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여덟 살 때 깨달은 것 ... 가장 경이로웠던 그때 그 사건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최보식의언론=윤우열 기자]
한강 작가가 다시 여덟 살 때의 기억을 꺼냈다. 이번에는 갑자기 내린 폭우가 소재였다. 자신에게는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7일에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도 여덟 살 때 썼던 자작시 한 편을 소개했었다.
한강은 “제가 여덟 살이던 날을 기억합니다.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폭우가 쏟아졌다”며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다”며 “쏟아지는 빗줄기, 제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고 했다.
그 깨달음은 “저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저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이 비를 보고 있었다”며 “제 얼굴에 촉촉이 젖은 비를 그들도 느끼고 있었으며,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글을 읽고 쓰는 동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되살아났다는 그는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속 깊이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작업을 표현했다.
한 작가는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는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알고 싶었던 것이며,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간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언어가 있다”며 “이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강은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다”며 “문학을 위한 이 상이 주는 의미를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메시지로 마무리했다.
한강 작가는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스웨덴의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과 증서를 받았다.
한 작가는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에 이어 네 번째로 상을 받았다.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린 맛손은 시상 전 연설에서 “한강의 작품들은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상 소감은 수상식에 이어 7시부터 열린 연회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다음은 한강의 수상 소감 전문이다.
폐하, 왕실 전하, 신사 숙녀 여러분.
제가 여덟 살이던 날을 기억합니다.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 제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요. 저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이 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에 촉촉이 젖은 비를 그들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습니다.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속 깊이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언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니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문학을 위한 이 상이 주는 의미를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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