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원 삼류선비] 당신, 그만 집으로 돌아와요!

어느 집 중년 남편과 아내의 세상 이치 대화

2024-11-09     윤일원 논설위원

[최보식의언론=윤일원 논설위원]

KBS역사저널, 그날 캡처

세상 사람은 제 둥지만 쳐다보는 새와 같지 않은가요? 아무리 떠나려 발버둥치다가도 결국 빙빙 돌아 제자리로 오는 새처럼 우리는 그런 삶을 벗어날 수 없지 않나요?

당신은 어찌하여 단칼에 세상 그물을 찢고 벗어날 수 있나요? 수많은 사람이 베개 맡에서 코골고 자는 이유는 부귀영화를 꿈꾸는 일이지 않나요? 

당신이 정녕 현실에 초월했다고는 하나, 이른 새벽 떠난다는 당신의 말을 듣고 "그래 잘 갔다 오세요, 좋은 여행이 되길 바라요" 말하지만, 속으로는 흉보고 있다는 것을 당신은 정말 모른단 말이에요? 

온갖 세상 사람들이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돋우고 살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 남들과 다르지 않기 위해서잖아요. 나도 너처럼, 너도 나처럼, 초록이 동색이라는 말이 있듯 한 편일 때 주는 안락함, 그것을 버리고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지 당신도 잘 알지 않은가요? 

세상의 이치는 정(靜) 가운데 동(動)이 있고, 동 가운데 정이 있지요. 구태여 집을 나서지 않고,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어 옛일을 들춰내고 성찰만 해도 대자연의 비밀과 진리가 고스란히 내 안에 있는데 구태여 떠나려는 이유가 무엇이에요? 

그렇지 않구려. 내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에는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소만, 두 발로 걷고 내 허파로 숨을 들이쉴 때 느끼는 생동감이란 곰팡내 나는 책상머리와 완전히 다르다오. 

그렇군요. 그래요. 정말 좋지요. 눈에 선하구먼요. 나도 당신이 말하는 앞뒤 꽉 막힌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한평생 옹졸하게 살았지만, 그렇지만 내가 그런 이유는 나만 귀하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함이지요. 그렇지 않은가요? 나만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라면 뭣 하나 걸림이 있겠어요.

오, 내 무슨 말인지 알겠소. 사람이 태어나서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지 않소. 참으로 짧디짧은 인생, 제멋에 취해 한번은 살아 봐야 하지 않겠소. 그저 숨만 쉰다고 사는 것이 아니라오. 인간이 자유롭게 노니는 것은 정신이요, 사물과 접하는 것은 눈이지 않소. 그 정신이 막히면 속이 답답하고, 세상 구경하는 것이 협소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정신과 세상 구경 두 가지 다 협소하면 인간의 기운이 크게 펼쳐지지 못하오. 내 눈으로 자네를 본다면 겨우 진흙 구덩이의 지렁이나 새우젓 속의 등에에 불과하구려.

당신의 그런 걸림 없는 대자유를 진정 존중하고 좋아해요.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도 생각해야 하지 않은가요? 그만 집으로 돌아와요. 쓸데없는 생각일랑 말고.

#대자유, #정중동, #떠남,