권적 국가다. 왕권국가라는 역사적 배경도 그렇지만 현대에 지방분권제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지방인구소멸현상은 전혀 개선되고있지 않다.

필자가 임원이 된 후에 해외 법인장을 마치고 4년 국내에서 근무할 때가 있었는데 신입사원 채용 최종 면접관으로 봉사한 적이 있다. 여러 시험을 통과하고 최종면접까지 올라온 신입사원들 후보들은 별일이 없는 한 최종면접에서 당락이 결정된다.

삼성전자에 지방사업장들이 많으니 지방에서 근무할 수 있는 직원들을 면접 때부터 결정하여 채용했다. 그러다 보니 각 지역의 지방대학교 학생들을 선호하는데 면접 때 한동안 광주나 대구 등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채용 결정했다.

그 지역 대학교 출신 직원이니 당연히 면접 시 약속대로 그 지역에서 근무할 줄 알았다. 그런데 교육을 마치고 배치를 할 때 당초 약속을 어기고 죽어도 서울에서 근무하겠다고 버티는 것이다. 만일 서울로 배치 안 해주면 퇴사하겠다고 하니 어쩔 수없이 서울로 배치시켰던 일이 많았다.

이렇게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서울에 있는 회사를, 부서를 죽어라 가려 한다. 그 이유야 문화적 욕구, 교육 인프라, 여자친구와 결혼 등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지방에 근무해서는 미래에 기회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실제로도 그렇다. 같은 회사에서도 서울에서 지방으로 전출되면 좌천됐다고 생각하는데 누가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려 하겠는가? 

지방은 대구, 부산, 광주 같은 대도시라도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방의 환자들이 서울의 종합병원으로 몰리는 이유도 똑같다. 

서울 명문 의대 출신의 뛰어난 의사들이 지방으로 내려갈 리 없고 지방의대의 우수한 의사들도 기회만 되면 서울로 올라가려 한다. 지역의 환자들이 모두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몰려가니 지방 종합병원은 수술할 기회도 줄어든다. 의사에게 수술할 기회가 적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예를 들어 삼성의료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1년에 150회 이상하는 것으로 안다. 전남대 의대는 1년에 겨우 40여 회에 불과하다.

필자도 장기간 투석환자라 3년 전에 삼성의료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신장이식 환자는 아내가 대구의 모 대학병원의 수간호사였는데 남편을 삼성의료원에서 신장이식수술하게 했다.

궁금해서 대학병원 수간호사인 부인에게 왜 대구 대학병원에서 수술하지 않고 서울삼성병원로 왔냐고 물어봤는데 "그래도 위험한 수술인데 삼성의료원으로 와야지요"라고 대답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알다시피 독일과 스위스는 대표적으로 지방분권이 잘되어 있는 나라들이다. 필자가 독일과 스위스로 출장을 다닐 때면 공항에서 기차나 차를 렌트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해서 불편했다. 대기업인 회사들이 대부분 프랑크푸르트가 아닌 다른 도시에 위치해 있었기 떄문이다. 스위스는 특히 심했다. 상당히 큰 규모의 회사인데도 취리히에서 한참 떨어진 호숫가 시골마을에 위치해 있었다. 

그 지역대학을 나오고 그 지역에 위치한 직장을 다닌다. 자기가 사는 주택은 산 중턱 외딴 곳에 위치해 있었다.

우리가 스위스를 여행하다 보면 높은 산 중턱 군데군데 멋진 주택들이 보여 저런 곳에 누가 사나 하고 궁금했는데 낮에는 도시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다. 일하는 직장이 비록 지방의 중견기업이라도 취리히에 있는 대기업보다 연봉이 작지 않다.

역사적으로 두 나라는 지방이 각기 다른 나라였다는 역사적 배경이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 사람들은  대학이나 직장을 이유로 자기 고향을 떠날 생각이 별로 없다. 명문대학도 지역에 있고, 작지만 지역쇼핑센터에, 오페라하우스 급은 아니지만 지역 오케스트라와 공연장도 있다.

풍족한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지역에 다 구축되어 있으니 아름다운 고향을 떠날 생각이 없는 것이다. 뛰어난 인재들이 고향에 머물러 직장 다니며 지역에 세금 내며 지역에 봉사하고 발전시키니 선순환이다.

독일이나 스위스의 지역이 골고루 잘 발달된 이유는 역사적 배경이 있지만 소규모 단위의 지방정부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무늬만 지방분권이지 모든 권한은 중앙정부가 다가지고 있어 지방정부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 보자. 해외기업의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공장부지 무상제공, 10년간 법인세 면제, 공장을 위해 도로 등 인프라 구축... 그리고 몇 천 명을 채용하면 몇 백억 원, 혹은 몇 천 억 원의 별도 지원금을 약속할 수 있을까?

또 서울의 명문대를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토지 무상지원, 대학을 위한 인프라 조성, 기숙사 제공, 역시 지원금 등 서울의 명문대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까? 지방정부가 그럴 권한도 없지만 무엇보다 지역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라는 등 시위하고 난리가 날 것이다.

필자가 이런 쪽 전문가가 아니라 함부로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세금 징수권을 중앙정부에서 독점하며 세율을 획일적으로 정하지 말고 각 지역의 상황에 맞게 조정하게끔 지자체장들의 세수권한을 대폭 강화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지자체에 돈이 있어야 뭐라도 비벼보지 않겠는가?   외국처럼 지자체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기업이나 대학  혹은 병원을 유치하려 해도 사용할 마땅한 수단이 없으니 같은 조건에서 누가 지역으로 내려갈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도농상생협력 모델" 같은  지엽적인 사업을 백날 시행해봐야 효과가 있을 리 없다..

필자가 알기로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들이 유럽에 진출할 때 진출 국가들의 지방정부에서 위에서 언급했던  조건을 제시했었다.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심지어 영국과 스페인 등까지도...

공장을 짓는 댓가로 무상으로 공장 땅을 사용했고 연결도로도 깔아줬다. 법인세도 10여 년간 면제다... 몇 백억 원의 별도 지원금도 받았다.

시골이라 한국처럼 무도한 노동조합도 없고 인건비도 싸니 남는 장사다. 한국 기업들이 지방 오지라도 모두 지방정부가 해주겠다는데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방정부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어 세수나 법률 적용에 대해  소규모 단위의 지방정부의 책임하에 유연하게 시행할 수 있을 때 서울 집중과 부동산 문제, 그리고 지방소멸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 

물론 지자체장들의 선심성 정책이나 무분별한 법적용에 대한  보완책은 필요하다. 독일이나 스위스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때가 되었다.

중앙정부가 말로만 지역발전을 떠들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욕심을 버리고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고 지방이 살고 지역에 인구가 몰린다.


 

 

#지방소멸위기 #중앙집권문제 #지역균형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